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블로가 미래의 워치 메이킹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위블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정수인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은 시계에 대한 고정관념과 기존 메커니즘을 타파한다.
에디터 유현선 문의 위블로 02-540-1356
LVMH 워치위크 2024에서 MP-10 투르비용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 티타늄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위블로 MP-10 투르비용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 티타늄
Ref. 910.NX.0001.RX 기능 시·분·초, 투르비용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HUB9013, 21,600vph, 66스톤, 48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41.5×54.1mm, 티타늄,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4억3560만원
위블로의 마스터피스 Masterpiece, MP 컬렉션
소재의 자유로운 ‘믹스 앤 매치’를 뜻하는 ‘아트 오브 퓨전(Art of Fusion)’. 위블로의 부활을 맡았던 마케팅의 귀재 장 클로드 비버가 위블로 창립자 카를로 크로코의 골드와 러버 조합을 발전시킨 개념으로, 위블로를 시계 무대의 한가운데에 세운 일등 공신이었다. 위블로가 ‘아트 오브 퓨전’의 ‘포텐’을 말 그대로 폭발시킨 빅뱅 컬렉션으로 소재의 연금술을 펼치는 사이, 수면 아래에서는 더 진취적인 계획이 도사리고 있었다. 첫 번째는 인하우스 무브먼트. 위블로는 2010년 ‘유니코(Unico)’로 명명한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HUB1242를 출범시키며 당당히 매뉴팩처 브랜드에 합류했다. 빅뱅 컬렉션의 양과 질을 더욱 향상했음은 물론이다. 두 번째는 더욱 흥미로웠다. 같은 해 위블로는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집중 개발하던 BNB 콘셉트(BNB Concept)를 인수하고 창립자 마티아스 뷔테(Mathias Buttet)에게 ‘Confrérie Horlogère Hublot’라 불리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 개발) 부서를 맡겼다. 사내 최고 수준의 워치 메이커와 디자이너, 엔지니어 30명도 함께였다. 2012년 위블로 ‘아트 오브 퓨전’의 업적 중 하나인 매직 골드(다공성 세라믹에 금을 주입한 신소재)도 그들의 작품이다. 단순히 신소재 개발만이 과제가 아니었다. 다른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분야에서 과시적인 성과를 선보이는 것.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그저 복잡한 시계가 아니라, 브랜드의 기술력을 가늠하는 척도이자 하이엔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워치 메이킹 신(Scene)은 MP-10의 탄생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 위블로 CEO 리카르도 과달루페
글라스백에서도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며 리니어 와인딩을 하는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이 보인다. 시간을 조정하는 크라운은 푸시 방식으로 필요할 때만 눌러서 사용할 수 있다.
1980년대 초에 설립해 2000년대 중반부터 실질적인 성장을 이룬 위블로는 해당 분야에서 반드시 두각을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위블로의 초고사양 실험실에서 ‘마스터피스(Masterpiece)’, MP가 탄생했다. 2011년의 첫 번째 작품 MP-01은 세 개의 배럴을 직렬로 연결해 10일 파워리저브를 구현한 크로노그래프로, 그간 위블로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티타늄 토노 케이스가 인상적이다. 빅뱅을 토노형으로 재구성한 케이스는 훗날 스피릿 오브 빅뱅의 원형이 된다. 위블로는 같은 해 바젤월드에서 MP-02 ‘키 오브 타임(Key of Time)’을 연달아 공개하며 MP에 대한 진심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4배 빠르게 혹은 4배 느리게 표시할 수 있는 MP-02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범주를 넘어 시간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마저 전달하고 있었다. ‘아트 오브 퓨전’을 소재에 한정하지 않고 기능으로도 표현한 셈이다. 이후 위블로는 2012년 MP-04 ‘안티키테라’와 MP-05 ‘라 페라리’, 2017년 MP-09 투르비용 바이-액시스, 2018년 MP-11 빅뱅, 2023년 MP-13 투르비용 바이-액시스 레트로그레이드와 MP-15 ‘타카시 무라카미’ 투르비용 사파이어 등 다양한 MP 시리즈를 통해 50일의 초장기 파워리저브,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투르비용, 파격적인 컬래버레이션 등을 선보이며 전통적인 컴플리케이션을 완전히 새롭게 창조해왔다. 이제 위블로의 플래그십 컬렉션을 넘어 하나의 독창적인 장르로서 스위스 시계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한 MP. 올해 LVMH 워치위크 2024에서 등장한 MP-10 투르비용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 티타늄이 그 전설을 계승한다. 출시 순서로 보면 열네 번째 MP지만, 프로젝트가 시작된 차례로 번호를 매겼기 때문에 이름은 MP-10이 되었다.
정면에서는 언뜻 사각 원통형인 수통 모양으로 보이지만 옆에서 보면 정확한 모양을 정의하기 힘든 3차원의 케이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정복한 위블로라 가능한 일이다. 케이스는 티타늄 소재라 무게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수평에서 수직으로
“기존 컴플리케이션의 재해석을 벗어나 워치 메이킹의 새로운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디자이너와 워치 메이커에게 전권을 주었고, MP는 그 결실입니다. 앞으로 워치 메이킹 신(Scene)은 MP-10의 탄생 전과 후로 나뉠 겁니다.” 위블로 CEO 리카르도 과달루페(Ricardo Guadalupe)는 이번 LVMH 워치위크에서 MP-10 투르비용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 티타늄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모델은 손목시계의 정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시곗바늘이 없고 다이얼도 없으며 케이스가 원형도 아니다.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에는 로터도 없다. 언뜻 수통을 닮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그야말로 3차원이다. 사방으로 자연스럽게 곡면을 만들어 정면과 옆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6시 방향 투르비용에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6시 방향에서는 2017년의 MP-09부터 이어진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디자인과의 연결점도 찾을 수 있다. 이제 위블로의 가공 기술은 곡면을 만들기가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완벽한 수통 모양을 성형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지금까지 제작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중 가장 복잡한 모양이었다고 한다. 표면을 샤이니 마이크로 블래스트(Micro-blasted) 처리해 매끄럽게 반짝이는 티타늄 케이스도 글라스와 빈틈없는 합을 이룬다. 유려한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인 크라운도 두 개로 나눴다. 케이스 가장 위쪽의 크라운에서 와인딩을, 케이스백의 크라운에서 시간 조정을 담당한다. 시간 조정 크라운은 필요할 때 누르면 튀어나오고 다시 누르면 들어가는 푸시 방식이다.
수직 구조로 완성한 칼리버 HUB9013. 리니어 와인딩 시스템에는 충격 흡수 기능도 마련했다.
핸즈와 다이얼의 역할은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HUB9013이 맡는다. 연구 및 개발에만 5년이 걸렸고, 총 592개의 부품으로 완성한 무브먼트다. 12시부터 6시 방향까지 이어지는 수직 실린더가 일종의 베이스 무브먼트인데, 시간 인디케이터 역할까지 담당한다. 읽는 법은 일반적인 시계와 사뭇 다르지만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옮기며 시간과 분, 초까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12시 방향 두 개의 드럼 중 위가 시간, 아래가 분이다. 그린과 레드 컬러로 구분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연이어 배치했고, 그 아래 투르비용 케이지에 병합한 초침이 돌고 있다. 35도로 기울어진 투르비용 케이지는 MP 시리즈 투르비용이 추구하는 재해석이자, 바이-액시스 투르비용 같은 다축 투르비용의 합리적인 접근이라 볼 수 있다. 투르비용 케이지가 이런 식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시계의 포지션 변화에 영향을 적게 받아 좀 더 안정적인 구동을 보장한다. 시계를 착용하고 자동차의 스티어링 휠을 쥐면 손목을 비틀지 않아도 시간을 초 단위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위블로의 ‘마스터피스’라는 명성과 지위에 걸맞은 모델. 위블로 워치 메이킹이 현재 보여줄 수 있는 능력치를 모두 담아냈다.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의 리니어 웨이트를 제외하고, 다이얼에서 보이는 블랙 컬러 부품은 블랙 아노다이즈 처리한 알루미늄 합금 소재다.
35도 기울어진 투르비용 케이지. 포지션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각도다. 초를 새긴 케이지는 1분에 1회전하므로 빨간색 삼각점으로 초 단위를 확인할 수 있다.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 Weight Energy System
보편적인 시계에서 수평 구조는 필연과도 같았다. 납작한 라운드 형태여야 주머니에 넣거나 손목에 착용하기가 유리하다. 셀프와인딩 방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1950년대 전부터 이미 로터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는 로터의 진동폭이 제한적인 퍼페추얼 메커니즘을 고안했고, 이후 270도 정도만 회전했던 범퍼(Bumper) 로터를 거쳐 비로소 360도 자유롭게 회전하는 로터가 정착하게 되었다. 시계의 수평 구조를 수직으로 바꾸기 위해서 시간 표시는 물론 와인딩 시스템에도 기존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2013년 페라리와의 파트너십으로 선보인 MP-05 ‘라 페라리’ 역시 수직으로 구조를 재편성한 모델이지만, 무브먼트는 50일의 파워리저브를 구현하기 위해 원통형 배럴을 담은 핸드와인딩 방식이었다. 위블로는 셀프와인딩 MP-10을 원했고, 최종적으로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인 리니어 와인딩 시스템을 택했다. 시계가 움직일 때마다 두 개의 무게추가 마치 자동차 엔진의 피스톤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며, 그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태엽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칼리버 HUB9013의 양옆에서도 블랙 알루미늄 아노다이즈 처리한 화이트 골드 소재의 리니어 웨이트(Linear weights, 선형 추)를 발견할 수 있다. 셀프와인딩인 대신 파워리저브는 48시간이다. 사실 위블로가 최초로 고안한 메커니즘은 아니다. 태그호이어의 모나코 V4 콘셉트 워치(2004년)나 코룸의 골든 브리지 오토매틱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찾아볼 수 있다. 대신 위블로는 웨이트가 내부에서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 리니어 와인딩 시스템의 외부 축에 충격 흡수 스프링을 고안해냈다. 현재 독점 권리를 얻고자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50개 한정 판매 예정. 이 모델의 의미를 생각하면 꽤 많은 숫자다.
결론
위블로의 ‘마스터피스’라는 명성과 지위에 걸맞은 모델. 고정관념을 깨부순 수직 구조, 투르비용의 재해석, 획기적인 리니어 와인딩 시스템, 다년간 갈고닦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의 마법 같은 가공 수준에 슈퍼카와의 접점까지, 위블로 워치 메이킹이 현재 보여줄 수 있는 능력치를 모두 담아냈다. 결합, 응용, 수정이라는 창의의 툴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덕분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어도 잘 쓰기는 힘든 도구지만 ‘아트 오브 퓨전’이 일상과도 같은 위블로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결국 이런 힘이 미래를 지배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MP-10 투르비용 웨이트 에너지 시스템 티타늄을 워치 메이킹의 새로운 문을 여는 열쇠라고 표현한 CEO 리카르도 과달루페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간다. 이쯤 되면 한정 수량 50개도 많아 보일 정도다. 수량이 적을수록 컬렉터의 애가 탈 것이니. 하지만 이 역시 위블로의 능력이다.
HUBLOT MP HIGHLIGHTS
2011
MP-02
투르비용 ‘키 오브 타임’
시간은 절대적이지만 체감은 상대적이다. 지루한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싶은 마음과 행복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을 느낀 적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MP-02는 크라운 포지션에 따라 시간을 4배 빠르게, 또는 4배 느리게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통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Speed of time’ 인디케이터로 시간의 속도를 확인할 수 있고, 원할 때에 언제든 크라운 포지션을 바꿔 현실의 시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2013
MP-08
‘안티키테라 Antikythera’ 선 문
2012년의 MP-04가 그리스 에게 해 난파선에서 발견한 안티키테라 장치에서 영감을 얻어 갖가지 복잡한 천문 기능을 담았다면, MP-08은 양력과 음력, 계절에 따라 바뀌는 황도대, 태양과 달의 위상에 집중했다. 플라잉 투르비용은 다이얼 6시 방향에서 회전한다. 단 4점만 만들어 박물관 등에 전시한 MP-04와 달리, ‘네오 안티키테라’인 MP-08은 20개를 생산했다.
2013
MP-05
‘라 페라리’
최초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라 페라리가 등장한 해, 위블로는 페라리와 파트너십을 기념하는 MP-05 ‘라 페라리’를 공개했다. 수직으로 늘어선 11개의 배럴이 반발력으로 가득 차면 무려 50일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는 시계다. 수직 배럴에 맞춰 드럼 디스크로 시간을 표시하며, 페라리 엔진룸을 연상시키는 케이스 실루엣과 마찬가지로 12기통 엔진을 닮은 글라스백의 무브먼트 디자인이 압권.
MP 컬렉션은 위블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역사와도 같다. 역대 MP 중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핵심 모델을 추렸다.
2017
MP-09
투르비용 바이-액시스
MP 시리즈의 핵심 테마 중 하나는 투르비용이다. MP-09은 2개의 축을 사용한 다축 투르비용을 탑재한다. 첫 번째 축은 1분에 1회전, 두 번째 축은 30초에 1회전해 중력의 영향이 밸런스 휠에 미치기 전에 상쇄한다는 이론을 실현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6시 방향에서 흘러내린 듯, 전투기의 캐노피처럼 가공해 투르비용에 시각적 재미를 더한다. 이때부터 이미 범상치 않았던 위블로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2018
빅뱅 MP-11
14데이즈 파워리저브 사파이어
MP-05 ‘라 페라리’가 페라리를 빼닮은 퍼포먼스로 압도한다면, MP-11은 데일리 스포츠카를 지향한다. 빅뱅 컬렉션의 하나로 소개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계는 수평과 수직 구조가 공존하는데, 12시 방향의 일반적인 시·분 다이얼과 그 아래 14일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7개의 배럴이 자리하는 식이다. 이 두 메커니즘은 헬리컬(Helical) 기어로 연결한다. 케이스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소재며, 배럴이 늘어선 부분은 볼록하게 솟았다.
2023
MP-15
‘타카시 무라카미’ 투르비용
일본의 오타쿠 팝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타카시 무라카미의 ‘슈퍼플랫 플라워’를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정교하게 완성한 케이스가 눈길을 사로잡는 MP-15. ‘슈퍼플랫 플라워’의 정가운데, 그 웃는 얼굴을 위해 위블로 최초로 센터 투르비용을 시도했다. 뒤시엔 근위축증 환자를 위한 자선 경매인 ‘온리워치(Only Watch)’ 에디션은 444개의 보석을 장식해 오리지널 ‘슈퍼플랫 플라워’의 무지개 꽃잎을 화려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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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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