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에게 현재는 전통의 또 다른 모습이며, 미래의 새로운 전설이 된다. 과거의 명작을 부활시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은 간접적으로, 고정관념을 뒤집는 아이디어로 창조주의 천재성을 오마주한 산토스 뒤몽 리와인드 워치와 리플렉션 드 까르띠에는 직접적으로, 시간을 거꾸로 헤아리는 듯한 일련의 복원과 재해석조차 미래로 향하는 큰 그림이었음을 이야기한다. 이 명제를 새기고 나면 까르띠에의 노벨티가 모두 동일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까르띠에라는 거대한 메종의 힘,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 없을 가치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CARTIER PRIVÉ TORTUE COLLECTION
까르띠에 프리베 똑뛰 컬렉션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에 똑뛰가 등장하기만을 기다려왔다. 루이 까르띠에가 탱크, 또노 다음으로 선보인 똑뛰는 우아한 디자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거북’을 닮아 붙여진 이름 너머를 자세히 살펴보면 탱크처럼 러그를 연장하고 또노보다 더 부풀려 그 둘의 균형을 맞춘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 프로포션을 유지하기 위해 1928년에 공개한 크로노그래프도 크라운에 통합된 푸시 버튼이 스타트, 스톱, 리셋을 관장하는 모노푸셔 방식을 선택했다. 바로 크래쉬와 더불어 컬렉터가 열광하는 똑뛰 모노푸셔다. 똑뛰의 명성은 쿼츠 강점기를 맞으며 잠시 잊히는 듯 했다. 1998년, 기계식 시계가 다시 부흥할 조짐이 보이자 까르띠에는 메종의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과거의 유산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현재 프리베의 전신인 CPCP(Collection Privée Cartier Paris)다. 리치몬트 내 외부의 내로라하는 무브먼트 제조사와 협력을 맺으며, 컴플리케이션은 고수 중의 고수인 APRP(Audemars Piguet Renaud & Papi)와 THA(Techniques Horlogères Appliquées)에게 맡겼다. 똑뛰 모노푸셔는 제일 먼저 부활했을 정도로 완벽한 작품이었고, 1999년 CPCP의 이름으로 재등장하게 되었다.
프랑수아 폴 주른(François‐Paul Journe), 바이애니 할터(Vianney Halter), 드니 플라지올레(Denis Flageolet),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THA의 멤버는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045 MC 제작에 참여했다. 칼럼 휠과 오실레이팅 피니언을 사용해 고전미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내구성을 실현한 045 MC는 프랑수아 폴 주른이 그 제조법을 시티즌 그룹의 무브먼트 제조사 라 주 페레에 넘긴 후에도 여전히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 새로운 똑뛰 모노푸셔는 과거의 자신도 뛰어넘어야 했다. 오리지널의 탄생 연도를 딴 1928 MC 칼리버는 똑뛰 모양으로 만든 형태에 칼럼 휠과 수평 클러치를 매치해 045 MC 못지않게 아름다운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에 현대의 치밀한 설계까지 이루어냈다. 덕분에 케이스 사이즈는 34.8×43.7mm로 CPCP 모델과 동일한데, 두께는 더 얇아졌다. 다이얼 디자인은 반대로 1920년대 오리지널에 가까운 편. 전작들의 매력을 절묘하게 콜라주했다는 점에서도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까르띠에 프리베 똑뛰 모노푸셔
Ref. CRWHTO0008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1928 MC, 28,800vph, 44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34.8×43.7mm, 플래티넘, 30m 방수, 글라스백
까르띠에 프리베 똑뛰
Ref. WHTO0007 / WGTO0006 기능 시·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430 MC, 21,600vph, 18스톤, 3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32.9x41.4mm, 플래티넘 또는 옐로 골드, 30m 방수, 솔리드백
SANTOS DE CARTIER DUAL TIME
산토스 드 까르띠에 듀얼 타임
팬데믹이 막을 내리며 여행자를 위한 컴플리케이션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산토스 워치는 듀얼 타임을 택했다. 엘리트 스포츠맨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월드 타임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시침을 하나 더 추가하는 GMT는 지나치게 수수했을 것이다. 6시 방향 서브 다이얼이 듀얼 타임의 영역으로, 가독성을 위해 기요셰 장식으로 마감했다. 12시간 방식 듀얼 타임에서는 필수 요소와도 같은 낮밤 인디케이터의 위치 선정도 절묘하기 이를 데 없다. 예나 지금이나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디자인을 위한 기술’의 진정성은 실은 이런 것이다.
Ref. CRWSSA0076 기능 시·분·초, 날짜, 듀얼 타임, 낮밤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28,800vph, 4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40.2×47.5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솔리드백
SANTOS-DUMONT RE-WIND
산토스 뒤몽 리와인드
19세기 후반 산토스 뒤몽은 단순한 비행사가 아니었다. 모든 면에서 트렌드를 앞서나간 소위 ‘크리에이터’였다. 그의 대담한 도전은 여전히 까르띠에에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올해의 산토스-뒤몽 리와인드 워치는 그의 삶을 압축했다. ‘리와인드’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거꾸로 가는 시계다. 까르띠에는 기존 430MC의 메커니즘을 베이스로 삼아 반대로 돌도록 조정했을 뿐이지만 정방향에 익숙해진 인간의 눈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로마 숫자 인덱스도, 시·분침도 모두 반시계 방향으로 흐른다.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로 날아오르려 했던 산토스 뒤몽의 꿈처럼.
Ref. CRWGSA0089 기능 시·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230 MC, 21,600vph, 18스톤, 4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31.4×43.5mm, 플래티넘, 30m 방수, 솔리드백
ANIMAL JEWELRY WATCH
애니멀 주얼리 워치
야생 동물의 위험하고 원초적인 아름다움은 까르띠에의 중요한 주얼리 워치에 중요한 코드로 작용해왔다. 첫 번째는 라운드 케이스 속 마름모꼴 다이얼을 담은 시계다. 라운드 케이스는 옆에서 보면 인버티드 세팅을 통해 야생의 무언가가 똬리를 튼 입체적인 형태로 쿠쌍 워치의 연장선 같은 느낌도 풍긴다. 악어인지 얼룩말인지 특정할 수 없는 추상성 역시 일부러 의도한 매력이다. 두 번째 시계는 좀 더 직관적이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악어가 에나멜과 사파이어 장식의 라운드 케이스를 휘감고 있다. 비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전하기 위해 악어의 눈에 카보숑 컷 에나멜을 절묘하게 세팅해 꿈을 꾸는 것처럼 연출했다.
Ref. HPI01617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38.85x34.29mm, 차보라이트 가닛, 다이아몬드, 화이트 골드, 30m 방수, 솔리드백
Ref. HPI01612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33.3x34.5mm,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마더 오브 펄과 화이트 골드, 30m 방수, 솔리드백
REFLECTION DE CARTIER
리플렉션 드 까르띠에
새로운 까르띠에 뱅글 워치의 등장. 까르띠에의 장기인 기하학과 건축학적 미학을 아낌없이 풀어내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다. 전체 미러 폴리싱 마감한 표면은 이름처럼 사방의 빛을 반사해내는데, 다이얼 앞에 마주선 표면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처럼 시간이 거꾸로 가는 듯 흥미로운 착시까지 일으킨다. 옐로 골드나 로즈 골드의 솔리드 모델은 소재가 주는 두툼하고 풍성한 중량감이 일품이다. 다이아몬드 세팅의 화이트 골드 모델이나 에메랄드와 흑요석 등으로 장식한 모델은 작년의 클래쉬 언리미티드 주얼리 워치처럼 요새 찾아보기 힘든 아르데코풍 빈티지
커프 스타일의 매력까지 지녔다.
Ref. WJMC0003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17.5x18.4mm, 옐로 골드, 30m 방수, 솔리드백
게재호
92호(2024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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