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세라믹 베젤을 매치한 새로운 데이토나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계다. 독일 <크로노스>는 독일에 들어온 첫 번째 물량 중 하나를 테스트했다. 과연 이 시계는 몇 년을 기다려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스펙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OLEX OYSTER PERPETUAL COSMOGRAPH DAYTONA)
제조사 롤렉스 주식회사(Rolex SA)
소재지 스위스 CH 1211, 제네바 26, 뤼 프랑수아 뒤소 3-7(Rue Francois- Dussaud 3–7, CH-1211 Genf 26)
제품 번호 116500LN
기능 시·분·초, 30분과 12시간 카운터가 있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매뉴팩처 칼리버 4130, 셀프와인딩 방식, 크로노미터, 28,800vph, 44스톤, 스톱 세컨드, 키프(Kif) 충격 보호 장치, 마이크로스텔라(Microstella) 조정 너트를 갖춘 글루시듀어(Glucydur) 밸런스 휠, 브레게 커브의 파라크롬(Parachrom) 헤어스프링, 72시간 파워리저브, 지름 30.5mm, 높이 6.5mm
케이스 스테인리스스틸, 세라믹 베젤, 무반사 코팅 처리를 하지 않은 평평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스크루 다운 방식의 푸시버튼과 크라운, 풀 스크루 방식의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백, 100m 방수
스트랩과 버클 스테인리스스틸 브레이슬릿, 5mm 연장이 가능한 이지링크 기능의 풀림 방지 세이프티 클래스프 버클
가격 1만1300유로(약 1400만원)
작동 안정성 테스트(하루 중 편차 초/24시간)
크로노그래프 미 작동 시/크로노그래프 작동 시
다이얼 위 +1 / +1
다이얼 아래 +1 / 0
크라운 위 -2 / 0
크라운 아래 0 / 0
크라운 왼쪽 0 / -1
크라운 오른쪽 -1 / 0
최대 작동 편차 3 / 2
평균 오차 -0.2 / 0
평균 진동각
수평 포지션 307° / 285°
수직 포지션 263° / 247°
ROLEX
고급 시계의 대명사로 알려진 롤렉스. 그 명성은 아이코닉 모델이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브마리너, GMT-마스터 Ⅱ, 데이토나, 데이트저스트, 그리고 데이데이트 모델은 모두 선보인 지 50년이 넘었지만, 디자인만 미미하게 바뀌었을 뿐이다. 독일에서는 주로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 인기가 많은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귀금속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고가의 모델이 인기 있다. 롤렉스는 모든 무브먼트를 직접 생산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며, 기본적인 연구 또한 게을리하지 않는다. 헤어스프링을 만드는 합금 기술을 자체 개발한 몇 되지 않는 브랜드 중 하나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기자 명단’은 데이토나를 구매할 때 일종의 전통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당연한 일이다. 예전 스테인리스스틸 버전 때부터 10년의 대기 시간은 흔했다. 롤렉스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 크로노그래프 시계인 데이토나를 소량만 생산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골드나 콤비 모델이 구입하기가 더 쉬웠고,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의 중고 시세가 콤비 모델보다 높은 기현상도 발생했다. 가격이 많이 오른 후에는 중고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의 프리미엄과 함께 대기자 명단도 줄었다. 하지만 2016년 롤렉스가 세라믹 베젤을 올린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을 출시하자 상황은 달라진다. 사실 세라믹 베젤의 데이토나는 그렇게 희귀하지 않았다. 레드골드 모델의 경우 세라믹 베젤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2013년에 선보인 데이토나 50주년 기념 플래티넘 모델도 세라믹 베젤을 사용했다. 롤렉스는 골드 모델에 새로운 기술을 먼저 적용한 후, 몇 년이 지나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에도 적용한다. 물론 데이토나의 역사는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에서 시작했다. 1963년, 롤렉스는 베젤에 타키미터 스케일을 표시한 코스모그래프 크로노그래프 시계(Ref. 6239)를 처음 소개했다. 1965년부터는 스크루 다운 방식 푸시버튼과 검은색 플렉시글라스 베젤을 장착한 모델을 출시했다. 롤렉스가 제니스 엘 프리메로 무브먼트를 수정해 탑재했던 1988년부터는 셀프와인딩 모델을 만날 수 있었다. 롤렉스는 데이토나를 위해 엘 프리메로 무브먼트의 36,000vph를 28,800vph로 줄인 바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 롤렉스는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칼리버 4130을 개발하고 생산에 성공했다. 이로써 롤렉스는 모든 무브먼트를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4130 칼리버에서는 내구성과 정확한 작동 안정성, 그리고 긴 파워리저브를 중시했다. 롤렉스의 유일한 크로노그래프 시계로서 데이토나는 언제나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2007년 레가타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요트-마스터가 나오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롤렉스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시계이기도 했다. 요트-마스터는 기능과 디자인 모두 요트 스포츠를 지향하는 시계였지만 레이싱 스포츠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데이토나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디자인 아이콘인 데이토나는 검은색 세라믹 베젤을 갖추며 한층 아름다워졌다.
손목에서
데이토나를 손목에 차면 그 우아한 모습에 놀란다. 인덱스, 핸즈, 그리고 폴리싱 처리한 케이스에서는 빛이 춤춘다. 그리고 다이얼, 베젤, 무반사 코팅 처리하지 않은 평평한 글라스에서도 빛이 번쩍인다. 우리가 테스트한 검은색 다이얼 버전에서는 특히 더 그랬다. 스테인리스스틸 베젤을 대체한 세라믹 타키미터 베젤은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세라믹 베젤은 흠집에 강해 예전의 스테인리스스틸 베젤과 달리 걱정할 필요가 줄었다. 종종 타키미터 스케일을 읽어내기가 불편했던 스테인리스스틸 베젤보다 가독성도 높아졌다. 세라믹 위에 타키미터 스케일을 밀링 공법으로 파내고, 파낸 곳에 LIGA 공법으로 플래티넘을 침전 코팅한 결과다. 밝은 색을 띠는 플래티넘의 무광 표면과 폴리싱 처리한 세라믹 표면은 완벽하게 돋보인다. 가공 처리 역시 매우 정밀하다. 때문에 루페로 베젤을 관찰하는 일 또한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세라믹 베젤 덕택에 데이토나의 외관이 더 멋져 보인다.
세라믹 베젤에 새긴 타키미터 스케일은 고급 소재인 플래티넘으로 이루어졌다.
다이얼을 살펴보면
우수한 가공 처리는 근본적으로 시계의 케이스와 스트랩, 그리고 핸즈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브 다이얼을 감싼 링을 좀 더 섬세하게 새틴 가공 처리한 점을 제외하면, 모든 디자인 요소는 예전과 동일하다. 롤렉스는 거의 알아차리기 힘든 부분까지 정성을 기울인다. 버클을 열 때 그 어떤 흠집도 생기지 않도록 오픈 버클을 다소 수정한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데이토나에는 최신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130을 탑재했다. 견고하고, 정밀하며, 기능적인 무브먼트다.
헤어스프링까지 자체 생산하는 매뉴팩처의 칼리버
무브먼트 역시 거의 변경한 부분이 없다. 2000년에 첫 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소개한 칼리버 4130은 니오브 지르코늄 합금으로 이루어진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을 장착했다. 자기장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충격에도 잘 견디는 장점을 지닌 헤어스프링이었다. 2005년 롤렉스는 파라크롬 헤어스프링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헤어스프링의 표면을 산화 처리해 부식과 온도의 영향을 차단했고, 푸른색이라는 개성도 얻었다. 대략 2007년부터는 데이토나에서도 푸른색 헤어스프링을 볼 수 있었다. 크로노그래프 초침의 정확한 스타트를 보장하는 수직 클러치와 푸시버튼 조작을 부드럽게 해주는 칼럼 휠, 그리고 안정성을 높여주는 롤렉스 특유의 밸런스 브리지도 변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72시간에 달하는 파워리저브는 장점으로 꼽힌다.
무브먼트는 롤렉스의 시계라면 으레 그렇듯 COSC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롤렉스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2015년에 크로노미터 규정을 능가하는 새로운 자체 인증인 ‘그린실(Green Seal)’을 도입했다. 완제품 시계의 방수와 셀프와인딩 성능, 그리고 파워리저브 상태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하루에 -2초나 +2초 이상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테스트한 데이토나 모델은 손목에 착용했을 때 이 수치를 가볍게 통과했다. 시계를 밤에 풀어놓은 경우, 아니면 착용한 채로 잠을 잔 경우에도 일오차는 -0.5초에서 +1초 사이였다. 전자 측정기에서는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지 않았을 때 평균 -0.2초의 오차를 보였으며,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했을 때에도 오차는 0초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정확했다. 각 포지션 사이 최대 편차 역시 3초로 낮았다. 롤렉스의 새로운 자체 인증의 엄격한 품질 관리가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수요와 공급
뛰어난 작동 안정성과 품질, 일상에서의 유용성, 그리고 아이콘의 위상을 지키는 디자인. 이런 롤렉스의 퍼레이드적 전략은 데이토나 모델에서도 이어진다. 가격 대비 성능도 적절하다. 물론 돈이 많은 사람에게는 이런 가격 대비 성능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롤렉스는 엄청난 수요에 비해 공급량을 늘리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정책은 비싸게 되팔기 위해 시계를 구입하는 투기 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다고 데이토나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롤렉스가 애플이라면 매뉴팩처에서 테스트한 시계를 이렇게 소개했을 것이다. ‘새로운 데이토나는 우리가 지금껏 생산한 시계 중 가장 우수하다.’ 이 말은 부분만 변경한 데이토나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세라믹 베젤 덕분에 데이토나는 흠집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심지어 더 아름다워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구입할 가치는 충분하다.
테스트 결과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ROLEX OYSTER PERPETUAL COSMOGRAPH DAYTONA)
스트랩과 버클(9/10)
스테인리스스틸 브레이슬릿은 가공이 매우 뛰어나며, 안전한 폴딩 버클은 약간의 연장도 가능하다.
조작성(4/5점)
푸시버튼을 조작하기 전에는 일단 스크루를 풀어야 한다. 그 외에는 조작에 불편함에 없다.
케이스(9/10)
흠집으로부터 안전한 베젤과 케이스는 가공도 매우 우수하다.
디자인(15/15점)
시대를 뛰어넘은 고전은 세라믹 베젤을 장착하며 더욱 발전했다.
가독성(4/5)
낮에는 서브 다이얼에 은색 링을 두른 다이얼에서 핸즈를 구별하기가 다소 어렵다.
착용감(9/10)
케이스 크기가 적당해 착용감도 뛰어나다.
무브먼트(18/20)
자유롭게 진동하는 자체 헤어스프링을 갖춘 인하우스 칼리버는 우수한 구조를 자랑한다.
작동 안정성 결과(10/10)
모든 포지션 사이의 편차는 매우 작다. 평균 오차 또한 그렇다.
가격 만족도(15/15)
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하다. 데이토나는 언제나 신제품보다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소수의 시계 중 하나다.
크로노스 평가 93점
게재호
48호(2017년 01/02호)
글
옌스 코흐(Jens Koch)
Editor
유현선
사진
마르쿠스 크뤼거(Marcus Krü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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