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밀은 스위스 시계 역사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성정한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다. 시계의 디자인부터 무브먼트 설계, 소재까지 독자적인 길을 선택했기에 더욱 놀랍다. 그 배경에는 첨단 소재로 독보적인 케이스를 제조하는 프로아트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독창적 생산 구조
리차드밀을 이해하려면 우선 그들의 독특한 생산 구조를 알아야 한다. 리차드밀은 모든 것을 브랜드 내부에서 생산하는 수직 통합 제조, 즉 스위스의 고급 시계 브랜드가 표방하는 100% 매뉴팩처와는 거리가 있다. 특별히 설계한 케이스와 무브먼트를 모두 직접 생산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리차드밀은 혁신적인 시계 제작을 목표로 각 분야의 전문 공급 업체와 협력한다. 리차드밀의 브랜드 활동을 책임지는 본사 오로메트리(Horometrie SA)는 스위스 북서부의 레 브륄레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다. 스위스 시계산업의 중심지 라쇼드퐁과 르로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창립자 리차드밀이 1999년 브랜드를 설립하고 도미니크 귀나와 2001년 함께 설립한 회사로,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귀나 가문이 유서 깊은 시계 부품 제조 업체 몽트르 발진(Montres Valgine)까지 인수했다.
이번에 방문한 프로아트(Proart)는 리차드밀의 시계 케이스와 무브먼트 플레이트, 브리지와 기타 구성 요소를 제작하는 곳이다. 그리고 오데마 피게의 르노 앤 파피(Renaud & Papi)는 리차드밀의 가장 복잡한 무브먼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보셰(Vaucher Manufacture Fleurier)는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와 크로노그래프 제조에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모든 부품을 발진으로 모아 시계를 완성한다.
프로아트
리차드밀의 케이스 매뉴팩처 프로아트는 2013년 4월 문을 열었다. 라인업을 늘리고 첨단 신소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부터 브랜드의 수준과 조건에 맞는 공급 업체를 찾기가 매우 힘들었다. 따라서 리차드은 프로아트라는 독점 시설을 만들기로 결단을 내렸다.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상당히 큰 투자가 필요한 일이지만 리차드처럼 신소재를 사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소량 생산하는 경우 독자적인 생산 공장을 만든 것은 사업상 성공적인 결정이었다. 프로아트 설립 후 리차드의 혁신적인 기획과 제조에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3320㎡의 건물에서는 케이스의 설계와 가공 시뮬레이션, 제조와 피니싱 작업이 이루어진다. 가장 핵심인 케이스 제조 공간에는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에 대응하기 위해 각기 다른 형태의 CNC 머신이 가득하다. 담당자는 리차드이 신소재를 도입할 때마다 가공 방법에 맞춰 새로운 장비를 도입했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공장이 빠르게 채워졌다고 했다.
케이스의 제조 순서는 일반적으로 설계, 가공, 피니싱, 검수다. 다만 리차드의 케이스는 수많은 커브라인과 깊이 파인 각도 때문에 특히 가공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30여 개의 파트와 나사로 조립해야 하는 특정 케이스는 가공을 위한 공정이 800개에 이르며,복잡한 구조와 높은 강도로 인해 가공 시간도 일반적인 시계 케이스에 비할 바가 아니다. 탄소 나노튜브 케이스는 고강도의 다이아몬드 엔드을 이용해도 몇 개 이상 가공하지 못하고 툴이 마모되어버린다. 최근 리차드의 케이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NTPT 카본 역시 다축 CNC 머신으로 케이스 6면의 모든 형태를 가공하는 데 성공했지만 절삭 공구의 마모가 훨씬 빨라 장비의 유지 보수에도 큰 비용이 든다. 현재 프로아트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는 5등급 티타늄, NTPT 카본, TPT 쿼츠, 탄소 나노튜브 등으로 전문 장비와 심도 깊은 노하우가 없으면 다루지 못하는 재료다.
프로아트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대담한 아이디어를 기술적 진보와 함께 실현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시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최신 소재, 엄청난 강성을 지녔거나 믿을 수 없이 가벼운 소재로 제작한 제품은 보통 하이엔드 시계에 기대하는 가격대를 훌쩍 뛰어넘지만, 리차드은 매년 15~20%라는 경이적인 수치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연간 생산량도 3000개를 넘어섰다. 엔트리 제품이 1억원대로 시작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로서는 놀라운 생산량이다. 프로아트는 지금도 리차드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진행 중이다.
게재호
49호(2017년 03/04월)
Editor
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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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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