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만을 위해 제작한 칼리버 52640을 탑재한다.
Ref. IW505701 기능 시·분·초,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52640, 28,800vph, 54스톤, 16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4.4mm, 플래티넘, 50m 방수, 글라스백
시간은 곧 우주의 흐름을 의미한다. 우주를 담은 것과 같은 IWC 최초의 세큘러 캘린더인 이터널 캘린더를 소개한다.
문의 IWC 02-1877-4315
포르투기저의 탄생
15~17세기 대항해 시대,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오직 신의 가호가 따라야 했다. 대자연의 바다가 변덕을 부리지 않기를, 상선을 노리는 해적의 눈에 띄지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가로선인 위도는 낮에는 태양으로, 밤에는 북극성으로 구분할 수 있었지만 지구의 세로선인 경도가 문제였다. 15도마다 한 시간의 시차가 생기는 원리에 따라 시계가 있으면 경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흔들리고 습기가 가득한 배 안에서 정확한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 바로 마린 크로노미터의 탄생이었다. 마린 크로노미터가 활약한 지 100년 정도가 지난 1930년대, 포르투갈 리스본 출신의 비즈니스맨 로드리게스(Rodrigues)와 안토니오 테세이라(Antonio Teixeira)는 스위스 샤프하우젠의 IWC에 찾아가 특별한 손목 시계를 주문했다. 거대한 마린 크로노미터에 필적하는 정확성을 갖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손목 시계였다. 아직 손목 시계가 여물지 못한 시대라, 높은 수준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손목 시계용 칼리버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계의 크기가 줄어들면 부품도 그 비율을 따라야 하는데, 작고 얇은 부품으로는 회중 시계 시대에 완성한 정확성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1939년 IWC의 수석 워치 메이커는 재빠르게 해결 방법을 고안해냈다. 지름 41.5mm의 커다란 손목 시계 케이스에 회중 시계용 핸드와인딩 칼리버 74와 98을 탑재한 것이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회중 시계의 기술력을 그대로 손목에 올린 시계에는 325라는 레퍼런스가 붙었고, 포르투갈 비즈니스맨이 주문했기 때문에 ‘포르투기저’라고 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첫 포르투기저 워치는 포르투갈이 아닌 우크라이나 오데사로 향했지만, 1942년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시계점 ‘로드리게스 에 곤사우베스(Rodrigues &Gonçalves)’에 무사히 도착했다. 다이얼 6시 방향의 스몰 세컨드, 심플한 챕터링, 가독성 높은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가늘고 뾰족한 리프 핸즈의 Ref. 325는 이미 시대를 앞서간 스타일과 정확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독특한 볼륨을 선사하는 더블 돔 글라스를 채택하며 케이스 디자인도 새롭게 다듬었다.
기적의 메커니즘
1970년대는 쿼츠 메커니즘과 함께 손목 시계의 역사가 완전히 뒤바뀐 시기다. 쿼츠 상용화에 뒤처진 대가는 혹독했다. IWC 또한 스위스의 여느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생산 인력과 설비의 상당수가 소실되었고, 개발부에는 단 한 명의 엔지니어만이 재직했다. 바로 IWC의 상징이자 아이콘인 커트 클라우스(Kurt Klaus)였다. 그 무렵 IWC를 이끌던 귄터 블륌라인(Günter Blümlein)은 기계식 시계가 부활할 것을 굳게 믿고 있었고, IWC도 그의 생각대로 완전히 다른 비전을 제시했다. 기계식 시계는 전통과 혁신을 추구하는 애호가들의 손목 위에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발산할 도구라는 확신이었다. 이 남다른 계획에서 복잡하고 정교한 메커니즘을 자랑하는 컴플리케이션은 성공의 열쇠와도 같았다. 귄터 블륌라인은 커트 클라우스에게 퍼페추얼 캘린더의 설계를 지시했다. 1980년대 초반부터 시계 설계에 활용한 CAD는 1970년대 쿼츠 파동을 비교적 무사히 넘긴 소수의 대형 브랜드만 도입할 수 있었기에, 커트 클라우스는 원시 도구나 다름없는 자, 컴퍼스, 계산기를 이용해 불규칙성이 난무하는 그레고리력 퍼페추얼 캘린더의 설계에 도전한다.
퍼페추얼 캘린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IWC의 전설적인 워치 메이커 커트 클라우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는 365.2425일이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1년을 12월로 나눈 뒤, 2월 한 달만 제외하고 30일과 31일을 교대로 배치했다. 4년에 한 번씩 2월을 29일로 만들어 0.2425일, 즉 6시간 정도가 네 번 쌓여 만들어지는 하루의 오차를 나름 해결한 것이다. 이것이 율리우스력과 윤년의 개념이다. 하지만 율리우스력도 만능은 아니었고, 226대 로마 교황인 그레고리우스 13세는 그레고리력을 통해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윤년은 4년의 주기로 돌아오지만, 100의 배수인 해는 윤년이 아닌 평년으로, 400의 배수인 해는 평년이 아닌 윤년으로 정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태양력)도 그레고리력을 따른다. 커트 클라우스도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을 포함해 날짜, 요일, 월, 연도, 문페이즈를 자동으로 계산하는 그레고리력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완성했다. 불과 82개의 부품으로 이뤄낸 쾌거였다. 이 메커니즘의 위대함은 간결한 구조와 더불어 간결한 조작 체계에 있다. 크라운 하나로 모든 기능을 조작한다는 뜻이다.
전통적인 퍼페추얼 캘린더는 각 기능의 지척에 놓인 코렉터를 별도의 도구로 누르는 방식으로 조정한다.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코렉터를 조작하는 순서가 중요했다. 최악의 경우는 잘못된 조작으로 수정이 불가능해질 때다. 크라운만 돌리는 IWC 퍼페추얼 캘린더의 방식은 오동작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실수로 날짜를 며칠 더 앞으로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냥 시계가 멈추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럼 모든 날짜가 연동되어 크라운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에 엉킬 우려가 없다. 단 시계가 멈추고 제법 시간이 흘렀다면 날짜를 맞추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
문페이즈는 29일 12시간 44분 2.88초라는 달의 실제 주기와 가장 비슷하다.
베이스 무브먼트는 커트 클라우스가 좋아했던 ETA 밸주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7750. 견고하고 믿음직한 7750은 복잡한 퍼페추얼 캘린더를 구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었다. 4개의 서브 다이얼과 9개의 바늘이 정보를 직관적으로 가리키고, 연도를 4자리로 표시하는 장점까지 지닌 커트 클라우스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1985년 다 빈치 시계로 데뷔하며 커다란 반향을 이끌어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존경한 IWC 수석 디자이너 하노 버츠셔(Hano Burtscher)가 이탈리아 피옴비노(Piombino) 항구의 요새에서 착안한 토노 디자인은 IWC의 새로운 지평을 열 초복잡시계의 완벽한 피날레였다. IWC 퍼페추얼 캘린더는 그 뒤로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가장 도드라지는 변화는 문페이즈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상반된 달의 위상을 동시에 표시하는 더블 문페이즈가 등장했고, 초기작 대비 기어 수를 변경해 문페이즈의 정확성을 577.7년에 1일 수준의 오차로 크게 향상시켰다. 2000년 이후 베이스 무브먼트가 인하우스로 변경되면서, 넓어진 공간에 따라 전반적으로 재조정을 마쳐 최적화를 이뤘다.
IWC는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에 8개의 부품만 추가해 3999년까지 날짜를 따로 조정할 필요가 없는 이터널 캘린더를 탄생시켰다.
케이스백 설계를 변경하며 글라스백의 개방감이 굉장해졌다. 방수도 50m까지 지원한다.
영원불멸의 달력
IWC는 올해 커트 클라우스의 업적마저 뛰어넘었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영구 달력’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평년으로 간주한 2100년에는 조정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IWC가 새롭게 탄생시킨 ‘영속 달력’ 이터널 캘린더는 100의 배수인 해를 평년으로, 400의 배수인 해는 윤년으로 정한 그레고리력의 미세한 틈새까지 정복했다. 4000년이 되어야 비로소 이터널 캘린더를 조정할 시점이 온다. 100과 400을 모두 배수로 삼는 4000년을 평년으로 할지 윤년으로 할지 아직 정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100여 년에 불과한 일개 인간이 경험하기는 힘든 이벤트지만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적 관점에서 보면 의미가 깊은 발명이다. 이터널 캘린더의 비밀은 추가로 구성한 모듈에 있다. 4년에 한 번 회전하며 윤년을 제어하는 휠을 새로 디자인했고, 400년에 한 번 도는 휠과 인터미디어트 휠을 더해 엮어 100년과 400년의 규칙성에 대응한다. 문페이즈도 실제 달의 주기에 한층 근접했다. 3개의 인터미디어트 휠을 추가하고 회전비를 더 까다롭게 맞춰 무려 4500만 년에 하루라는 경이로운 오차율을 달성했다. 이 역시 믿기지 않지만 이터널 캘린더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다이얼 4시와 5시 방향 사이에 드러낸 이터널 캘린더의 핵심 부품은 허상의 기술이 아님을 한 번 더 증명하고 있다. 레이아웃은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와 비슷하지만 몇 차원은 더 높은 기능답게 디테일에도 한층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이다. 다이얼의 소재부터 일반적이지 않다. 아랫면에 래커를 도포한 유리 다이얼에, 그와 마찬가지로 유리를 가공한 서브 다이얼을 올렸다. 더블 문페이즈를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 회전하는 디스크도 유리로 만들었다. 투명하고 매끄러운 소재에 붙인 아플리케 인덱스나 프린트한 숫자는 마치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광경마저 연출한다. 이번에 포르투기저 상위 라인에 적용하기 시작한 더블 돔 글라스나 다이얼 가장자리에 솟아오른 플린지 디자인과도 잘 어울린다.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시계이지만 실제 모습은 생각보다 육중하지 않다. 기존보다 다소 날렵한 인상을 주는 케이스 덕분이다. 특히 스크루로 고정한 케이스백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통해 52000 계열의 이터널 캘린더 전용 칼리버 52640을 시원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방수는 오히려 50m로 향상했다.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현존하는 캘린더 메커니즘 중 가장 진보한 세큘러 캘린더다.
영원함에 바치는 찬사 Tribute to Eternity
그동안 숨을 고르던 IWC는 이번에 엔지니어링 브랜드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80여 개의 부품으로 99년의 달력을 표시하는 커트 클라우스식 퍼페추얼 캘린더의 혁신을 받들어, 이제 단 8개의 부품으로 약 40배에 달하는 4000년의 흐름을 지배한다. 세큘러 캘린더인 포르투기저 이터널 캘린더는 현존하는 캘린더 메커니즘 중 단연 가장 진보한 형태다.
LINE UP
포르투기저 퍼페추얼 캘린더 44
IWC는 올해 ‘시간의 영속성’을 추구한 포르투기저를 전면에 내세운다. 하루의 흐름을 호라이즌 블루, 듄, 옵시디언, 실버 문의 네 가지 컬러로 담아낸 테마도 신설했다.
HORIZON BLUE
밝고 청아한 아침 빛
Ref. IW503703 기능 시·분·초,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52616, 28,800vph, 54스톤, 16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4.4mm, 화이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DUNE
노을이 펼쳐지는 이른 저녁
Ref. IW503704 기능 시·분·초,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52616, 28,800vph, 54스톤, 16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4.4mm, 화이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OBSIDIAN
해넘이 직전, 여명을 간직한 밤하늘
Ref. IW503702 기능 시·분·초,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52616, 28,800vph, 54스톤, 16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4.4mm, 아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SILVER MOON
시릴 정도로 이른 새벽의 광채
Ref. IW503702 기능 시·분·초,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52616, 28,800vph, 54스톤, 16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4.4mm, 아머 골드, 50m 방수, 글라스백
게재호
92호(2024년 5/6월호)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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