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인증 중고 시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던 럭셔리 중고 시계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지금이 중고 시계를 구입할 적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브랜드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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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시계 생산이 감소하며 럭셔리 시계의 희소성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공급이 제한되고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자, 수요는 자연스레 중고 시장으로 몰렸다. 럭셔리 중고 시계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일부 모델은 전례없는 수준의 리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끝나며 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 다. 오늘날 중고 시계 가격은 2022년 정점 대비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주목할 점은 거래량이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 럭셔리 중고 시계 거래 플랫폼인 크로노24에 따르면 가격은 하락했지만 거래 자체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향후 중고 거래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나 매키(Kana Mackie) 크로노24 아시아 태평양 지역 책임자는 “현재 시장은 신규 매수자와 노련한 수집가 모두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준 높은 빈티지 워치를 구입할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제 럭셔리 중고 시계 거래는 단순한 시장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CPO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

이러한 흐름 속에서 럭셔리 브랜드도 적극적으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인증 중고(CPO, Certified Pre-Owned) 시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식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CPO를 도입해 가품 거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더라도 개인이 진·가품 여부를 완벽하게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리셀 시장이 커질수록 가품 시장 역시 확대되며, 일부 제품은 육안으로 구별이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게다가 명품 시계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가품이 시장에 과도하게 유입되면 품질 불안정성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가 직접 인증한 중고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건 물론 브랜드 신뢰도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CPO 프로그램으로 중고 시계를 공식 인증하고, 정품 부티크를 통해 재판매한다면 소비자의 구매 옵션을 늘릴 수 있다. 동시에 브랜드 내부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적 순환을 형성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고객층 유입도 꾀할 수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희소한 시계를 구입하기 위해 오랜 대기 시간이 필요했는데 CPO 프로그램을 통해 구입하면 대기할 필요가 없다”며 “대기하는 걸 싫어하는 고객들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고 시장 가격을 브랜드가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중고 시계 가격이 정가 대비 지나치게 높거나 낮을 경우 소비자 신뢰도가 저하될 위험이 있다. 브랜드가 직접 중고 시계를 판매하면 직접 가격을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시장 조율에 참여하는 만큼 고객에게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할 수도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CPO 프로그램

럭셔리 브랜드는 중고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기존 리테일러와 협약을 맺고 CPO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일부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직접 인수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중고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리치몬트 그룹이다. 중고 시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영국의 대표적인 중고 시계 거래 플랫폼 워치파인더(Watchfinder)를 인수했다. 워치파인더는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부티크와 자체 애프터 서비스(AS)센터까지 운영하며 전문적으로 중고 시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치몬트 그룹 산하 브랜드인 바쉐론 콘스탄틴은 워치파인더 외에도 자체 CPO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메종 헤리티지 부서 내 전문가들이 빈티지 시계를 수집한 후 복원 과정을 거쳐 ‘레 컬렉셔너(Les Collectionneurs)’ 컬렉션을 구성한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인증서를 제공하며 해당 제품은 전세계 부티크에서 전시 및 판매된다.


리차드 밀은 2021년부터 CPO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리차드 밀이 직접 인증한 시계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밸류 오브 타임(The Value of Time)’에서 만나볼 수 있다. 리차드 밀의 중고 시계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독점적인 공간이다. 또한 미국, 영국, 일본 등 글로벌 리테일러와 협력해 공식적인 중고 시계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롤렉스도 2022년부터 CPO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문가가 시계 부품을 면밀히 점검해 정품 여부를 인증하며, 정품 보증 패키지와 유사한 실과 보증서를 함께 제공한다. 인증받은 제품은 신제품과 마찬가지로 2년국제 보증이 적용된다. 롤렉스는 제조된 지 3년 이상 지난 모델만 CPO 대상에 포함해 단기 리셀 목적의 제품과 차별화됐다. 롤렉스는 부커러(Bucherer) 등 긴밀한 리테일러와 함께 중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H.모저 앤씨는 2020년 자체적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을 제작했다. 브랜드가 직접 수리하고 점검해 인증한 중고 시계만 판매한다. 플랫폼에는 시계가 처음 출시된 당시의 정확한 정보만 게재해 고객 이해를 돕고 있다. 공인된 모든 제품은 일반 출시 모델과 동일하게 2년 보증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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