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BLOT BIG BANG INTEGRATED TOURBILLON FULL CARBON

눈으로 즐기는 블록버스터

내용

위블로가 처음으로 브레이슬릿에도 은빛으로 빛나는 텍사리움 카본을 적용했다.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제작된 이 셀프와인딩 투르비용은 새로운 소재와 미학적으로 흥미로운 조화를 이뤄낸다.

 뤼디거 부허(Rüdiger Bucher) 에디터 서정윤 


장점

+흥미로운 디자인

+독특한 무브먼트

+우수한 착용감

 

단점

-텍사리움 소재 경계면의 일부 매끈하지 못한 부분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금메달을 딴 운동선수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은빛이 훨씬 예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은이라는 물질이 발산하는 순수함, 희끄무레한 빛깔과 반짝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금이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배웠지만, 반짝이는 은빛은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았고 지금도 그렇다. 위블로 빅뱅 인테그레이티드 투르비용 카본에 첫눈에 반한 것도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이 이토록 은빛으로 밝게 빛나는 시계는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은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과연 정체가 뭘까. 스테인리스스틸, 화이트 골드, 플래티넘? 심지어 이 흉내낼 수 없는 광택은 실제로는 금속과 관련도 없다. 물론 나노 단위로 들어가면 아니지만,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자. 


속살이 비치는 시계

테스트 시계의 내부는 외부 못지않게 흥미롭다.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칼리버 HUB6035는 그 어떤 시계보다 인상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6시 방향에서 회전하는 미니트 투르비용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브리지에 장착되어, 사용자는 끊임없이 회전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밸런스 휠과 앞뒤로 진동하는 앵커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케이스 안쪽 가장자리에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제작한 두 개의 브리지가 왼쪽과 오른쪽에 추가로 자리한다. 각각의 브리지는 블랙 미니트 트랙과 인덱스 6개를 받치고 있어 마치 인덱스가 무브먼트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브리지가 분할하며 12시와 6시 방향에 남긴 공간은 자연스럽게 투르비용과 마이크로 로터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12시 방향에 위치한 로터는 6시 방향의 투르비용과 시각적인 균형을 이뤄낸다. 와인딩 동력은 바로 아래에 위치한 배럴로 이어지며, 대형 메인 스프링은 3일 파워리저브가 가능하다. 이 부품들 아래,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기어 트레인이 위치한다. 다이얼 표시를 관리하는 다이얼 트레인은 크라운에서 중앙부까지 이어지고, 왼쪽으로 와인딩 메커니즘이 자리한다. 태엽을 직접 감아보면 뒷면을 통해 마지막 인터미디어트 휠이 배럴과 맞물려 천천히 회전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위블로 빅뱅 인테그레이티드 투르비용 풀 카본은 케이스 앞면에서든 뒷면에서든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위블로가 플레이트도 오픈워크 처리했기 때문이다. 시계를 감상하는 포인트가 될 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디자인 요소가 된다. 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서도 과하게 투명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시계를 손목에 착용했을 때 살이 너무 많이 비쳐 보이지 않아야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HUBLOT

1980년에 설립된 위블로는 다양한 색상과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 콘크리트, 오스뮴, 레이스 등 30개가 넘는 소재를 사용했다. 기본 라인업은 브랜드의 아이콘이 된 ‘빅뱅’, 보다 전통적인 디자인의 ‘클래식 퓨전’, 원형이 아닌 모델들로 이뤄진 ‘MP’ 등이다. 2006년 위블로는 모든 구성요소가 블랙인 ‘올 블랙’을 최초로 선보이며 시계 업계를 뒤흔들었다. 제조사는 스위스 제네바 근처 니옹에 있으며 시계와 무브먼트도 그곳에서 제작한다.


스펙          

HUBLOT

빅뱅 인테그레이티드 투르비용 풀 카본


제조사 위블로 주식회사(Hublot SA)


소재지 스위스 CH-1260, 니옹, 슈망 드 라 뷔아르피예르 33 (Chemin de la Vuarpillière 2-33, CH-1260 Nyon)


제품 번호 455.YS.0170.YS


기능 시·분, 스톱 세컨드 기능 없음


무브먼트 투르비용을 탑재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HUB6035, 21,600vph, 26스톤, 72시간 파워리저브, 282개 부품


케이스 텍사리움을 입힌 카본, 매트한 블랙 코팅 티타늄 케이스백, 6개 스크루를 결합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H 모양 6개의 티타늄 나사를 적용한 카본 및 텍사리움 소재 베젤, 러그는 강화된 복합재료로 만들었으며 티타늄으로 만든 크라운은 러버로 둘러싸여 있다. 30m 방수.


스트랩과 버클 스트랩과 버클 텍사리움을 입힌 카본, 블랙 코팅 티타늄 소재의 이중 폴딩 버클


작동 안정성 테스트(오차 초/24시간)

다이얼 위 +13

다이얼 아래 +15

크라운 위 +5

크라운 아래 +5

크라운 왼쪽 +5

크라운 오른쪽 +5

포지션 간 최대 편차 10

평균 오차 +8


평균 진동각

수평 포지션 305°

수직 포지션 267°


사이즈 지름 43mm, 두께 14.15mm, 무게 68g


50개 한정


가격 2억909만원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링크에서 카본 특유의 직조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68g에 불과한 무게

시계를 집어든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가볍다. 너무 가벼워서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다. 시계는 손목에 잘 맞고, 이중 폴딩 버클로 사용이 간편하며 손목을 압박하지도 않는다. 위블로가 명시한 68g이라는 무게는 〈크로노스〉 독일의 자체 테스트 저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벼운 무게는 소재에서 비롯된다. 위블로는 이 시계를 설계할 때 티타늄 소재의 케이스백, 버클, 크라운 외 나머지 부분은 모두 특별한 종류의 카본으로 제작했다.


레이싱 자동차와 고급 시계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카본은 짙은 회색에서 검은색을 띤다. 카본에는 색을 입히는 게 불가능하다. 여러 종류의 탄소 섬유 필라멘트가 카본을 구성하는데 얇은 탄소 섬유 필라멘트가 모여 섬유 가닥을 이루고, 이 섬유 가닥들이 또다시 모여 카본을 구성한다. 탄소 섬유는 직조기에서 시트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이 소재로 베젤 등 시계 케이스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수 금형에 여러 시트 층을 겹쳐놓고 에폭시 수지라는 특수 접착제를 바른 후 1300°C로 가열해야 한다. 그 결과물을 기계로 가공해 최종 형상을 만든다. 카본은 경도가 높아 기계를 빠르게 마모시키기 때문에 공정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카본을 사용한 시계는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는 셈이다.


카본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F1 머신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몇 년 전부터는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으로 여겨져 시계에도 쓰이고 있다. 위블로는 카본 부품을 공급하던 업체를 인수하며 소재와 관련해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카본에 색을 입히는 방법까지 고안하기에 이른다.


글라스백을 통해 또 하나의 디자인 요소인 개방형 플레이트를 감상할 수 있다. 



테스트 결과         

HUBLOT

빅뱅 인테그레이티드 투르비용 풀 카본


스트랩과 버클(최대 10) 8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브레이슬릿 연결 부분인 링크도 70개 모두 텍사리움 카본을 활용해 제작한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다만 가장자리 경계면에 일부 매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케이스(10) 9

독특한 소재와 흔히 볼 수 없는 외관. 인상적인 무브먼트에 어울리는 케이스. 


다이얼과 핸즈(10) 9

단 두 개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구성된 다이얼은 투르비용 무브먼트에 모든 이목을 집중시킨다. 핸즈와 인덱스 모양은 칼리버의 건축학적인 모습과 잘 어울린다.


디자인(15) 15

무브먼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다. 마이크로 로터와 투르비용 사이의 시각적인 균형,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매혹적인 반짝임이 어우러져 뛰어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가독성(5) 4

이런 시계에서 가독성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핸즈가 배경과 대비되며 뛰어난 가독성을 자랑한다. 슈퍼 루미노바 덕분에 밤에도 잘 보인다. 투르비용과 마이크로 로터를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일부 미니트 인덱스를 제외했다.


조작성(5) 4

조작이 간편하다. 대부분의 투르비용 시계처럼 시간을 맞추기 위해 크라운을 뽑으면 초침이 멈추는 스톱 세컨드 기능은 없다.


착용감(5) 5

착용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편안하다.


무브먼트(20) 18

긴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는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칼리버. 개방형 구조 덕분에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만듦새가 우수하다.


작동 안정성 결과 (10) 7

안정적인 작동. 투르비용으로 인해 모든 수직 포지션에서 같은 값을 나타낸다. 시간이 약간 빨리 가도록 조정됐다. 


가격 만족도(10) 7

링크 브레이슬릿 때문에 동일한 무브먼트를 갖춘 러버 스트랩 버전의 빅뱅 투르비용 오토매틱 카본(1억 6553만원)보다 훨씬 비싸다. 물론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버전(약 3억3100만원)에 비해서는 가격이 합리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는 중고 가치가 구매가보다 낮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크로노스 평가 86점



색상의 비밀, 텍사리움

카본에 색을 입히기 위해 바로 금형 탄소 섬유층 맨 위에 다른 재료인 텍사리움(Texalium)을 얹었다. 핵심은 언제든 벗겨질 수 있는 코팅이 아니라, 아예 소재 자체를 통합해버리는 것이다. 베젤과 브레이슬릿 링크의 측면에서 블랙 카본이 쌓인 층 맨 위에서 빛나는 은빛 텍사리움을 볼 수 있다. 텍사리움은 캘리포니아의 복합소재 전문기업 헥셀(Hexcel)에서 개발했다. 텍사리움은 표면에 극도로 얇은 알루미늄 층을 입힌 유리섬유 플라스틱 베이스로 이루어졌다. 앞서 언급한 금속과의 연관성은 바로 이 알루미늄에 해당된다. 다만 알루미늄 층의 두께는 20nm인 0.00002mm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노 범위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알루미늄 층은 빛을 극도로 강하게 반사하는데, 테스트 시계의 빛과 광택도 그 덕분이다. 빅뱅 인테그레이티드 투르비용 풀 카본의 경우 텍사리움 위에 실크 층까지 덮여 있어 광택이 한 단계 더 향상됐다.



대안 모델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

2018년 티타늄 모델로 처음 발표한 옥토 피니씨모 투르비용 오토매틱은 가장 얇은 셀프와인딩 시계, 가장 얇은 투르비용 시계 등 세계 기록을 여럿 보유했다. 1년 후에는 카본 버전으로도 선보였다. 위블로와 마찬가지로 혁신적인 소재와 기술, 풍부한 디자인을 갖췄지만 전형적인 카본 블랙을 페르소나로 삼았다는 점이 다르다. 불가리는 마이크로 로터 대신 퍼리퍼럴 로터를 적용했다. 칼리버 BVL 288의 두께는 1.95mm에 불과하고 시계 전체의 두께는 3.5mm다. 무게는 48g으로 테스트 시계보다 가벼우며, 50개 한정으로 출시했다.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BVL 288 케이스 지름 42mm 가격 18만 유로(약 2억5900만원)


뜻밖의 시계

테스트 시계의 포장을 풀고 시계 앞뒤로 무브먼트를 살펴봤다. 그 다음에는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관찰했다. 여기서 눈에 띈 게 있다. 네 개의 러그 중 두 개에는 구부러진 부분의 재료가 닳아 없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브레이슬릿 링크 70개 중에서도 고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돋보기를 들고 더 자세히 관찰하자 더 이상 ‘보풀’이 보이지 않았다. 이건 코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대했을 때 섬유의 끝이 드러난 부분이 보이는데, 매끈하지 않고 빛을 다르게 반사하는 게 당연하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을 텍사리움 카본으로 마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면 당연히 누구나 위블로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시계를 본다면 반듯한 직선이 아닌 마감 상태가 신경 쓰일 수 있다. 위블로가 앞으로 출시할 모델을 얼마나 더 세련되게 마감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차측정기에서 작동 안정성을 테스트하며 수직 포지션에서 투르비용이 불균형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볼 수 있었다. 네 가지 위치에서 측정된 값이 모두 동일하게 나타났다. 수평 포지션에서 테스트하자 시계가 빨리 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때문에 평균 8초의 오차가 발생했으며, 손목에 착용했을 때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4일의 오차는 거의 30초에 달했다.



손목 위에서 발산되는 매력: 은빛 시계가 녹색과 잘 어울린다. 칼리버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지만 무브먼트 플레이트 때문에 팔이 보이지는 않는다. 


결론

위블로는 빅뱅 인테그레이티드 투르비용 풀 카본을 통해 자사 철학을 충실하게 보여줬다. 획기적인 소재와 특이한 외관 등으로 특별한 시계를 원하는 애호가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이 시계는 오렌지, 퍼플, 네온 옐로 등 톡톡 튀는 컬러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케이스로도 출시됐다. 조만간 위블로의 다른 모델에서도 텍사리움의 은빛 광택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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