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IER TANK LOUIS CARTIER WATCH
영원한 아이콘 까르띠에 탱크 워치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디자인으로 재해석되고 많은 시계에 영감을 준 탱크 워치는 여전히 고전적인 매력과 함께 까르띠에만의 감각적인 디자인 문화를 전달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
1847년 창립한 프랑스의 유서 깊은 시계·보석 제조업체 까르띠에는 이제 200년 역사를 향해 가고 있다. 이를 뛰어넘는 역사를 지닌 시계 브랜드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는 반면, 브랜드 수명에 비해 짧은 기간만 생산하는 제품의 속성상 100년의 역사를 가지는 시계는 많지 않다. 기술의 발전, 트렌드의 변화, 때로는 세계 정세나 경제 위기 같은 거대한 파고를 견디며 한 세기를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새로운 모델을 내는 방법으로 역사를 이어왔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트렌디한 디자인과 마케팅을 적용했다. 경기가 불황이면 제품의 가격접근성을 향상시켰고 호황에는 값비싼 모델을 내놨다. 브랜드의 새로운 길은 새로운 모델이 열었고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다가 또 사라졌다. 때문에 하나의 모델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 10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긴 역사를 가진 모델을 보면 마치 하나의 종이 진화하는 과정처럼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점이 되는 모델을 구심점에 두고 변형하고 다듬어냈으며 여러 파생형을 만들어내며 세대교체를 거듭해왔다. 그렇게 긴 역사를 지닌 시계 중 까르띠에의 탱크 워치는 특별하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할뿐더러 여전히 활력 넘치는 생명력으로 미래를 써나갈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Haw-lin Services © Cartier
탱크 워치의 상징인 평행 샤프트 브롱카. 이제는 많아진 사각 시계 사이에서 여전히 탱크만의 개성을 빛내주는 케이스다.
전쟁에서 발견한 희망의 디자인
탱크 워치는 전 세계가 전쟁의 혼란에 지친 1917년 등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전쟁의 종반으로 행하며 참호전으로 흘러갔다. 참호에 몸을 숨기고 원거리에서 총으로 서로를 겨누다가 총알이 떨어지면 달려들어 백병전을 치렀다. 하지만 섣불리 적의 참호로 뛰어들었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후, 적이 먼저 오기를 기다리게 된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극도의 긴장과 적을 기다리는 끝없는 기다림이 뒤엉킨 형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 체인저로 탱크를 투입했다. 영국을 비롯해 전쟁에 참가한 많은 국가에서 참호전의 양상을 바꿀 새로운 무기로 탱크를 개발했고, 프랑스의 르노는 TF- 17이라는 근대적 개념의 탱크를 실전에 배치했다. 이것은 참호를 넘을 수 있도록 캐터필러로 움직였고 회전하는 포탑을 갖췄다. 이론상 참호전을 타개할 수 있는 무기로 투입되었지만 실제 활약상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느린 이동속도, 빈약한 장갑과 무장으로는 실전에 써먹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탱크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전쟁에 지친 많은 이에게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중 한 명이 루이 까르띠에였다. 그는 탱크의 실루엣을 딴 시계를 만들고 이름을 탱크라고 지었다. 전쟁 종료를 염원하는 이 시계는 TF-17을 공중에서 내려다본 실루엣과 유사한 케이스 라인을 그렸다. 탱크의 차체인 직사각형 실루엣을 중앙에 두고 좌우에 캐터필러를 묘사한 브롱카(Brancards)를 더했다. 브롱카는 디자인적인 역할은 물론 1904년 까르띠에가 산토스 워치로 제시했던 러그의 기능적인 역할까지 겸했다. 당시 유행했던 예술사조인 아르데코를 반영해 직선적이며 간결한 디자인으로 완성한 탱크 워치. 이를 디자인한 루이 까르띠에는 전쟁무기의 이름을 빌린 시계가 까르띠에는 물론 시계 역사를 대표하는 모델이면서, 유례없이 긴 수명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탱크 워치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지만 여전히 활력 넘치는 생명력으로 미래를 함께할 시계다.
말 그대로 영원한 아이콘이다.
까르띠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Ref. WGTA0059
기능 시·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1917 MC, 21,600vph, 19스톤, 38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33.7×25.5mm, 옐로골드, 3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1700만원대
올해 애뉴얼 에디션으로 출시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 레드 포인트 버전. 한결 같은 디자인이 시대의 아이콘이라는 증거다.
역동하는 탱크 워치의 생명력
탱크 워치의 본격적인 전개는 1919년부터다. 역사의 서막이 열리고 불과 2년 뒤인 1921년 베리에이션인 탱크 상트레(Cintrée)가 등장한다. 탱크 워치에 비해 케이스 세로가 더 길고 옆면에서 보면 완만한 곡선을 그렸다. 1920년대 초반은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휴대용 시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기 시작한 때다. 따라서 탱크 상트레는 회중시계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인 착용감을 구현했다. 손목시계의 케이스백은 곡선을 그리는 손목과 밀착할수록 좋은 착용감을 제공했기 때문에 탱크 상트레는 커벡스(Curvex) 케이스를 들고 나왔다. 탱크 워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시도한 첫 번째 예였다. 탱크 상트레의 등장에서 1년 뒤인 1922년 탱크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 탱크 알롱제(Allongée), 탱크 쉬누아즈(Chinoise)가 대거 등장한다. 이들 베리에이션은 탱크 워치의 성공에 힘입어 세포 분열하듯 차례로 선을 보이며 역동적인 생명력을 드러냈다. 디자인에 변화를 준 알롱제는 길쭉하다. ‘길이를 늘리다’라는 의미를 지니며 노말 탱크에 비해 세로가 긴 케이스를 지녔다. 중국을 의미하는 쉬누아즈는 중국의 사원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으로 브롱카 위로 두 개의 바가 올라간 듯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것은 사원의 지붕과 처마를 연상시킨다.
Vincent Wulveryck, Cartier Collection © Cartier 1919년 최초의 탱크 모델인 탱크 노멀. |
Nick Welsh, Cartier Collection © Cartier 1922년 탄생한 탱크 루이 까르띠에. |
디자인을 통한 다양화는 물론 기능을 매개로 한 변주도 시도했다. 글라스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탄생한 탱크 아 기쉐(Tank à Guichet)는 점핑 아워와 디스크 방식의 분 표시를 제외한 부분을 금속판으로 덮었고, 탱크 바쉬큘란트(Basculante)는 케이스를 뒤집어 글라스가 있는 앞쪽을 숨길 수 있도록 했다. 아예 글라스를 커버로 덮어 시간을 확인할 때만 커버를 열어보는 탱크 사보네트(Savonnette)나 바를 연결해 만든 슬라이딩 커버(Sliding Strut Cover)를 갖춘 탱크 워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이 보편화되기 전 쉽게 깨지던 글라스를 보호하는 기술적 제시였다. 1931년 등장한 탱크 에탕쉐(Étanche)는 탱크 워치 역사에서 기술적인 진보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시계는 손목에 착용하게 되면서 착용감과 함께 방수성능이 요구되었고 탱크 에탕쉐는 케이스 속 이너 케이스와 록킹 크라운 구조를 갖추면서 방수기법의 하나를 제시했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 방수성능이 요구되었던 파샤 워치와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른 접근을 드러냈다. 탱크 워치는 디자인, 기능에 따른 베리에이션 외에 까르띠에가 거점으로 삼았던 파리, 런던, 뉴욕을 모티프로 변화를 준 모델도 있다.
탱크 머스트의 부활과 재구성
1970년대 스위스 시계업계는 쿼츠 손목시계의 등장으로 유례없는 위기와 마주한다. 까르띠에 역시 브랜드를 전반적으로 재정립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 무렵 위기와 변화 속에서 등장한 브랜드의 방향성과 이를 반영한 컬렉션이 레 머스트(Les Must)다. 탱크 워치를 한정으로 한 머스트, 즉 탱크 머스트의 특징은 가격 부담을 줄여 좀 더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는 데 있었다. 실버 케이스에 금도금을 한 버메일 케이스는 외관상으로 탱크 루이 까르띠에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탱크는 1996년 등장한 탱크 프랑세즈가 나온 이후 본격화되었기 때문에, 탱크 워치의 위상을 흔들지 않으면서 시계 업계의 위기와 새로운 소비층을 찾아내기 위한 합리적인 시도였다. 케이스 소재뿐 아니라 디테일에서도 변화를 꾀했다. 다이얼 외곽을 따라 그리는 레일웨이 미니트 인덱스와 로만 인덱스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버건디나 짙은 블루 혹은 골드 다이얼을 사용하는 과감함으로 승부했다. 2021년 탱크 머스트를 부활시킨 까르띠에는 단종이 예고된 탱크 솔로와 빈티지 탱크 머스트를 융합했다. 1970년대에 보여주었던 극단적으로 심플한 다이얼과 다채로운 컬러감이 2021년에 돌아온 것이다. 또한 버메일 케이스로 젊은 세대를 공략했던 1970년대처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를 도입해 대중성을 꾀했다. 탱크 솔로가 지니고 있던 브레이슬릿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통해 새로운 탱크 머스트에 녹아들었다.
Documentation Cartier Paris © Gilbert Nencioli 1975년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의 까르띠에 매장 전경. |
Vincent Wulveryck, Collection Cartier © Cartier 1977년 발표한 탱크 머스트. 레 머스트 캐치프래이즈가 전면으로 나선 시절. |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이전과 같이 골드 케이스로 생산하며 탱크 머스트의 부활과 함께 몇 가지 디테일을 더했다. 2021년부터 한정된 생산기간 동안에만 선보일 섹터 다이얼의 탱크 루이 까르띠에다. 섹터 다이얼은 컬러나 톤, 라인을 이용해 공간을 나눈 다이얼을 의미하며,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케이스 소재에 따라 안트라사이트와 블루, 샴페인 골드와 레드로 완성한 섹터 다이얼을 선택할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내놓았던 탱크 머스트에서 먼저 보여준 다이얼 디테일이며 이때는 쿼츠 무브먼트가 대중화를 이룬 시점이라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해 정확성을 꾀했다. 물론 최신 모델은 당시 탱크 머스트의 다이얼에 프린트된 ‘must de Cartier’ 문구를 삭제하고 수동 무브먼트 칼리버 1917 MC를 탑재해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정체성과 포지셔닝을 유지하는 한편 다양성과 더할 나위 없는 고급스러움을 제공하고자 한다.
올해 신제품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에 탑재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1917 MC. 탱크가 탄생한 해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보기 드문 토너 형태가 인상적이다.
CARTIER TANK WATCH LINE UP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
애뉴얼 에디션이 될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두 가지 골드 컬러에 매칭하는 고전적인 느낌의 섹터 다이얼이 특징이다. Ref. WGTA0058은 핑크골드 케이스에 안트라사이트 컬러를 기본으로 블루 컬러를 이용해 다이얼을 세분화했다. 액자 속 액자처럼도 보이는 Ref. WGTA0059는 다이얼을 따뜻한 옐로골드와 버건디로 채웠다. 두 모델 모두 다이얼에서 포인트 컬러와 같은 색의 스트랩을 사용해 전체적인 통일성을 꾀했다. 탱크 머스트의 재등장으로 이제 상위 모델에 놓인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쿼츠 무브먼트 버전도 있지만 기계식 무브먼트 탑재 비율이 좀 더 높다. 이 두 모델 역시 역시 기계식인 핸드와인딩 칼리버 1917 MC를 사용했다. 고전적인 토노형 무브먼트로 3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갖췄다.
Ref. WGTA0058(블루) · WGTA0059(레드)
기능 시·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1917 MC, 21,600vph, 19스톤, 38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33.7×25.5mm, 핑크골드(블루) · 옐로골드(레드), 3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1700만원대
탱크 머스트 드 까르띠에
다이얼의 ‘must de Cartier’가 사라지고 케이스 소재가 스테인리스스틸로 바뀐 걸 제외한다면 1970년의 오리지널과 거의 흡사하다. 다이얼 컬러에서도 버건디, 네이비를 그대로 가지고 왔고 요즘 인기가 높은 짙은 그린 다이얼을 추가했다. 인덱스를 생략한 극도로 심플한 다이얼에 선명한 컬러를 통해 캐릭터를 표출한다. 다이얼과 같은 컬러의 스트랩을 매치해 더욱 강렬한 컬러감을 선사한다.
Ref. WSTA0054(버건디) · WSTA0055(네이비) · WSTA0056(그린)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33.7×25.5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350만원대
탱크 머스트 워치
탱크 루이 까르띠에와 동일한 케이스 실루엣처럼 보이지만 탱크 머스트는 실버톤 스틸 케이스 덕분에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 몰론 전통적인 기울어진 로만 인덱스도 한몫한다. 까르띠에는 대체로 라지 사이즈 모델에 기계식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경향이 높으며 이 점은 탱크도 마찬가지다. 탱크 머스트 라지는 스리 핸즈와 데이트 기능을 제공하는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칼리버 1847 MC를 탑재한다. 탱크 솔로의 유산인 브레이슬릿은 살짝 납작하게 처리한 탱크 솔로의 것을 다시 디자인해 입체적인 탱크 머스트의 형태에 맞췄다. 덕분에 브레이슬릿을 포함한 전체의 형태는 탱크 프랑세즈처럼 캐터필러 형태에 가까워지고 꽤나 볼드하다. 때문에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스트랩 버전을 택하면 다소 순화할 수 있다. 케이스 지름이 작은 여성용 탱크 머스트는 스틸 케이스에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타임 온리로 선보인다.
Ref. WSTA0053(브레이슬릿) · WSTA0040(가죽)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1847 MC, 28,800vph, 23스톤, 42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41×31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510만원대 · 460만원대
탱크 머스트 주얼리 워치
다이아몬드를 더해 더욱 우아하다. 탱크의 장점은 좌우대칭으로 평행한 브롱카 덕분에 화려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해도 균형이 무너지거나 고전적인 감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두 가지 크기로 출시하며 사진의 라지 버전은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42개(0.48캐럿)를 사용했는데, 쿼츠 칼리버를 탑재해 가격 접근성을 높였다. 블랙 송아지 스트랩은 노멀 모델과 달리 섬세한 세로줄 패턴이 있다.
Ref. W4TA0017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33.7×25.5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900만원대(11월 출시)
글
구교철(타임포럼 편집장)
Editor
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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