더블 배럴을 사용하면 파워리저브 시간이 늘어나고 토크 변화가 최소화되어 오차를 줄일 수 있습니다. 더블, 트리플 등 멀티 투르비용은 중력의 영향을 줄여주는 장치를 늘려 중력 상쇄력을 높였다는 장점을 갖고요. 또한 더블 헤어스프링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몽블랑의 투르비용 바이-실린더리크, 모저앤씨의 스트라우만 더블 헤어스프링, 오데마 피게의 AP 이스케이프먼트의 더블 헤어스프링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 모델들에는 두 개의 헤어스프링이 탑재되어 있어 각각의 헤어스프링이 서로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매우 민감한 헤어스프링에 중력과 충격으로부터 오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거죠. 최근에는 오데마 피게에서 두 개의 밸런스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역활은 더블 헤어스프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A. 전혀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네요. 열을 지속적으로 받아 케이스 내부의 온도가 증가하면 윤활유의 점도가 약해져 열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밸런스의 소재인 글루시듀어는 베릴륨, 구리, 철의 합금으로 과거에 바이메탈(열팽창계수가 다른 두 개의 금속을 포개어 붙여 온도 변화에 대응하도록 만든 부품)을 사용했던 것처럼 온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부품들도 간접적인 열이나 빛은 어느 정도 견뎌낼 수 있도록 만들구요. 물론 그렇다 해도 높은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보다는 윤활유에 끼치는 영향을 가장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글루시듀어 밸런스는 온도변화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A. 정확한 수식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파워리저브 시간이 긴 시계는 메인스프링의 길이도 깁니다. IWC 포르투기즈 7데이즈(7일 파워리저브)나 랑에 운트 죄네의 랑에 31(31일 파워리저브)의 배럴은 다른 모델에 비해 지름이 큽니다. 그리고 그 속에 기다란 메인스프링이 감겨 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렇다고 메인스프링의 길이와 파워리저브 시간을 정비례 관계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길이뿐 아니라 폭, 두께까지도 고려해야 하거든요. 또한 이 모든 경우에는 싱글 배럴 탑재라는 전제가 주어져야 합니다. 트윈배럴과 같이 두 개 이상의 배럴을 갖는 경우 파워리저브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랑에 31(31일 파워리저브)의 탑재한 무브먼트 L034.1. 지름 2.5cm의 배럴 안에는 그만큼 긴 메인스프링이 감겨 있다.
A. 이론적으로는 3/4 플레이트가 풀 플레이트에 비해 충격에 강합니다. 3/4 플레이트는 밸런스 휠과 밸런스 콕 주변을 제외한 대부분을 넓은 한 장의 플레이트가 덮는 반면, 풀 플레이트는 몇 개의 브리지로 분할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시계에 문제가 생겨 케이스백을 열어야 할 때는 풀 플레이트의 이러한 분할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수리가 필요한 부분의 브리지만 분리하여 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할된 풀 플레이트 방식은 대부분의 스위스산 손목시계에 적용되고 3/4 플레이트는 독일산 시계의 특징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계의 태생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라 볼 수도 있겠죠.
A. 스몰 세컨드를 가진 수동 무브먼트를 기준으로 그 구성을 먼저 살펴봅시다. 휠의 배열은 배럴에서 시작해 2번 휠(센터 휠), 3번 휠, 4번 휠, 그리고 이스케이프먼트 휠 순서로 이어집니다. 간혹 5번 휠까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위와 같은 구성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이 휠은 모두 맞물려 있어 함께 회전하는데, 2번 휠이 1회전할 때 3번 휠은 8회전하며, 3번 휠이 1회전할 때 4번 휠은 7과 1/2회전합니다. 4번 휠이 1회전할 때 이스케이프먼트 휠은 10회전하도록 되어 있고요. 이 회전 수(기어비)에 따라 각각의 휠은 다른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60분에 1회전하는 2번 휠에는 분침이 달려 있고, 60초에 1회전하는 4번 휠에는 초침이 달려 있습니다(시침은 2번 휠 위에 피니언과 또 다른 휠을 올려 연결합니다). 3번 휠은 2번 휠과 4번 휠을 중개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로 연결된 핸드 없이 동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뿐이죠. 이렇게 배럴에서 이스케이프먼트 휠까지 연결된 모든 휠과 피니언을 통틀어 기어 트레인이라고 합니다. 기어 트레인은 메인 스프링에 의해 배럴에 축적된 동력을 핸즈까지 전달해 다이얼에 시간을 표시합니다. 휠이 하나라도 없으면 기어 트레인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겠죠. 따라서 시계에 초침이 없는 경우라도 초침을 붙이지 않은 것뿐이지 4번 휠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브먼트 속 휠의 배열. 배럴에서 시작해 2번, 3번, 4번 휠과 이스케이프먼트 휠이 모두 맞물려 있다.
A. 부품에 열처리를 하는 주된 목적은 내부식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많이 사용하는 블루 스크루를 비롯한 푸른색 부품은 사실 내부식성보다 심미적인 면 때문에 사용하는 경향이 더 큽니다. 가공과 표면처리 기술이 발달해 따로 열처리를 하지 않아도 부식이 잘 발생하지 않는데, 무브먼트 표면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스크루를 푸른색으로 가공하는 것이죠. 이에 따라 블루 스크루를 만드는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전통적인 방법이라면 단연 열처리 기법이지만 단지 색상을 얻기 위해 화학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블루 스크루를 사용해 조립한 노모스의 핸드와인딩 무브먼트. 장식적인 효과가 난다.
A. 마이크로 로터는 무브먼트의 중심축에서 벗어난 위치에 회전축을 두는 방법으로 제작한 작은 크기의 로터입니다. 풀 로터와는 달리 로터를 플레이트 위에 올리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무브먼트, 나아가 케이스의 얇은 두께를 실현하기에 유리하죠. 대표적인 예로 파텍 필립의 240, 피아제의 1200P, 파르미지아니의 PF701의 두께는 2.5mm 내외입니다. 풀 로터 방식의 칼리버에 비해 상당히(절반 가까이) 얇습니다. 그래서 우아한 울트라신 드레스 워치에 많이 사용합니다. 대신 풀 로터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회전 모멘텀이 풀 로터보다 작은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때문에 금이나 텅스텐 같은 비중이 큰 금속을 사용해 이를 보완하는 것이죠. 결국 시계의 타입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 볼 수 있겠네요.
풀 로터와 마이크로 로터. 풀 로터에 비해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로터는 회전 모멘텀이 작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비중이 높은 금속을 사용해 제작한다.
시간의 정확성을 위해 밸런스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레귤레이터를 이용해 헤어스프링의 길이를 조절하는 방식과 헤어스프링은 건드리지 않고 밸런스휠의 관성 모멘트를 조정하는 프리스프렁 방식이죠. 한마디로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일단 레귤레이터 방식은 프리스프렁 방식보다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습니다. 또한 백조의 목을 닮은 실루엣을 그리는 스완넥 레귤레이터는 프리스프렁 방식이 갖지 못한 미적인 요소를 갖추기도 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프리스프렁 방식을 더 선호하고 있습니다. 레귤레이터를 이용한 간접적인 조정 방법보다 밸런스 휠의 움직임 자체를 바꾸는 프리스프렁 방식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인 듯합니다.
쇼파드 L.U.C 1.96. 스완넥 레귤레이터를 볼 수 있다.
A. 기어 축을 지지하는 부품에 보석(일반적으로 루비)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찰력 때문입니다. 축의 소재와 같은 금속 소재로 부품을 제작하면 서로 직접 접촉하는 부분인 만큼 회전 시 마모가 발생하고, 이는 미세한 쇳가루를 만들어내 무브먼트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비금속인 루비는 이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습니다. 이 루비가 진짜냐고요? 인조 루비입니다. 드물게 다이아몬드가 1~2주얼가량 사용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무브먼트 속에 사용하는 각종 부품, 예를 들어 배럴과 휠, 밸런스 등은 모두 원형입니다. 그러므로 원형 무브먼트 속에 수납하는 것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겠지요. 사각형 무브먼트에는 이런 원형의 부품들을 넣었을 때 활용할 수 없이 낭비되는 공간이 발생하므로사각 형태에 맞춰 기어트레인 배치를 변형하기도 합니다.
파텍 필립의 사각형 무브먼트 25-21 REC PS
A. 먼저 헤어스프링의 길이를 조절해 밸런스 휠의 회전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조정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때 헤어스프링의 길이를 조절하는 기구가 바로 레귤레이터입니다. 그런데 이 레귤레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프리스프렁 방식입니다. 이는 밸런스 휠에 최소 한 쌍의 웨이트를 대칭으로 장착한 후 좌·우로 웨이트를 돌려, 밸런스 휠의 관성 모멘트를 변화시키는 원리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밸런스 휠 바깥쪽에 무게가 더해지면 관성 모멘트가 증가해 움직임이 느려지고, 반대의 경우에는 움직임이 빨라지겠죠.
1950년대부터 사용한 파텍필립의 자이로맥스 타입(프리스프렁 방식). 웨이트가 밸런스 휠 안쪽에 있어 공기 저항이 적을 뿐 아니라, 밸런스를 장착한 상태 그대로도 조정이 가능하다.
A. 계속 회전하는 로터가 기어의 마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영향력은 신경 쓸 만큼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토매틱 시계의 무브먼트에는 로터가 과잉 와인딩되어 메인 스프링이 끊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일정량 이상 동력이 제공되면 더 이상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다만, 남는 동력을 저장하여 따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A. 물론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와인딩을 하느냐가 시계에 좋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보유 시계의 와인딩 방향을 알고 그에 맞춰 와인딩해주는 것이 좋겠죠. 셀프와인딩 시계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로터의 회전이 양방향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확한 조작이 힘들지만, 핸드 와인딩 시계는 방향을 맞춰 와인딩해줄 수 있습니다. 셀프와인딩 시계 또한 단방향 감기 방식이라면(예: ETA Cal.7750) 의식적으로 와인딩할 때는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것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보통의 셀프와인딩 메커니즘에서는 오버 와인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배럴 내부에 있습니다. 풀 와인딩 상태에서 오버 와인딩되면, 배럴 속 메인스프링이 홈에서 미끄러져 나가며 과부하를 최대한 막습니다. 반면, 디클러치 방식의 로터는 이보다 능동적입니다. 일정 이상의 와인딩 상태가 되면 로터 자체에서 동력 생산을 차단하는 것이죠(Declutch). 리차드 밀의 ‘디클러처블 로터’나 바쉐론 콘스탄틴처럼 로터의 작동을 멈추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리차드밀 RM 030의 디클러처블 로터.
A. 금속에 비해 가볍고 마찰이 적은 실리콘은 조립부품에 윤활유를 극소량만 사용할 수 있다는(또는 전혀 필요치 않거나) 장점이 있지만 쉽게 깨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때문에 실리콘 부품을 사용하는 브랜드에서는 각각의 특수처리 방식으로 그 표면을 코팅하는 일종의 트리트먼트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 공정을 거친 실리콘 부품은 실제로 충격과 마모에 더 강하다고 하네요.
율리스 나르덴의 앵커와 이스케이프먼트 휠. 실리콘과 인공 다이아몬드를 합성해 만든 혁신적인 신소재 디아몬실(DIAMonSIL)로 제작한다. 충격에 약한 실리콘의 단점을 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