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파네라이는 특수 잠수부대를 위해서만 시계를 만들었다. 그럼 그 대원들은 시계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을까. 오리지널을 본뜬 현대의 제품과 그 당시의 제품을 모두 준비해 잠수 테스트를 실행했다.
장점
1950년대의 오리지널에 충실
훌륭한 디자인
매우 우수한 가공
단점
대중적이지 않은 크기
생각보다 높은 가격
스펙
파네라이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
(PANERAILUMINOR MARINA 1950 3 DAYSACCIAIO 47mm)
제조사 오피치네 파네라이(Officine Panerai)
소재지 스위스 CH 2000 뇌샤텔, 루 드 피에르아보(Route de Pierre-à-Bot 87, CH-2000 Neuchâtel)
제품 번호 PAM00422
기능 시·분·초,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케이스백 쪽에 탑재)
무브먼트 매뉴팩처 칼리버 P.3001, 핸드와인딩, 21,600vph, 21스톤, 스톱 세컨드, 잉카블록 충격 보호 장치, 글루시듀어 밸런스 휠, 약 72시간 파워리저브, 지름 37.2mm, 두께 6.3mm
케이스 스테인리스스틸, 무반사 코팅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스크루 고정 방식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백, 크라운 가드, 100m 방수
스트랩과 버클 소가죽 스트랩, 스테인리스스틸 핀 버클
사이즈 지름 47mm, 두께 17.2mm, 무게 146g
가격 1100만원대
작동 안정성 실험 (하루 중 오차 범위, 초 / 24시간, 진동각)
평상시
다이얼 위 +10
다이얼 아래 +10
3시 위 +4
3시 아래 -4
3시 왼쪽 0
3시 오른쪽 +3
최대 자세차 14
평균 일 오차 +3.8
평균 진동각
수평 포지션 286°
수직 포지션 255°
지난 세기에 이탈리아 해군이 충실하게 사용한 장비는 회전 베젤이 없고 가죽 스트랩을 단 파네라이였다. 물론 역사적인 증거는 충분하지만, 실제로 보면 이걸 차고 진짜 바다에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전투 다이버의 눈에 당시 파네라이의 시계는 어떻게 비칠까. 독일 <크로노스> 편집부는 ‘역사다이버협회(Die Historische Tauchergesellschaft e.V.)’ 소속의 전투 다이버와 함께 그 흔적을 더듬는 여정에 나섰다. 당시의 상황을 리얼하게 재현해 예전 전투다이버의 경험을 검증하기 위해 우리는 그 때의 장비와 1950년대 디자인을 본뜬 파네라이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를 쓰기로 했다. 파네라이는 1936년부터 이탈리아 해군의 특수 잠수부대를 위해 시계를 만들었다. 독특한 크라운 가드는 1950년대 중반 이후에 등장했다. 경매에서 이 특별한 군용 시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파네라이는 1993년에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시계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다행히 대부분의 파네라이 시계는 지금도 60년 전과 동일한 외관을 계승하고 있다. 이번 검증에서는 1950년대의 오리지널과 디자인이 아주 유사한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를 선택했다. 스몰세컨드를 탑재한 점도 그때와 비교해 신빙성이 있다. 파네라이가 초침이 없는 약 36시간 파워리저브의 롤렉스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포기하고, 스몰세컨드를 탑재한 약 8일 파워리저브의 안젤루스(Angelus)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점이 마침 1956년경이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 시계의 파워리저브는 그 정도로 길진 않지만, 핸드와인딩 시계에서 3일은 충분한 기간이다. 숙련된 전투 다이버이자 독일 해군 특수 잠수부대원 자격도 보유한 옌스 헤너는 역사다이버협회 소속으로, 해저 동굴이나 난파선 조사에도 참여하는 베테랑이다. 스쿠버 다이빙에서는 240m 잠수 기록의 보유자이며, 프리 다이빙에서도 다양한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이번 테스트를 위해 독일 <크로노스>는 헤너와 역사다이버협회의 협조를 얻어 특별한 시나리오를 기획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의 특수 잠수부대와 똑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당시의 모델을 충실히 계승한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를 착용한 채 잠수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파네라이의 내비게이션 계기. 당시에 실제로 사용한 심도계와 나침반, 그리고 이번에 테스트한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
물을 견디는 가죽 스트랩
1950년대의 특수 잠수부대와 비슷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잠수 테스트에서도 러버 스트랩이 아닌 가죽 스트랩을 파네라이에 장착했다. 참고로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의 설명서는 가죽 스트랩을 물 속에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고가의 가죽 스트랩을 바닷속에 담그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심적 갈등을 극복해야만 한다. 사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파네라이의 가죽 스트랩은 거의 가공하지 않은 가죽으로, 놀라울 정도로 물에 강하기 때문이다. 육지로 돌아와 가죽 스트랩이 완전히 마르기까지 시간은 좀 걸려도, 변형되지는 않는다. 가죽 스트랩에 잠수를 위한 연장 기능은 당연히 없지만, XL 사이즈의 스트랩을 쓰면 다이빙 슈트 위에도 착용할 수 있다. 다이빙 슈트를 입은 헤너는 스스로 위장 크림을 바르고 리브리더를 착용하기 위해 벨트를 조였다. 위장 분장은 1950년에도 사용했던 수단이었고, 리브리더는 1960년대 초 드레거(Dräger) 사가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썼다. 헤너는 마스크도 착용했는데, 이 역시 파네라이가 이탈리아 해군 장비를 제작하던 시절에 생긴 것이다. 바다에 들어갈 준비는 끝났다. 헤너는 익숙한 자세로 뒤로 눕듯이 물에 들어갔다. 이것이 핀(Fin, 오리발)을 신은 상태에서 가장 신속하게 이동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헤너는 물안경을 바닷물에 적시고 리브리더의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서 시계를 흘긋 보고는 거품 하나 남기지 않고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의 글라스는 어두운 물속에서 반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크기가 커서 특수 잠수부대의 임무에 가장 중요한 조건인 시인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폴리싱 마감한 케이스가 다이버의 손목에서 광채를 발했다. 폴리싱 마감은 예전과 다름없지만, 어째서 반사가 적은 마감을 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이다. 이탈리아의 디자인 센스가 그것을 용인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바닷속에서도 양호한 시인성은 전투 다이버에게 필수 조건.
현대의 무브먼트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는 인하우스 무브먼트 P.3001을 탑재한다. 16 ½리뉴(지름 37.2mm)의 무브먼트는 과거의 안젤루스의 16리뉴 무브먼트와 달리 프리스프렁 방식을 적용해 밸런스 휠에 장착된 웨이트 스크루로 미세 조정을 한다. 밸런스 휠은 견고한 밸런스 콕 아래서 진동한다. 무브먼트의 장식도 이 시계의 취지에 맞추었다. 소극적인 헤어라인 마감에서 오히려 전문성이 느껴지는 점이 인상적이다. 밸런스 콕과 두 개의 커다란 브리지에 동일한 방향으로 흐트러짐 없이 세공한 헤어라인 마감은 그곳에 새긴 파란 글자와도 잘 어울린다.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는 조작성도 우수하다. 크라운을 한 단계 뽑은 포지션에서는 분침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시침을 한 시간 간격으로 맞출 수 있다. 다른 시간대로 이동했을 때나 서머타임으로 바뀌었을 때에도 시침만을 맞출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크라운을 2단계로 뽑는 순간에 초침이 제로리셋되므로, 전파시계와도 손쉽게 동기화할 수 있다. 옛 파네라이 시계에는 이런 기능이 없었다. 그 당시에는 수중에서의 시인성과 방수성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전투 다이버가 파네라이 시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를 관찰하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전형적인 다이버 워치의 모습은 아니지만 그리 깊지 않은 바닷속에서 오랜 시간 이루어지는 임무의 필요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전투 다이버는 회전 베젤을 꼭 필요로 하지는 않았고, 잠수 후에도 가죽 스트랩이 멀쩡했다는 점은 이번 테스트에서도 충분히 증명되었다. 뭐니 뭐니 해도 파네라이 시계가 뛰어난 기능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겸비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파네라이는 자체 개발한 축광도료와 샌드위치 다이얼을 통해 특수잠수부대에게 중요한 시인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테스트 결과
파네라이 루미노르 마리나 1950 3 데이즈 아치아이오 47mm
(PANERAI LUMINOR MARINA 1950 3 DAYS ACCIAIO 47MM)
스트랩&버클(9/10)
버클과 스트랩은 가공이 양호하다. 고정핀을 정교하게 성형해 두꺼운 스트랩을 껴도 거의 휘지 않는다.
조작성(5/5)
정교한 크라운 가드가 조작을 방해하는 경우는 없다. 시침을 한 시간 간격으로 맞출 수 있다.
케이스(8/10)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는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여 설계했다.
가공 품질에 있어서도 나무랄 데가 없다. 폴리싱 마감한 케이스 옆면은 면적이 넓어 지문이 잘 찍힌다.
디자인(15/15)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디자인.
시인성(4/5)
시인성은 양호하다. 인덱스나 핸즈는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빛난다. 단, 분 인덱스가 없다.
착용감(9/10)
크기에 비해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
무브먼트(16/20)
우수하게 설계한 P.3001은 견고하며, 프리스프렁 밸런스와 롱 파워리저브를 갖추었다.
작동 안정성 테스트 결과(6/10)
최대 자세차가 컸다는 점이 아쉽지만, 평균 일 오차는 양호하다.
가격 만족도(12/15)
안정된 가치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인정할 수 있는 가격이다.
크로노스 평점 83점
게재호
49호(2017년 11/12월)
글
옌스 코흐(Jens Koch)
Editor
유현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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