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바젤월드

스와치 그룹이 떠났다.

내용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세계 최대 시계 그룹 스와치가 세계 최대 시계박람회 바젤월드를 떠난다. 올해 바젤월드 전후로 소문으로만 맴돌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사실, 둘의 관계는 몇 해전부터 그리 좋지 못했다. 바젤월드의 높은 임대료를 비롯한 여러 마찰로 인해 잡음이 계속 새어 나오던 중이었다. 이에 스와치 그룹이 먼저 칼을 뽑아든 것이다. 이들의 충격적인 결단으로 현재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많은 이들이 바젤월드의 존폐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젤월드에서 이러한 일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균열의 조짐은 지난 해부터 있었다. 당시 율리스 나르당과 지라드 페리고가 바젤월드를 떠나 SIHH에 터를 잡았고, 올해는 에르메스를 비롯한 많은 브랜드가 떠났다. 참가 브랜드는 650개로 대폭 줄었다. 분위기도 예년같이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박람회의 중추 역할을 했던 터줏대감이 발을 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반등의 기미가 현재로서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관적인 의견이 팽배하다. 아직 롤렉스, 파텍 필립, LVMH 그룹 등 굵직한 워치메이커들이 남아 있지만, 이 중에 하나라도 스와치 그룹과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자칫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LVMH 그룹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몇 해전부터 그룹 내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가 뭉쳐 SIHH 기간에 제네바 호수에서 별도의 프레젠테이션 및 신제품 관련 행사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LVMH까지 바젤월드에서 발을 뺀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시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굼뜬 거인의 실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SIHH가 프레스클럽, 오디토리엄, 프라이빗 라운지 등 부가 시설을 재정비하고 원활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다양한 설비를 마련하는 동안, 바젤월드는 수년 째 큰 변화없이 정체 상태다. 오히려 규모는 계속 줄고 임대료를 비롯한 여러 문제로 브랜드 측과 갈등을 빚어왔을 뿐이다. 지금 해답을 찾지 못하면 100년 넘게 시계 산업에 이바지한 영광의 역사가 위태로울 지도 모른다. 전 세계 시계 업계의 이목이 현재 바젤월드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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