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 워치 핑크골드 모델. Eric Sauvage © Cartier
커벡스 시대의 영향
까르띠에의 아이콘인 탱크 워치는 2017년을 기점으로 100년의 역사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후 담담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참호전이 지루하게 정체되자 전쟁에 참가한 각국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도구를 고안해낸다. 참호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특수한 구동방식을 지닌 탱크였다. 루이 까르띠에는 탱크에서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고, 그 실루엣을 본뜬 탱크 워치 디자인을 완성한다. 참호를 뛰어넘기 위해 장착한 캐터필러(Caterpillar)의 특징을 시계 케이스에서 쭉 뻗어 이어지는 러그에 적용했다. 현대적인 탱크와 달리 초기 탱크는 포신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특징도 있었다. 탱크 워치는 1919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고 2년 뒤에는 첫 베리에이션인 탱크 상트레를 선보였다. 프랑스어인 상트레는 ‘아치’, ‘만곡’이라는 뜻으로, 탱크 상트레의 옆면을 보면 그 유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케이스백을 포함해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며 케이스는 인체공학적인 접근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회중시계 시대에는 고려할 필요가 없던 착용감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회중시계와 달리 초기 손목시계는 착용감이 불편한 경우가 있었다. 사실 손목은 필연적으로 손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뿐더러, 손목의 생김새 역시 사람마다 제각각이라 손목시계의 착용감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손목은 원통형이므로 시계의 케이스백이 평면보다 약간의 곡면인 것이 착용감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따라서 커벡스(Curvex) 혹은 커브드 케이스라고 부르는 형태의 시계가 등장하게 된다. 탱크 상트레는 1920년대 커벡스 워치의 흐름에 발맞춰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탱크 상트레의 케이스는 세로가 가로보다 훨씬 더 길다. 이런 케이스는 탱크 워치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완만한 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정면에서 보면 탱크 워치 특유의 라인은 그대로지만, 옆면에서 보면 러그로 향할수록 두께가 얇아졌다. 그 매끄러운 곡선은 이후의 다른 탱크와 비교해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려했다. 탱크 상트레의 다이얼은 까르띠에 워치 전반의 특징인 로만 인덱스와 레일웨이 인덱스로 이루어졌다. 로만 인덱스는 시간을, 레일웨이 인덱스는 분을 읽기 쉽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로만 인덱스의 서체나 크기는 동일한 탱크 상트레라고 하더라도 발매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레일웨이 인덱스도 로만 인덱스의 영향을 받아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커벡스 케이스의 곡면을 따라 성형한 글라스는 탱크 상트레의 측면 라인과 함께 탱크 상트레의 미적 포인트 중 하나다. 글라스가 다소 두터웠던 최초의 탱크 상트레는 다이얼 사방으로 빛이 굴절해 가독성 면에서는 안타깝게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플래티넘 케이스의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 워치는 핑크골드 버전과 달리 케이스 내부와 외부의 모든 부품이 은색을 띤다. 까르띠에가 스켈레톤 워치의 심미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어트레인과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까지 부품 표면에 새로운 색을 입힌 결과다.
작년 탱크 워치 100주년을 맞이해 탱크 아메리칸 최초의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를 소개했다. 탱크 상트레 워치의 커브드 케이스를 적용했지만 30m 방수도 가능해 실용적인 기능과 도회적인 이미지를 자랑한다. 스몰, 미디엄, 라지 세 가지 사이즈로 마련했다. 사진은 라지 사이즈 모델.
Ref. WHTA0009 기능 시∙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9917 MC, 28,800vph, 21스톤, 6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23ⅹ46mm, 플래티넘, 글라스백 가격 8600만원대
Ref. WSTA0018 기능 시∙분∙초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28,800vph, 25스톤 케이스 45.1ⅹ26.6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690만원대
탱크 워치 라인업의 기본 모델. 로만 인덱스와 레일웨이 인덱스로 구성한 다이얼과 탱크 워치 고유의 기본 실루엣에서 알 수 있듯, 탱크 워치 패밀리의 디자인적 특징을 고스란히 지녔다. 골드 케이스와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백을 조합해 가격을 현명하게 조절했다.
스켈레톤 사파이어 워치 금속의 스켈레톤과 이를 보조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이용해 무브먼트가 무중력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두 개의 배럴에서 이어지는 기어트레인과 밸런스가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아름다움은 탱크 루이 까르띠에의 영역을 확장한다.
Ref. W5200025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34.8ⅹ27.4mm, 핑크골드와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650만원대
Ref. W5310012 기능 시∙분∙초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9616 MC, 28,800vph, 21스톤, 3일 파워리저브
케이스 30ⅹ39.2mm, 화이트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6200만원대
뉴욕의 마천루를 연상시키는 탱크 아메리칸은 기하학적 디자인 특유의 우아함을 자랑한다. 뱀의 비늘처럼 독특한 스네이크 체인 브레이슬릿과 만나면 탱크 아메리칸 워치 중에서 가장 화려한 모델이기도 하다.
현재 판매 중인 탱크 워치 중 유일하게 크라운을 케이스 안쪽으로 두어 독특한 실루엣을 드러내는 모델. 정사각형에 가까운 케이스는 양감을 강조해 탱크 워치 중에서는 남성성이 두드러지지만 케이스 크기를 줄이면 여성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분홍색 가죽 스트랩과 함께라면 더더욱.
Ref. WB710008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34.8ⅹ19mm, 핑크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4700만원대
Ref. WT100015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30.2ⅹ22.7mm, 화이트골드,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3300만원대
탱크 프랑세즈 워치는 탱크의 실루엣을 브레이슬릿으로 확장해 더욱 구체적으로 탱크를 묘사했다. 탱크 워치의 대표적인 베리에이션의 하나로 꼽힌다. 이 모델은 캐터필러를 우아하게 재해석한 브레이슬릿 사이사이에 골드 링크를 끼워 화려함을 살렸다.
탱크 워치 최초의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로 탄생한 탱크 프랑세즈는 가격을 바탕으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디자인인 것도 한몫했다. 다이아몬드 세팅을 더한 여성용은 오리지널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여성적 취향을 반영한다.
Ref. W51007Q4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25.3ⅹ20.3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790만원대
Ref. W4TA0008 기능 시∙분 무브먼트 쿼츠 케이스 25.2ⅹ20.3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860만원대
문의 까르띠에 1566-7277
게재호
55호(2018년 03/04월)
글
구교철(타임포럼 편집장)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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