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오리스의 신제품 론칭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오리스의 각 지역 마케팅 담당자만이 아니라 공동 CEO인 롤프 스투더(Rolf Studer)가 직접 자리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고 실시간으로 스위스 매뉴팩처의 관계자를 화상 연결해 질문 시간을 갖기도 했다. 최근 대형 시장인 아시아를 위한 행사는 자주 있지만 이번 이벤트가 흥미로운 건 전 세계 최초 공개 현장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발표한 신제품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컬렉션이 될 시계다. 이는 아시아에서 오리스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오리스는 스위스의 다른 명품 시계 브랜드보다 이른 시기에 중국에 진출하여 이미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룬 상태다. 한국 역시 최근 몇 년간의 성장률이 두드러지며 2017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 단독 부티크까지 오픈했다.
ORIS BIG CROWN PROPILOT X CALIBRE 115
Ref. 01 115 7759 7153-Set7 22 01TLC
기능 시·분·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115, 21,600vph, 38스톤, 10일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4mm, 티타늄,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870만원
오리스의 6번째 매뉴팩처 무브먼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X 칼리버 115는 오리스의 항공 시계인 빅 크라운 컬렉션에 속해 있지만 기존의 어떤 제품과도 겹치지 않는 파격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이는 스켈레톤 가공한 매뉴팩처 무브먼트 덕분인데 2014년 브랜드 창립 110주년을 기념해 등장한 칼리버 110을 베이스로 수정했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완벽하게 새로운 무브먼트는 아니지만 단순히 수정했다고 말하기엔 변화가 크다. 검은색에 가까운 스켈레톤 다이얼 뒤로 보이는 무브먼트 브리지는 대부분 아연 도금을 한 짙은 회색이다. 브리지와 부속의 마감은 기계식 시계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제네바 스트라이프, 페를라주, 미러 폴리싱 등 장식적인 요소 대신 매트한 질감을 살렸다. 그 어디에도 반짝이는 부분이 없다. 이는 시계의 테마와 관련이 있는데 프로파일럿 X는 자연 속 암석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기하학적으로 뻗은 다이얼과 브리지 형태는 미래지향적인 건축 요소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처럼 완벽한 스켈레톤 무브먼트인 칼리버 115는 여러 겹의 브리지 레이어 구조로 어떤 조명 상황에서도 그림자로 인한 입체감과 콘트라스트가 도드라져 보인다. 스켈레톤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편견에도 걱정 없다. 모든 브리지와 플레이트는 가운데 부분, 즉 내부를 덜어냈을 뿐 실루엣과 구조를 지탱하는 라인은 그대로다. 즉 모든 부속이 최소 3점으로 고정되어 충격으로 흔들리거나 파손이 생길 가능성은 극히 낮다. 케이스백은 당연히 글라스백이며 무브먼트의 뒷면 역시 칼리버 110의 모습은 없다. 물론 골격은 같지만 부속의 컬러와 표면 마감까지 모두 다른 방식을 사용해 칼리버 115만의 확고한 개성이 있으며 이 커다란 케이스를 가득 채운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여전히 압권이다. 기존 오리스 매뉴팩처 무브먼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형 배럴의 커버까지 가공해 독특한 내부 구조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참고로 10일 파워리저브를 지원하는 배럴 속 메인스프링의 길이는 1.2m에 달한다. 기능을 살펴보면 칼리버 115는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방금 이야기한 롱 파워리저브를 실현하는 거대한 원 배럴과 축적된 동력이 낮아질수록 인디케이터 간격이 커져 더욱 정밀하게 표시하는 비선형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다. 또한 인하우스 칼리버답게 스몰세컨드와 인디케이터의 위치도 일반적인 시계와 다르다. 스켈레톤과 톤앤톤으로 제작한 다이얼과 무브먼트라 시인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커다란 핸즈를 하얀색 루미노바로 채워 포인트를 줬다.
개성적인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감싼 비행기 엔진 터빈 블레이드 패턴의 베젤은 시계를 메커니컬한 인상으로 만든다. 기존 프로파일럿과 달리 글라스 안쪽 플랜지에도 동일한 패턴을 대칭으로 넣어 더욱 정밀해 보인다.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을 대표하는 디자인이기도 한 이 베젤 덕분에 오리스만의 아이덴티티가 확고하다. 파일럿 워치답게 커다란 크라운도 같은 스타일이며 편안한 조작이 가능하다. 직선미를 강조한 미들 케이스는 러그 끝에서 한번 더 꺾이며 마무리된다. 그리고 브레이슬릿과 케이스를 연결하는 러그 엔드피스는 러그와 동일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가운데에 크게 볼륨을 줬다. 꽤나 신선한 형태로 커다란 케이스를 자연스럽게 받쳐주면서 동시에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케이스의 입체적인 조형은 크라운 가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살짝 튀어나온 크라운 가드는 특정 각도에서는 마치 피라미드처럼 보일 정도로 다양한 각도로 가공했다.
3열 링크 형태의 브레이슬릿은 펼쳐져 있을 때를 기준으로 러그와 엔드피스의 표면 각도를 그대로 유지해서 직선이 되도록 만들었다. 시계를 손목에 착용하면 각 마디가 기울어지며 만들어지는 틈새로 그림자가 생기며 연결 부분이 사선이라 입체감도 뛰어나다. 또한 각도에 따른 표면 난반사로 시각적인 즐거움도 선사한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모두 티타늄으로 전체적인 마감은 모두 미세한 결이 돋보이는 브러시드 방식이다. 소재를 감안하면 마감 수준도 꽤 좋다.
리프트 방식의 폴딩 버클은 끝을 당기면 열리고 다시 잠글 때는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단순한 마찰 방식과는 다르며 적당한 힘을 가하면 텐션이 느껴지며 가동하는 형태다. 케이스 지름은 44mm로 크지만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해 무게는 상당히 가볍다. 이는 두께가 얇은 브레이슬릿도 큰 몫을 한다. 방수는 수심 100m로 일상 생활은 물론 적당한 수상 레저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오리스의 한계를 뛰어넘은 스포츠워치
프로파일럿 X는 오리스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하이 그레이드 제품이다. 애호가라면 인하우스 스켈레톤 무브먼트만으로도 그 가치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에디터는 물론 현장에서 처음 접한 대부분의 사람이 순간적으로 ‘멋있다’는 평을 내릴 정도로 균형 잡힌 디자인이다. 가격은 브레이슬릿 버전 870만원, 가죽 스트랩 모델이 820만원으로 기존 오리스 제품보다는 높다. 그러나 비슷한 스펙의 경쟁 시계를 고려해보면 오히려 놀라운 금액이다.
스포츠워치가 전례 없이 유행하는 지금 프로파일럿 X는 오리스의 플래그십이 될 시계로 브랜드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자 미래를 위한 초석이다. 여전히 소수인 독립 브랜드 오리스는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처음 발표한 순간부터 전 제품을 매뉴팩처화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프레이스 레인지를 넓히고자 했다. 이후 독자적인 칼리버 110부터 기능을 더한 114 시리즈에 이어 칼리버 115를 통해 시계 산업의 최신 유행에도 적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존 브랜드의 평가와 수준을 벗어나 점점 발전하는 시계를 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우리는 오리스를 높게 평가하고 여전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문의 오리스 부티크 02-790-6672
Editor
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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