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랑팡의 대표이사 겸 CEO인 마크 A. 하이에크는 열정적인 다이버다. 그래서인지 다이버 워치의 아이콘 피프티 패덤즈가 탄생 7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유난히 설레었다고 한다. 블랑팡은 피프티 패덤즈 액트 1, 2, 3 등 세 가지 기념 모델을 내놓았고 자매 브랜드인 스와치와 함께 블랑팡x스와치 스쿠바 피프티 패덤즈를 선보이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와 내년에는 또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 마크 A. 하이에크에게 중점 추진 계획을 물었다.
피프티 패덤즈가 70주년을 맞이해 세 가지 기념 모델을 선보였다. 일부는 조만간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여러 개를 기대해도 좋다. 앞으로는 피프티 패덤즈 액트 1처럼 지름 42.3mm 모델을 더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름 45mm인 클래식 버전과 지름 40.3mm의 소형 버전을 보완한 모델이다. 피프티 패덤즈 테크를 조금 더 평평하게 만든 ‘민간용’ 모델도 공개할 예정인데, 베젤을 1시간 단위로 설정한 스리 핸즈 시계다. 테크 모델은 피프티 패덤즈 컬렉션에서 하나의 라인으로 발전할 것이다. 반면 액트 3은 특별한 시계로 남기려 한다. 머지않아 다른 역사적인 모델에서 파생된 시계들도 등장할 테니 기대해도 좋다.
피프티 패덤즈 70주년 기념 액트 3, 555개 한정 판매.
블랑팡은 오메가를 제외하고 브론즈 골드를 사용한 최초의 브랜드다. 어떻게 액트 3을 브론즈 골드로 만들 생각을 했나.
우리는 이미 몇 년 전 스와치그룹 내에서 안정적인 브론즈를 찾는 작업을 했었다. 처음부터 브론즈 골드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지만, 녹이 슬지 않는 브론즈의 비결은 금 함량을 37.5%로 높이는 것, 즉 9캐럿에 달하는 금과의 합금이었다. 오메가와 블랑팡 모두 개발에 몰두했고, 그러다 오메가가 기념일을 앞두고 첫 브론즈 골드 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우리의 브론즈는 10년이 지나도 파티나로 인한 구멍이 생기지 않아야 했다. 파티나가 매력적일 때도 있지만, 럭셔리 시계에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브론즈 골드는 안정적이다. 향후 몇 년 안에 사용하게 될 혁신적인 신소재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스와치 x 블랑팡 스쿠바 피프티 패덤즈 아틀란틱 오션.
2023년 블랑팡과 스와치 합작품 발매 당시 문스와치 때와 비슷한 열풍이 일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더 뚜렷해졌고 새로운 고객과의 접점도 늘릴 수 있었다. 블랑팡 브랜드 자체에 대한 논의가 많아진 점도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의 하이엔드 시계는 아름답지만 가격 때문에 종종 고객들이 망설이곤 한다. 사실 블랑팡을 차치하더라도 순수 스위스 기계식 시계의 문턱은 지나치게 높다. 바이오 세라믹 스쿠바 피프티 패덤즈는 기계식 시계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이 시계는 부품이 적긴 해도 순수 기계식 무브먼트로 만들었다. 전문 장비가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로 발전한 그간의 역사를 반영하는, 그야말로 ‘툴 워치’로서의 다이버 워치를 선보인 것이다.
이 시계 덕분에 신규 고객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트래픽도 크게 증가했다.
첫 번째 열기가 가라앉은 다음에도 트래픽은 론칭 전보다 2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는 블랑팡의 잠재 고객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합작으로 블랑팡, 오션 커미트먼트(Ocean Commitment), 피프티 패덤즈, 그리고 스위스 시계의 세계를 크게 확장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피프티 패덤즈 70주년 기념 액트 2 테크 곰베싸.
블랑팡은 오션 커미트먼트의 일환으로 해양 보호 이니셔티브에 오래전부터 앞장서왔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우선 롤랑 발레스타(Laurent Ballesta)의 곰베싸 탐험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월드 오션 서밋(World Ocean Summit)을 계속해서 후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히 여기는 국제 다이빙 훈련기관인 PADI(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PADI에서 만난 수백만 명 중에는 블랑팡이 이런 일을 한다는 걸 몰랐던 사람도 있다. PADI가 전문 다이버뿐 아니라 바다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과학이나 캠페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고, 바다와 다이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물속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목적에서다. 또한, 우리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보완하기 위해 종종 지역 단위로 열리는 수많은 소규모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브랜드에 환경이나 기후 관련 활동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 같다.
많이 느낀다. 미래를 이끌 세대에게는 이런 문제에 진정성 있고 효율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가장 설득력 있는 마케팅이 될 거라 확신한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이런 활동을 얼마나 진실되게 추구하는지를 면밀히 살핀다.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 짧은 기간 돈을 들여 ‘그린워싱(Greenwashing)’을 일삼는지 아니면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지를 확인한다.
열정적인 다이버이자 블랑팡의 수장인 마크 A. 하이에크.
열혈 다이버라고 들었다. 다이빙할 때 선호하는 시계는.
피프티 패덤즈 액트 2 테크 곰베싸. 수중 호흡기를 사용하는 테크니컬 다이빙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분보다 중요하다. 베젤에 3시간 스케일이 있는 테크 모델은 기존 다이버 워치보다 훨씬 유용하다.
많은 시계 애호가가 피프티 패덤즈를 블랑팡에서 가장 중요한 라인으로 꼽는다. 이런 시선에 만족하는가 아니면 이런 영웅적인 아이콘을 더 많이 만드는 게 목표인가.
과거를 돌이켜보면 블랑팡에는 일종의 주기가 있는 것 같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피프티 패덤즈에 초점을 맞췄고, 그 후 오랫동안 빌레레의 시대였다. 20여 년 전 블랑팡에 입사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상은 제품 개수에도 반영되었다. 현재 빌레레 시계는 약 180개, 피프티 패덤즈는 40개 정도다. 2023년은 피프티 패덤즈 70주년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피프티 패덤즈가 중심이 됐지만 사실 몇 년 전부터 빌레레가 다시 성장하는 추세다. 그 흐름에 맞춰 빌레레 신작에 좀 더 집중해왔고 그중 몇 가지는 2025년부터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블랑팡 190주년에 선보일 기념 시계는 블랑팡 창립 이래 가장 정교한 블랑팡 시계다. 기대해도 좋다.
2025년은 블랑팡 탄생 190주년이기도 하다.
190주년에 걸맞은 제품으로 기념하려 한다. 정교한 컴플리케이션을 갖춘 새로운 무브먼트를 하나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5~7년이 걸린다. 현재 1000개 이상의 부품을 탑재한, 그야말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여러 개 준비 중이다. 한 개의 나사조차 똑같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별도의 개발 과정을 거친 무브먼트다. 2025년 가장 복잡한 종류가 먼저 나오고 2026년과 2027년에 또 다른 신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빌레레와 관련해서도 겉보기와는 다르게 최근 몇 년간 내부적으로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블랑팡은 플랫한 시계의 대명사 아닌가. 이렇게 복잡한 시계에는 분명 적당한 두께가 필요할 텐데.
기념 시계는 탑재하는 무브먼트에 비해 케이스 자체는 매우 얇을 거라고 강조하고 싶다. 또한 블랑팡 시계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기능도 있다. 1735년 창립 이래 가장 정교한 블랑팡 시계가 되리라 자부한다.
프랑스 칸에서 열린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액트 3의 발표회에서 〈크로노스〉 독일 편집장 뤼디거 부허와 블랑팡 CEO 마크 A. 하이에크.
많은 대형 시계 브랜드가 자체 판매 채널인 부티크에 점점 더 의존하며 딜러숍 비율을 줄이는 추세다. 블랑팡의 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도 전 세계적으로 총 판매점 수를 줄이는 동시에 자체 부티크 비율을 높이려 한다. 현재 부티크는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하는데, 숫자를 점차 늘리는 게 목표다. 기존 딜러숍과의 파트너십은 계속 유지하려 한다.
오늘의 마지막 질문. 무슨 시계를 찼나.
피프티 패덤즈 액트 3. 꼭 갖고 싶었던 시계다. 가장 좋아하는 숫자 24번 에디션을 개인적으로 구했다. 오늘만 착용한 건 아니고 론칭 발표 때부터 차고 있었다.
글
뤼디거 부허
Editor
서정윤
사진
블랑팡, 〈크로노스〉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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