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워치메이커
1995년 설립한 로저드뷔는 각 브랜드가 매뉴팩처 무브먼트 개발 경쟁을 시작하기 전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다양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하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온 파인 워치메이킹 브랜드다. 창립자인 마스터 워치메이커 로저 드뷔(1938년~2017년)는 14년간 파텍 필립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활약 후 독립하여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고 경영 문제로 2003년 물러났다가 2011년 리치몬트 그룹의 로저드뷔로 다시 복귀했다. 이후 여전히 과감한 아이디어와 후진 양성을 위해 활동하다가 올해 10월 아쉽게도 세상을 떠났다. 후발 주자인 로저드뷔가 타 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를 뛰어넘기 위해 선택한 것은 좋은 품질을 보장하는 정공법이었다. 때문에 로저드뷔는 2016년까지 제작한 30개가 넘는 무브먼트 모두 제네바 실 인증을 받은 유일한 브랜드였다.
물론 올해는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엔트리급 제품에 탑재하는 무브먼트는 인증을 받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로저드뷔 매뉴팩처에서 생산하는 시계는 100% 제네바 실 인증을 받아 무브먼트, 케이스, 방수 등 시계 전반에 걸쳐 우수한 품질을 지녔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하이엔드 시계에서 보기 힘든 대담한 디자인을 적용한 엑스칼리버로 하이엔드 시계 시장에 로저드뷔의 이름을 각인했다.
특히 로저드뷔의 상징인 별을 형상화한 개성적인 브리지 라인으로 무브먼트를 제작한 일명 아스트랄 스켈레톤(Astral Skeleton) 시리즈는 독보적인 매력의 타임피스로 자리 잡았다. 진정한 아방가르드를 모토로 하여 시작한 로저드뷔의 여행은 지금도 ‘Dare to be Rare(특별하다면 대범해져라)’를 슬로건으로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네 개의 밸런스 휠이 장착된 콰토르 등 브랜드만의 상징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여전히 순항 중이다. 엔트리에서 투르비용까지, 엑스칼리버의 핵심 모델을 살펴본다.
엑스칼리버 45 에센셜
레퍼런스 RDDBEX0567
가격 1920만원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RD830, 28,800vph, 27스톤
파워리져브 48시간
무브먼트 부품수 183개
글라스 양면 무반사 코팅 사파이어 크리스털
베젤 블랙 DLC 코팅 티타늄
베젤 지름 46.3mm
케이스 블랙 DLC 코팅 티타늄
케이스 지름 45mm
케이스 두께 15.1mm
케이스백 양면 무반사 코팅 사파이어 크리스털
크라운 푸시 다운
무게 123g
방수 50m
핸즈 화이트골드
다이얼 블랙 갈바닉 선버스트
러그 투 러그 54.3mm
러그엔드 길이 34mm
버클 스테인리스스틸과 블랙 DLC 코팅 티타늄 폴딩 버클
스트랩 결합 방식 스프링 바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오토매틱 스켈레톤 88개 한정
레퍼런스 RDDBEX0617
가격 8350만원
기능 시·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RD820SQ, 28,800vph, 35스톤
파워리져브 60시간
무브먼트 부품수 167개
글라스 양면 무반사 코팅 사파이어 크리스털
베젤 블랙 DLC 코팅 티타늄
베젤 지름 45.9mm
케이스 블랙 DLC 코팅 티타늄
케이스 지름 45mm
케이스 두께 14.6mm
케이스백 양면 무반사 코팅 사파이어 크리스털
크라운 푸시 다운
무게 97g
방수 50m
핸즈 블랙 PVD 코팅 화이트골드
다이얼 스켈레톤
러그 투 러그 56mm
러그엔드 길이 27mm
버클 블랙 DLC 코팅 티타늄 폴딩 버클
스트랩 결합 방식 퀵 체인지 시스템
엑스칼리버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188개 한정
레퍼런스 RDDBEX0481
가격 3억 4200만원
기능 시·분,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RD01SQ, 21,600 vph×2, 28스톤
파워리져브 50시간
무브먼트 부품수 301개
글라스 양면 무반사 코팅 사파이어 크리스털
베젤 티타늄
베젤 지름 48mm
케이스 블랙 DLC 코팅 티타늄
케이스 지름 47mm
케이스 두께 15.4mm
케이스백 양면 무반사 코팅 사파이어 크리스털
크라운 푸시 다운
무게 108g
방수 50m
핸즈 블랙 PVD 코팅 화이트골드
다이얼 스켈레톤
러그 투 러그 58mm
러그엔드 길이 27mm
버클 블랙 DLC 코팅 티타늄 폴딩 버클
스트랩 결합 방식 나사
케이스 크기와 무게는 실측한 결과로 제품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엑스칼리버 45 에센셜
2017년 새롭게 등장한 로저드뷔의 엔트리 모델. 그 동안 컴플리케이션 모델 위주로 출시하던 엑스칼리버 컬렉션에 단비 같은 존재다. 아더 왕의 검 엑스칼리버를 형상화한 핸즈, 검으로 판 듯한 플루티드 베젤, 맹금류의 발톱을 연상시키는 트리플 러그 등 남성미가 가득한 엑스칼리버의 아이코닉 디자인은 그대로다. 다만 브랜드의 중요한 대전제를 하나 포기했는데 탑재한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에 제네바 실 인증을 받지 않았다. 엄격한 인증을 받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줄여 2000만원이 넘지 않는 리테일 프라이스를 달성할 수 있었다.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한 첨병인 셈인데 매뉴팩처의 자체적인 퀄리티 체크는 마치고 출고하기에 제품의 완성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케이스는 블랙 DLC 코팅한 티타늄이다. 결이 보이는 새틴 브러시드 마감에 모서리만 미러 폴리싱으로 부드럽게 마감한 스타일은 여전하다. 다만 베젤은 모든 모서리를 부드럽게 처리해, 경사면이 뚜렷하게 살아 있는 기존 엑스칼리버와는 차이를 보인다. 인덱스는 로저드뷔를 대표하는 여성 컬렉션 벨벳 에센셜과 같이 다이얼을 가득 채운 로만 디자인을 채용했다. 또한 스켈레톤 모델의 브리지가 대부분 무광 마감 처리를 한 것에 비해 엑스칼리버 45 에센셜의 다이얼은 화려하게 빛나는 선버스트 가공을 하고 전기 도금으로 컬러를 입혀 더욱 다른 인상을 준다. 무브먼트는 기존에도 사용하던 RD830이지만 3D 프린터를 활용해 자동차 휠 모양의 대형 로터를 티타늄으로 새로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반원 형태의 로터보다 회전 효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으나 실제로는 상당한 회전력을 보여줘 적절한 무게 배분이 이루어진 디자인으로 보인다.
EXCALIBUR 45 ESSENTIAL
왼쪽이 엑스칼리버 45 에센셜, 오른쪽은 스파이더 피렐리 모델. 같은 티타늄 소재에 DLC 코팅을 했지만 마감 형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케이스의 형태도 조금 다르다. 기존 지름 45mm 모델의 러그 엔드가 27mm로 크게 줄어드는 반면 엑스칼리버 45 에센셜은 러그 엔드의 폭이 34mm로 시계 전체가 훨씬 커 보이는 인상을 준다. 덕분에 스트랩의 형태도 조금 다르고 고정 방식은 스프링 바다.
주로 여성 모델에 탑재한 RD830 무브먼트는 엑스칼리버의 대형 케이스에 넣기에는 너무 작다. 그 틈을 무브먼트보다 큰 대형 로터로 절묘하게 가려 케이스백을 통해 볼 때는 무브먼트가 가득 채워진 느낌을 준다.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피렐리 오토매틱 스켈레톤
엑스칼리버 오토매틱 스켈레톤에 파트너십을 맺은 피렐리 타이어의 컬러 레드를 채택했다. 다행히 붉은색과 검은색은 강렬한 대비를 이루면서도 디자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조합이라 어색한 점은 없다. 때문에 피렐리 협업 모델 이전에도 엑스칼리버 컬렉션을 관통하고 있는 컬러가 바로 붉은색이다. 또한 특별한 컬래버레이션 제품답게 케이스는 스파이더를 선택했다. 러그 정면과 케이스 측면까지 모든 면을 스켈레톤 가공해 압도적인 여백을 만들어낸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모델의 무브먼트는 일반적으로 플레이트라 불리는 넓은 면이 전혀 없이 브리지만으로 기어트레인의 축을 고정하고 있는 풀 스켈레톤이다. 때문에 로터에서 배럴, 배럴부터 이스케이프먼트에 이르는 모든 기어 트레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기계식 시계의 구조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시계 애호가라면 바라볼 수밖에 없는 흡인력을 가진 무브먼트다. 이처럼 대담한 무브먼트는 설계부터 스켈레톤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반 무브먼트를 먼저 출시하고 상황에 따라 스켈레톤 베리에이션을 만드는 경우와는 완성도가 크게 다르다.
무브먼트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라운 안쪽 3시 방향에 제네바 홀 마크가 새겨져 있다. 피니싱은 물론 시계 전반의 품질을 보장한다는 뜻으로 모든 부속을 제네바에서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크로노미터 인증(COSC)보다 훨씬 엄격한 조건으로 600시간의 검사를 완료해야 받을 수 있다. 로저드뷔의 자료에 따르면 총 530시간의 무브먼트 제조 시간 중 170시간을 제네바 실 기준을 획득하기 위해 쓰인다고 한다. 11시 방향에는 다른 부속을 가리지 않도록 텅스텐 소재의 마이크로 로터가 있으며 범용 무브먼트보다 긴 6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가진다. 그리고 로터 주위에 붉은 화살표로 단방향 와인딩임을 알려주고 있다.
EXCALIBUR SPIDER PIRELLI AUTOMATIC SKELETON 별 모양의 독특한 브리지는 로저드뷔만의 시그니처다. 배럴 축을 중심으로 뻗어나가 모든 끝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충격으로는 변형이나 흔들릴 염려가 없다. 그리고 3시 방향의 제네바 홀 마크가 시계의 품질을 대변한다. 육각 볼트 형태의 5분 단위 인덱스 소재는 화이트골드다.
케이스의 마감도 훌륭하지만 DLC 코팅으로 일반적인 금속 표면보다는 반사광이 적어 상대적으로 점잖은 느낌이다. 강렬한 색감의 붉은색이 시계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외에는 의도적으로 어두운 블랙 컬러로 균형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 화이트 골드 소재의 핸즈마저 블랙 PVD 코팅으로 무광 검은색을 만들었다. 시계 스트랩은 실제 자동차 경주에서 승리를 차지한 피렐리 타이어의 고무 조각을 러버 스트랩의 중앙에 채워 넣었다. 쉽게 보기 힘든 질감이 인상적이다.
케이스백 중앙에 자리 잡은 피렐리 로고. 기왕이면 글라스백의 테두리를 따라서 무브먼트를 가리지 않도록 위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러그 사이를 보면 가장 최신 모델답게 스트랩 퀵 체인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네 개의 밸런스 휠을 장착한 혁신적인 형태의 콰토르도 있지만 더욱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투르비용 케이지로 로저드뷔의 위용을 자랑한 모델은 역시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이다. 투르비용은 시계의 자세가 바뀔 때 중력으로 처지는 헤어스프링을 보상하는 것이다. 거기에 스프링의 진동수가 변할 것을 대비해 두 개의 밸런스 속도의 평균을 내는 시스템을 제작해냈다. 이런 두 개의 투르비용이 더욱 정확한 시간을 제공해줄 수 있는지 공학적인 검증 결과는 알 수 없다. 다만 현대 기계식 시계에서 투르비용의 가치는 정확함보다 기술적인 과시 그리고 미학적인 면이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는 경쟁 모델보다 크게 앞서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지만 타 메이저 브랜드에 더블 투르비용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로저드뷔의 무브먼트는 더욱 가치가 높아진다.
미러 폴리싱으로 마감한 투르비용 케이지는 옛 켈트 십자가 모양이다. 회전 주기는 1분에 한 바퀴라 초침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바늘이 놓여 있지만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인덱스 역시 역방향이다. 최신형 무브먼트에서는 오히려 보기 힘든 거대한 밸런스와 촘촘하게 박힌 밸런스 스크루도 큰 볼거리다. 그리고 팰릿 포크가 부딪치며 발생하는 기계식 시계 특유의 작동음인 똑딱똑딱 소리가 신기할 정도로 크게 들려 더욱 역동감을 준다. 케이스백은 화려한 다이얼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하이엔드다운 마감은 여전하지만 블랙과 그레이 톤만으로 구성해 상당히 차분한 인상이며 유일한 유색 컬러인 자주색의 홀스톤, 은빛으로 반짝이는 미러 폴리싱된 나사와 주변의 앵글라주 표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케이스는 지름 47mm로 상당히 대형 케이스다. 그러나 스파이더 케이스에 가벼운 티타늄 소재, 무브먼트마저 스켈레톤이라 시계 전체의 무게는 약 100g에 불과하다. 거기에 스트랩의 결합 형태가 손목을 감싸주는 모양으로 착용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만 모든 엑스칼리버가 그렇듯이 트리플 러그 때문에 스트랩 교체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다.
EXCALIBUR SKELETON DOUBLE FLYING TOURBILLON
케이스백으로 보이는 무브먼트도 대부분의 시계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스켈레톤 브리지는 로듐 도금을 하여 짙은 회색을 띤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의 케이지가 회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6시 방향에는 제네바 홀 마크가 새겨져 있다. 현재 제네바 실 인증을 받는 브랜드는 극소수이며, 2011년 제네바 실 125주년을 맞이해 주요 부품의 소재와 마감, 조립 및 최종 검수까지 인증 규정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스파이더 케이스 구조는 다층형이다. 내부는 베젤 아래의 스켈레톤 플랜지 링, 케이스를 밴드처럼 감싸는 컨테이너 등 총 5개 파트를 결합하는 방식. 엑스칼리버 오토매틱과는 달리 케이스 모서리 부분을 다듬지 않고 샤프한 형태를 유지했다. 스트랩은 나사로 결합한다. 모든 것이 드러나는 풀 스켈레톤이기에 무브먼트의 완벽한 피니싱이 핵심이다. 무브먼트를 세심히 살펴봐도 마감이 부족한 곳이 없다. 모든 수평면은 둥근 원이 겹치는 모양의 페를라주와 모서리를 유광으로 가공한 앵글라주가 꼼꼼하게 들어가 있다. 루페를 사용해 기어의 톱니 형태까지 확인하면 맞물리는 면까지 폴리싱해 부드럽게 가공한 사이클로이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보다 사진을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아방가르드 하이엔드 워치 엑스칼리버
예전 <크로노스>와의 인터뷰에서 창립자 로저 드뷔는 이 한마디로 브랜드를 정의했다. Incredible! 엑스칼리버뿐만 아니라 로저드뷔 시계의 대부분은 고전과 거리가 먼 형태를 하고 있다. 다이얼을 없애고 무브먼트를 전면에 드러내는 데도 망설임이 없다. 이런 파격적인 디자인 속에 로저드뷔가 가진 자존심의 근거는 완벽한 품질이다. 또한 제작이 어려운 헤어스프링을 포함해 시계의 전 부속을 직접 제작하는 극소수의 진정한 워치 매뉴팩처이기도 하다. 그들의 새로운 아이콘 엑스칼리버 컬렉션은 이미 하이엔드 레인지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으며 로저드뷔를 접하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한 럭셔리 타임피스다.
문의 로저드뷔 02-3449-5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