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에 운트 죄네 제품 개발 디렉터
앤토니 드 하스 Anthony de Haas
네덜란드 태생. IWC와 오데마 피게를 거쳐 2004년부터 랑에 운트 죄네에 근무하고 있다. 랑에 운트 죄네의 73개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거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랑에 운트 죄네에서 20년 넘게 몸담았다. 브랜드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인가.
나는 랑에 운트 죄네에서 일하기 전부터 이미 ‘랑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다. 25년 전 IWC에서 근무하던 시절, 귄터 블륌라인이 나에게 다토그래프를 보여주던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 시계는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랑에 운트 죄네의 비전을 각인시켰다. 예술, 창의성, 장인 정신, 그리고 열정이 결합된 시계, 이건 우리의 비전과도 같다. 랑에 운트 죄네의 모든 시계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혁신적 워치메이킹을 창조하려는 우리의 열정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그 비전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면.
랑에 운트 죄네의 거의 모든 모델은 우리 전문가들이 맞춤 제작한 칼리버를 탑재하고 있다. 각 칼리버는 기술적 창의성과 최고 수준의 마감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이를 위해서는 숙련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는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술자 등 다양한 분야의 창의적 인재들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콘셉트로 엮어내는 일은 매우 보람찬 작업이다.
그 결과, 현재 73개의 무브먼트를 운용한다. 관리하기 어렵지 않는가.
랑에 운트 죄네는 새로운 무브먼트를 개발할 때 어떤 점이 경제적인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최고의 길을 선택한다. 가장 쉬운 길은 아닐 수 있지만 고집스럽게 그 길을 따른다. 우리 워치메이킹에 지름길이란 없다. 특정 디자인이나 구조가 합리적인지, 워치메이킹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지 여부가 중요할 뿐이다.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독특한 제조 방식도 고수한다. 여러 워치메이커가 조립 과정에 참여하는 대신, 일반적으로 워치메이커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무브먼트를 완성한다. 최고의 정밀도를 보장하는 동시에 워치메이커들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확장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랑에 운트 죄네 다토그래프 25주년 기념 한트베르크스쿤스트 Ref. 405.048. (왼쪽)랑에 운트 죄네 자이트베르크 Ref. 142.031.(오른쪽)
자이트베르크에 탑재되는 칼리버 L043.6.
당신의 가장 큰 업적은.
랑에 1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오디세우스, 자이트베르크, 그리고 그랑 컴플리케이션. 내가 ‘빅 포(Big 4)’라고 부르는 랑에 운트 죄네의 핵심 모델들이다. 그중 오디세우스가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다. 기술적인 부분이 어렵다기보다 타입이 생소해서 더 어려웠다. 우리에겐 오랫동안 아이디어로만 존재했던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시계였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스테인리스 스틸 시계를 개발할 때, 제네바의 대형 매뉴팩처들과 비교해 실수를 저지를 위험도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워치 분야에서 5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온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도 특별하다. 단순히 복잡하고 비싼 시계라서가 아니라, 개발자로서 큰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였다. 7년에 걸쳐 이 시계를 제작하면서 우리는 거의 경험이 없던 소네리(sonnerie) 시계 제작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 크로노그래프는 여전히 획기적인 메커니즘으로 꼽힌다.
크라운 포지션으로 메커니즘을 변환하는 듀얼 버튼 기능은 필연적으로 탄생했다. 오디세우스 특유의 다이얼 디자인이 유지돼야 했다. 빅 데이트와 요일 표시창을 그대로 두면서 가독성을 해치지 않고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통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로노그래프의 두 핸드를 중앙에 배치하는 무브먼트를 개발했다. 보통 3시와 9시 방향에 배치되는 서브 다이얼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우리의 해결책은 상당히 실용적이다. 스크루 다운 크라운이 일반 위치에 있을 때, 2시와 4시 방향 버튼은 크로노그래프의 시작, 정지, 리셋 기능을 수행한다. 크라운을 당기면 새롭게 개발된 메커니즘을 통해 날짜와 요일을 설정할 수 있다.
새로운 시계나 무브먼트의 개발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모든 랑에 운트 죄네 시계는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며 팀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다. 목표는 시간이 흘러도 랑에 운트 죄네 시계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은 기술적 아이디어를 반영하면서도 최상의 사용성과 미적 완성도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무브먼트 설계자와 제품 디자이너는 초기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폭넓은 가능성의 기초다. 랑에 1의 비대칭 다이얼, 자이트베르크의 기계식 디지털 디스플레이, 그리고 오디세우스 크로노그래프의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리셋-투-제로(reset-to-zero) 기능이 실현될 수 있었다.
프로토타입 테스트가 중요할 것 같다.
새로운 디자인의 이론적 세계는 결국 현실과 만난다. 이 지점에서 프로토타입 제작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제작한 실물 크기 작동 모델은 본격적인 양산 승인을 받기 전에 사내 테스트 연구소에서 일련의 혹독한 내구성을 시험받는다. 잠재적인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마모 가능성부터 오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편차까지 철저히 점검한다. 사소한 결함이 우리가 설정한 허용 오차 범위를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준은 공인 크로노미터 테스트 기관에 비견될 만큼 엄격하다.
실리콘 부품 등 신소재에 대한 생각은.
모든 기술적 진보는 우리의 제조 철학과 일치해야 한다. 먼 미래에도 무브먼트가 수리될 수 있어야 하고, 밸런스 스프링을 포함한 모든 부품이 재생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물론 실리콘 헤어스프링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지만 실질적인 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우리는 자체 기술과 기계적 설계를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공정 기술을 선택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문페이즈 디스크 코팅과 루멘(Lumen) 모델의 다이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워치메이킹에 대한 독일 또는 유럽 젊은이들의 관심과 수요는.
워치메이킹은 결코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원자들은 대개 장인 정신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빠르게 열정을 드러낸다. 랑에 운트 죄네 워치메이킹이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현재 우리는 50명의 젊은 인재를 교육하고 있다. 큰 자부심을 느낀다. 장인 정신을 미래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음 세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랑에 운트 죄네 워치 메이킹에서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랑에 운트 죄네를 정의하는 본질, 우리의 시계 제작 방식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다. 정밀도와 품질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전문성뿐만 아니라 창의성도 필수적이다. 창의성을 위해선 자유로운 사고가 어떤 제약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래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꽃필 수 있다. 자이트베르크나 오디세우스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유연한 사고 없이는 결코 실현될 수 없었을 것이다.
랑에 운트 죄네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워치메이킹의 한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우리의 열정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워치메이킹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미지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하길 즐긴다. 시장은 급격하게 변했다. 오늘날에는 독립 시계 제작자들이 훨씬 많아졌다. 창의적인 경쟁을 촉진하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는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창립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젊은 브랜드들도 많이 등장했다. 랑에 운트 죄네는 그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게재호
96호(2025년 01/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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