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 H5697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12.1, 28,800vph, 28스톤, 7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38mm, 블랙 세라믹, 2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1140만원
샤넬 워치메이킹의 시작
전 세계 모든 여성의 선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샤넬. 다른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시계 시장에서는 아직 완벽한 포지션을 갖춘 것은 아니다. 샤넬 최초의 워치 컬렉션은 1987년 탄생한 프리미에르로 어디까지나 여성을 위한 시계였다. 당시 시계 제조 기술이 부족했던 샤넬은 고객의 심미안에 맞추기 위해 시계 공방 G&F 샤텔랭(G&F Chatelain)과 협력했으며, 1993년 이를 인수했다. 지속적인 확장을 위해 1997년에는 라쇼드퐁의 새로운 공장으로 이전했으며, 2000년에는 풀 세라믹 시계인 J12를 선보이기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이후로도 자체적인 세라믹 생산을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2007년부터는 본격적인 세라믹 제조까지 시작했다. 과거 <크로노스>의 취재에서 G&F 샤텔랭의 대표는 그 이전까지는 시계 케이스에 사용하기 위한 완벽한 세라믹을 제조하는 곳이 유럽에서는 라도가 유일했기 때문에 일본의 제조 업체와 협력했다고 한다. 이후 샤넬은 세라믹 제조의 노하우를 계속 늘려, 더욱 견고하고 높은 품질은 물론 최종 완성품의 로스와 파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성형 과정에서 조립에 필요한 홀까지 완성시키고 있다. 즉 오븐에서 성형을 마친 세라믹 부속은 표면 폴리싱 작업만을 거치면 완성이다. 게다가 표면 경도가 높은 세라믹의 특성상 샤넬이 원하는 수준의 완벽한 미러 폴리시를 위해서는 일반적인 연마 작업 후, 용액 속에 독특한 폴리시 알갱이가 채워진 텀블링 머신 작업까지 2번의 마감을 진행한다고 한다.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의 역사와는 조금 다르지만 자사의 개성적인 제품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샤넬의 인하우스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까지 제조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G&F 샤텔랭은 케이스, 브레이슬릿, 버클 등 다양한 외장 파트를 여러 시계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테크 세라믹은 여전히 샤넬만을 위해 생산한다. 이번 J12 컬렉션 소개를 위해 제품을 받았을 때, 오랜만에 신선한 기분을 느꼈다. 필자도 여러 취향 중에 전통적인 시계 애호가에 가깝다. 결국 시계는 품질이 제일 중요하고, 무브먼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물론 디자인이 지닌 힘을 무시하진 않는다. 단, 분명한 건 디자인이 좋지만 품질이 나쁘다면 그건 결코 좋은 시계는 아니다. 럭셔리 워치 카테고리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자 그럼 2000년에 탄생해 이제 샤넬의 아이콘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J12의 품질은 어떨까.
이를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아이콘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콘이라 함은 앞서 말한 좋은 시계와는 반대로 단순히 잘 만들었다고 해서 칭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오랜 시간을 통해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샤넬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든 J12는 지금도 호불호는 있겠지만, 적어도 시계 애호가 혹은 관계자라면 샤넬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J12가 바로 떠오를 것이다. 과연, 이것이 단순히 디자인과 마케팅만으로 가능할까. 그럴 리 없다. 개인적으로 J12는 오히려 샤넬의 압도적인 명성 덕분에 그 가치를 더 넓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자, 그럼 샤넬이라는 이미지를 잠시 벗어두고, 순수하게 J12라는 시계의 디테일을 살펴보자. 메인으로 소개할 제품은 J12 블랙. 그중에서도 오리지널과 같은 케이스 지름 38mm 버전으로 현재 컬렉션의 기본이자 주력 모델이다. 일반적인 남성들이 착용하기엔 약간 작을 수도 있지만, 현재 시계 시장의 대세는 다운사이징이고 반짝이는 표면 질감 덕분에 굉장한 존재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로 느껴진다. 굳이 디자인적으로 계통을 찾으라면 다이버 워치다. 회전 베젤, 뛰어난 시인성을 갖춘 핸즈와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볼드한 3열 브레이슬릿까지. 그러나 그 누구도 J12에서 고전적인 다이버 워치의 모습을 찾지 않는다. 여기서 샤넬이 선택한 세라믹 소재가 위력을 발휘한다.
블랙 세라믹의 매끈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 다이얼 역시 굉장히 입체적이고 훌륭한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 .
J12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통적인 시계 케이스 소재는 골드와 스틸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세라믹을 선구적으로 사용한 IWC나 라도 역시 실험적인 성향이 강했고, 모두 안정적인 컬렉션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 따라서 세라믹을 유행시키고 시계 케이스 소재의 하나로 완전히 자리 잡게 해준 건 J12의 공이 크다. 가장 큰 특징은 컬러다. 기존에도 검은색 시계가 등장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코팅이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착용하면 천천히 벗겨지는 것이 운명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럭셔리 워치에 한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코팅 케이스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J12를 처음 발표했을 당시에는 애초에 검은색 시계 자체가 드문 데다가, 반짝이는 유광 블랙 같은 경우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통적인 시계 애호가들에겐 약간 거부감이 드는 질감이었을 정도니까. 이는 지금도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를 선호하는 이에게는 단점이다. 하지만 럭셔리 패션을 사랑하는 여성 고객에게는 즉각적인 반응을 얻었고, 역시나 샤넬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멋지고 창의적인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현재 J12 컬렉션의 기본 컬러는 샤넬의 디자인 코드라고도 할 수 있는 블랙과 화이트다. 2000 년 발표 당시부터 유니섹스를 표방하며 블랙 세라믹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3년 정도 후 화이트가 더해졌다. 그리고 과거 그레이나 일부 파트에 유색 컬러 세라믹이 등장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결국 가장 순수한 두 가지 컬러만이 남아 있다.
게임체인저 칼리버 12. 1
J12의 가장 큰 변화는 2019 년 1월에 일어났다. 샤넬이 스위스의 신생 무브먼트 제조사 케니시(Kenissi)의 지분을 20% 소유하며, 전용 매뉴팩처 칼리버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기존에는 ETA의 범용 무브먼트를 사용했던 J12는 탄생 20주년을 자축하며 인하우스 칼리버 12.1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역설적이게도 기존 샤넬의 팬이라면 무브먼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평가 기준이 예민하기 그지없는 전통적인 시계 시장에서, 특히 시계 애호가들에게 J1 는 칼리버 12.1을 탑재하기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큰 사건이다. 물론 과거 오데마 피게와 파트너십을 맺어 하이엔드급 무브먼트를 탑재한 버전도 있었으나, 지속적인 생산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자사에서 직접 설계 ·제조까지 진행한 100% 인하우스 칼리버는 아닐지언정, 칼리버 12.1을 탑재한 시점에서 J12는 진정한 의미의 럭셔리 워치로 재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외장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케이스 지름은 38mm로 동일하지만 무브먼트가 바뀌면서 두께가 12 .6mm 로 약간 늘어났다. 이에 맞춰 브레이슬릿 마디의 비율도 변경했으며, 기존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백도 세라믹으로 교체됐다. 물론 글라스백까지 더해졌다. 그 외에도 다이얼과 인덱스의 크기 조정, 더 촘촘해진 베젤의 홈 수, 작아진 크라운 등 이 모든 변화는 J12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은 최대한 유지한 채 조금 더 우아한 모습으로 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칼리버 12.1은 같은 매뉴팩처를 공유하는 튜더의 소형 칼리버 MT5400 시리즈의 형제 무브먼트다. 생김새도 비슷할뿐더러, 스펙도 거의 동일하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의 스리핸즈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설계 구조적인 면으로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건 중심부에 매달린 듯한 원형 브리지의 텅스텐 로터, 프리스프렁 밸런스휠과 이를 견고하게 고정한 양방향 브리지, 화려하진 않지만 깔끔한 마감이다. 특히 피니싱에 힘을 준 로터 바로 아래 메인 플레이트는 섬세한 표면 브러싱, 모서리의 반짝이는 앙글라주 덕분에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샤넬이 특허 받은 트리플 폴딩 버클. 처음에는 약간 요령이 필요하지만 매우 편리하다.
기본적으로 검은색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캐주얼 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다만 필자는 화이트 버전은 조금 자신이 없다.
현대에 탄생한 신형 칼리버답게 파워리저브는 70시간을 제공하며 COSC 인증을 받아 높은 정확도를 보장한다. 조작 방식은 일반적인 시계와 동일하다. 스크루 다운 크라운을 풀어준 상태에서 0단 태엽 감기, 1단 날짜 조정, 2단 시간 조정이다. 좌우로 솟은 크라운 가드 때문에 크라운을 빼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계를 옆에서 보면 가드 아래로 크라운이 절반 가량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조작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훌륭한 다이얼 디테일
흑백으로 단 두 가지 컬러만 존재하는 다이얼은 언뜻 심플한 인상이지만, 클로즈업 사진을 보면 높은 디테일과 입체적인 조형을 느낄 수 있다. 다이얼은 그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중앙에 브랜드명과 이름을 새긴 섹터 다이얼, 그 외곽으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부분이다. 이들은 약간의 높이차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이를 레일웨이 인덱스와 은빛으로 빛나는 금속링으로 채워 더욱 명확하게 구역을 나눴다. 그리고 다이얼 가장 바깥쪽에는 1분 단위 인덱스가 있는 얇은 플랜지를 넣어 자연스럽게 글라스까지 도달한다. 강렬한 대비를 이룬 모노톤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입체적인 구성 덕분에 단조로운 느낌은 없다. 디테일도 훌륭하다. 10배율 루페(보통 부티크에서는 2~3배율 사용)로 확인했음에도 글씨나 라인의 인쇄 상태도 완벽했다. 입체적으로 제작한 세라믹 아플리케 인덱스, 블랙 미러처럼 반짝이는 래커 다이얼의 질감, 핸즈 표면 페인팅과 블랙 루미노바 도포 상태까지 모두 흠잡을 데가 없었다. 굳이 아쉬운 점을 찾자면 핸즈 사이의 간격과 다이얼 중앙 홀 크기 정도일까. 사실 일부러 보지 않으면 파악하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이 정도로 예민한 부분을 언급해야 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2개의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역시 세라믹으로 제작했다. 방사형으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고, 센스 있게 4시부터 8시까지의 숫자는 읽기 쉽도록 반전시켜두었다. 참고로 야광 물질은 칠해져 있지 않다. 플랜지에 있는 5분 단위 정사각형 인덱스만 야광이며, 의외로 시·분·초 핸즈의 검은색 부분도 블랙 루미노바로 채워져 있으나 거의 빛을 발하지 않는다. 반면 화이트 세라믹 케이스 버전은 반대로 검은색 페인팅 핸즈에 화이트 루미노바를 채워 어둠 속에서도 쉽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이버나 파일럿 워치처럼 실용성에 목적을 둔 모델이 아니기에 철저하게 디자인 컬러 콘셉트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세라믹 케이스
외장 소재는 베젤 인서트, 미들 케이스, 케이스백, 브레이슬릿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세라믹이다. 베젤의 베이스 부분, 즉 조작을 위해 홈이 파인 바깥 부분과 크라운, 버클 접힘 파트만 스테인리스스틸을 사용했다. 세라믹 파트는 모두 반짝이는 미러 폴리싱이다. 모든 표면에 얼굴이 그대로 비춰 보일 정도로 마감도 좋다. 참고로 세라믹의 표면 경도는 1300비커스 정도. 200비커스의 일반적인 스테인리스스틸보다 7배가량 단단하다. 따라서 일반적인 금속 시계 수준으로 마감을 하려면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샤넬은 특히 외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넓은 면적의 곡면을 미세한 굴곡 없이 평탄하게 마감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모든 모서리 역시 부드럽게 처리되어 있어 시계의 어느 부분을 만져도 좋은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사실 기능적인 이유도 있다. 세라믹의 특성상 뾰쪽한 모서리를 남겨두면 충격에 의한 파손 우려가 있어 애초에 극단적으로 얇은 두께나 예리하게 떨어지는 모양으로 디자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브레이슬릿 마디 조정 방식도 마찬가지다. 버클 쪽 마디 옆면을 보면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는 원형 금속 부속이 보이는데, 이 홀 안으로 핀을 넣어 강하게 누르거나 망치로 때려주면 반대쪽으로 핀이 밀려나와 분해할 수 있다. 즉 세라믹 부분은 직접적으로 접촉할 일이 없기 때문에 조정 과정에서의 파손을 미연에 방지했다. 디자인적으로 조금 특이한 점도 있다. 양쪽에 하나씩 절반 사이즈 마디가 추가로 붙어 있는, 시각적으로 다소 신경이 쓰이는 1.5배 길이의 마디가 있다. 일반적인 브레이슬릿 시계는 손목 사이즈에 맞춰 미세 조정을 하기 위해 절반 사이즈 마디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샤넬은 세라믹으로 이렇게 작은 마디를 만들 경우 내구성을 걱정한 것 같다. 따라서 마디 절반 사이즈를 줄이고 싶을 경우 1.5마디를 빼고 일반 사이즈 마디를 다시 하나 결합해야 하는 과정을 한 번 더 거쳐야 하긴 하지만, 필요하다면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양방향으로 접히는 폴딩 버클은 가운데에 스프링 역할을 하는 기다란 판이 삽입된 구조로 샤넬이 특허를 취득했다. 약간의 힘을 가해 닫으면 어느 순간 딸깍 소리와 함께 마치 자석이 붙는 것처럼 접혀지며, 손목을 아주 세게 흔들어도 열리는 위험 없이 견고하게 고정된다. 다만 버클을 닫으면 양쪽 브레이슬릿이 만나는 중앙 부분에 약간의 틈이 보이는데, J12의 외장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 방수는 무려 200m를 보장한다. 이제 일상생활은 물론 가벼운 수영에도 문제가 없는 올라운더 워치로서 활약이 가능하다.
아쉽게도 샤넬이 제조한 하이테크 세라믹의 강력한 표면 경도를 확인할 정도로 오랜 시간 착용하진 못했다. 그러나 필자가 약 10년 가까이 착용한 다른 세라믹 케이스 시계와, 주변 J12 오너들의 시계를 보면 분명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흠집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J12의 아름다운 광택과 매끈한 표면은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지나도 마찬가지다. 이게 바로 21세기 새로운 케이스 소재로 자리 잡은 세라믹의 장점이다. 초기에는 파손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이제 손목시계에 가해지는 일상적인 충격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수많은 필드 테스트로 증명됐다.
럭셔리 워치로서의 J12
일주일간 J12를 착용하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편안한 착용감이다. 지름 38mm의 적당한 케이스 크기와 모든 브레이슬릿 마디가 손목을 감싸듯이 안쪽으로 살짝 굽어져 있고, 여기에 매끈한 세라믹의 마감까지 합쳐져 일반적인 금속 소재 시계와는 다른 따뜻하고 기분 좋은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심리적으로도 상처가 잘 나지 않는 시계라는 점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게다가 평소 편한 캐주얼 차림의 필자에게 강렬한 유광 블랙 케이스는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대부분의 옷차림에 잘 어울렸다.
덕분에 이제 J12에 대해 확실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반짝이는 검은색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분명 전통적인 시계 애호가에겐 조금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훌륭한 시인성, 쉽게 상처가 나지 않는 세라믹 소재, 정확도가 높은 인하우스 무브먼트, 브랜드를 대표하는 완성된 디자인. 분명 좋은 시계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만약 시계로서 J12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는 샤넬의 너무나도 거대한 명성에 가려진 워치메이킹의 진가에 대해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게다가 J12는 디자인만으로도 이미 꽤나 멋진 시계다.
게재호
90호
Editor
김도우
사진
이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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