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에 운트 죄네가 1994년 독일 작센 주의 도시 글라슈테에서 재창립과 함께 소개한 랑에 1은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시간 인디케이터는 다이얼 전체를 활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다이얼 중앙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그렇다고 그 외의 공간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빅데이트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그리고 스몰세컨드로 채웠다. 각 인디케이터의 중심을 연결하면 정삼각형이 만들어진다. 랑에 1의 비대칭 다이얼이 조화롭게 보이는 이유다. 그럼에도 어떤 인디케이터도 잘리거나, 가려지지 않는다.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다이얼 가장자리의 위아래에 둔 문자는 케이스의 모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다이얼이 텅 비거나 균형이 어긋난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떤 시계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려면, 그 모습이 아름다워야 할 뿐 아니라 디자인 역시 독특해야 한다. 랑에 운트 죄네는 단번에 랑에 1을 아이콘으로 성공시켰다. 1994년 당시에는 낯설었던 빅데이트는 작센 주 드레스덴의 젬퍼 오페라하우스의 ‘5 미니트 클락(5분 단위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랑에 1의 새로운 시도는 훗날 빅데이트가 유행한 계기가 된다. 한편 글라슈테의 다른 시계 브랜드도 중심에서 벗어난 인디케이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랑에 1의 케이스백은 솔리드백이었지만 1년 후에는 글라스백으로 변경해 칼리버 L910.0을 드러냈다. 이 전형적인 랑에 운트 죄네의 무브먼트는 글라슈테 브랜드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글라슈테 스트라이프를 넣은 저먼 실버 소재의 3/4 플레이트, 스크루 방식의 골드샤통, 스크루 밸런스, 그리고 스완넥 레귤레이터를 수작업으로 조각한 밸런스 콕이 그 예다. 모서리는 앙글라주 처리하고 면은 폴리싱하는 등 모든 장식적인 부분도 정성스럽게 가공했다. 72시간에 이르는 파워리저브도 이 시계의 장점 중 하나다.
랑에 1은 1994년 등장한 이래 20년 동안 첫 모습을 유지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완벽한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2015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변화를 주었다. 그런데 폭이 조금 좁아진 베젤을 제외하면 외관상으로는 달라진 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변화의 대상이 시계의 내부, 무브먼트에 있기 때문이다. 3/4 플레이트는 기존과 같지만 스크루 대신 편심 웨이트를 단 밸런스와 자체 제작한 헤어스프링의 완전히 새로운 칼리버를 장착했다 오리지널 랑에 1이 변화가 거의 없었던 반면, 베리에이션은 하나둘 생겨나면서 랑에 1은 하나의 완전한 컬렉션이 되었다.
3/4 플레이트, 스크루 방식 골드샤통, 스완넥 레귤레이터와 수공 조각한 밸런스 콕 등 전형적인 랑에 운트 죄네의 특성을 지닌 랑에 1의 핸드와인딩 칼리버.
자개 다이얼을 올린 여성용 모델, 리틀 랑에 1.
랑에 1 투르비용
랑에 1 컬렉션은 2000년의 야심만만한 컴플리케이션으로 시작했다. 랑에 1 투르비용은 랑에 1의 스몰세컨드가 있던 자리를 오픈워크로 만들어 밸런스 콕과 투르비용을 드러낸다. 스몰세컨드는 시간 인디케이터 속 7시와 8시 방향 사이로 이사했다. 2010년에는 허니골드라는 랑에 운트 죄네의 새로운 소재를 랑에 1 투르비용에서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무브먼트는 기술적으로 최신 버전이었다. 특허 등록한 스톱세컨드 메커니즘 덕분에 시간을 아주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다. 이 메커니즘의 핵심인 ‘V’ 모양의 밸런스 스톱 스프링을 드러내기 위해 오픈워크의 크기도 키웠다. 그 사이로 빅데이트 디스크까지 볼 수 있었다. 디스크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소재로 만들어 오픈워크의 ‘뷰’를 해치지 않으면서, 빅데이트 윈도의 바탕은 흰색으로 처리해 가독성을 완벽하게 살렸다.
허니골드는 랑에 운트 죄네가 직접 개발한 18캐럿 골드 합금이다. 망간과 실리콘을 혼합한 후 열을 가해 완성한다. 기존 골드보다 견고하고 심지어 백금보다 강하며, ‘허니’라고 불릴 정도로 독특한 색상이 특징이다.
랑에 운트 죄네는 2014년 창립 20주년을 맞아 랑에 1 투르비용 20개를 특별한 수공예 리미티드 에디션인 ‘한트베르크스쿤스트’ 버전으로 출시했다. 일반 모델과 가장 큰 차이점은 뭐니 뭐니 해도 글라슈테의 랑에 운트 죄네 매뉴팩처에서 자체 제작한 검은색 에나멜 다이얼이다. 메인 다이얼보다 조금 낮게 설치한 스몰세컨드 서브 다이얼은 에나멜 다이얼과 같은 검은색이지만 그 소재는 순은이다. 글라스백에서는 투르비용 브리지와 크라운 휠 덮개에 고급스러운 인그레이빙 장식을 더한 것을 볼 수 있다.
랑에 운트 죄네는 견고한 허니골드를 개발해 랑에 1 투르비용에 적용했다.
랑에 1 문페이즈
2002년 랑에 운트 죄네는 랑에 1에 문페이즈 기능을 추가했다. 문페이즈 인디케이터를 스몰세컨드에 멋지게 통합한 덕분에 조화로운 다이얼 배열은 변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메커니즘도 도입했다. 문페이즈 주기의 오차는 일 년 기준 57초에 불과하다. 122.6년이 지나야 겨우 하루 정도가 차이 날 뿐이다. 랑에 1 문페이즈에서 달은 일반 문페이즈 시계와 달리 항상 움직이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전환하는 일반적인 캠 방식이 아니라, 아워 휠과 연결된 상태로 회전하기 때문이다. 랑에 운트 죄네는 2017년 이 모델을 수정해 낮밤 인디케이터까지 세련된 방법으로 더했다. 문페이즈의 바탕이 바로 낮밤 인디케이터 디스크다. 24시간 동안 회전하며 밤에는 별을 올린 짙은 파란색 하늘을, 낮에는 밝은 파란색 하늘을 보여준다.
랑에 1 문페이즈. 2017년 문페이즈 디스크에 낮밤 인디케이터를 더했다.
랑에 1 문페이즈 칼리버 L121.3
그랑 랑에 1
세월이 흐르며 기존 랑에 1의 지름 38mm 사이즈가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그래서 2003년에 지름 41.9mm의 그랑 랑에 1이 태어났다. 하지만 그때, 새로운 모델에는 새 칼리버를 탑재한다는 랑에 운트 죄네의 원칙이 깨지고 말았다.
그랑 랑에 1은 랑에 1의 L901.0 칼리버를 그대로 사용했고, 다이얼 위 인디케이터가 서로 겹치는 모양새가 되면서 조화를 잃었다. 특히 시간 스케일을 침범한 빅데이트 윈도가 그랬다. 다행히 2012년 그랑 랑에 1에 맞는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탄생했다. 지름 40.9mm 케이스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칼리버도 크기를 4mm 키웠다. 마침내 그랑 랑에 1에서도 오리지널 랑에 1의 조화로운 배열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빅데이트 윈도도 그에 맞게 크기를 키웠다.
랑에 1 타임존
2005년 랑에 1은 흥미로운 타임존 메커니즘을 선보였다. 스몰 다이얼과 함께 세컨드 타임존에 연결된 도시 링이 그 주인공이다. 8시 방향의 푸시버튼을 눌러 도시 링을 돌리기 시작하면, 스몰 다이얼의 시침이 시간 단위로 점핑하며 선택한 도시의 시간대를 표시해준다. 스몰 다이얼 5시 방향의 화살표는 선택한 도시를 가리킨다. 큰 다이얼의 홈타임을 조정하면 그와 동시에 세컨드 타임존도 함께 움직인다. 두 개의 타임존은 12시간 단위로 표시하기 때문에 6시 방향에 24시간 인디케이터를 따로 마련했다. 랑에 1 타임존에서 빅데이트는 항상 홈타임 기준으로 움직인다. 칼리버의 3/4 플레이트는 타임존 메커니즘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랑에 1 타임존. 도시를 선택하면 그 시간대가 스몰 다이얼 위에 나타난다.
랑에 1 데이매틱
랑에 1은 2010년 데이매틱 모델에 처음으로 셀프와인딩을 적용했다. 무브먼트 전체를 회전하는 풀로터 방식이다. 셀프와인딩 시계에서는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핸드와인딩 시계만큼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자리에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의 요일 인디케이터를 두었다. 요일 인디케이터 바늘은 스케일 맨 위쪽 끝의 일요일을 지나면 바로 맨 아래쪽의 월요일로 점핑한다. 랑에 운트 죄네는 데이매틱 모델의 크기를 랑에 1보다 1mm 키우며, 다이얼 위 인디케이터를 랑에 1과 반대로 배치했다. 시간 다이얼은 오른쪽에, 그 밖의 인디케이터는 왼쪽에 있다.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글
옌스 코흐(Jens Koch)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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