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진 파일럿 워치

1920년대와 1930년대, 비행기에 몸을 실은 대담한 파일럿은 론진의 시계를 신뢰했다. 론진이 새롭게 선보인 스피릿 모델은 당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상기시킨다.

내용

할리우드의 거물이자 비행가였던 하워드 휴즈는 비행 시 론진의 항공용 온보드 크로노미터와 크로노그래프를 사용했다.



얼어버릴 듯한 추위. 귀가 먹먹해질 듯한 소음. 몸이 천근만근인 피로감. 그는 11시간째 비행 중이었다. 비행하는 사이 대서양 위로 어둠이 내려앉았다. 착륙까지는 날아온 시간보다 두 배 더 남았다. 

찰스 린드버그(Charles Lindbergh)는 홀로 잠과의 사투를 벌였다. 그는 롱아일랜드 루스벨트 비행장에서 출발한 순간부터 23시간째 무수면 상태였다. 그가 느꼈던 엄청난 추위는 잠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됐다. 열려 있는 조종석 때문에 바람은 끊임없이 귓가를 스치고 기기를 흔들어댔다. 장갑을 끼고 있는 손에서조차 감각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견뎌내리라는 것을 알았다. 아니,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비단 미국의 호텔리어 레이먼드 오티그(Raymond Orteig)가 뉴욕과 파리 사이를 중간 착륙 없이 처음으로 횡단하는 사람에게 수여하기로 한 우승 상금 2만5000달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돈이 아닌 불멸이 되기 위해서 견뎠다. 마침내 린드버그가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 22분에 파리에 착륙하자 감격한 수만 명의 관중은 그의 비행기 ‘더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를 둘러싸고 환호했다.

이륙과 착륙 사이의 시간, 즉 린드버그의 비행시간은 총 33시간 39분이었다. 이 시간은 스위스 쥐라 산맥의 생티미에라는 마을에 기반을 둔 시계 제조사가 국제 항공 연맹 FAI를 대신해 공식적으로 측정한 것이다. 그 회사 이름은 론진이며, 파일럿들 사이에서는 이미 알려진 브랜드였다. 특히 존 P. V. 하인뮐러(John P. V. Heinmuller) 사장은 론진의 이름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뉴욕 비트나우어(Wittnauer)의 대표로 론진 시계를 미국에 수출했다. 하인뮐러 역시 열정적인 파일럿이었고, 개인적으로 여러 파일럿과 친분이 있었다. 그는 1920년대 이뤄진 기념비적인 비행의 시간을 측정하고 인증하는 등 많은 부분을 직접 수행했다. 게다가 론진 본사를 여러 번 방문했고, 당시 파일럿들이 온보드(On-board) 크로노미터와 손목시계에 대해 갖고 있던 특별한 요구 사항에 대해 가치 있는 조언을 들려주곤 했다.



론진과 기록을 수립한 파일럿 

파일럿이자 사진작가였던 발터 미텔홀처(Walter Mittelholzer)는 론진 시계를 사용해 기록적인 비행을 수행했다. 스위스 출신인 그는 1924년에서 1925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론진 온보드 크로노미터를 사용해 취리히에서 테헤란까지 여러 경유지를 거쳐 4주간 비행했다. 그는 1926년 12월부터 1927년 2월까지 취리히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비행에서도 론진 크로노미터와 동행했다. 당시 론진의 명성은 이미 스위스를 뛰어넘어 질주하고 있었다. 1919년부터 FAI를 위해 공식적으로 시간을 측정했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34회 이상 기록적인 비행의 공식 타임키퍼를 맡았다. 1915년에는 조종석을 위한 온보드 크로노미터를 알루미늄 케이스로 제작했다. 1913년에는 새로 개발한 13.33Z 칼리버를 탑재한 첫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를 소개해 파일럿에게 사랑을 받았다. 30분 카운터를 포함하고 0.2초 이내로 오차 범위를 줄여 정확성을 높인 덕분에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았다.

미텔홀처의 등장 이후 더 많은 파일럿이 론진 크로노미터를 사용해 비행 기록 수립에 도전했다. 이탈리아 공군 파일럿 안토니오 로카텔리(Antonio Locatelli)는 1925년에 이탈리아 도시 브레시아 근처의 게디에서 아이슬란드까지 비행했고,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코 데 피네도(Francesco de Pinedo)는 수상 비행기를 타고 수개월간 4개 대륙을 여행했다. 미국인 클라렌스 던칸 챔벌린(Clarence Duncan Chamberlin)은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 직후인 1927년 6월, 뉴욕에서 독일 아이스레벤까지 무착륙으로 비행했다. 그는 한 명의 승객을 태우고 뉴욕에서 독일까지 무착륙으로 비행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또한 호주의 찰스 킹스포드 스미스(Charles Kingsford Smith)가 서던 크로스(Southern Cross)라는 이름의 트라이모터 포커 F.Vllb를 타고 처음으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서 호주로 건너갔을 때도 보드에는 론진 크로노미터가 장착되어 있었다.


론진은 1927년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 당시에 공식적인 비행 시간을 측정했다.


1932년 아밀리아 에어하트는 여성 비행사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했다.


1939년 론진 온보드 크로노미터는 알루미늄 케이스로 제작했으며, 2개의 타임존을 표시할 수 있는 인디케이터와 충격 흡수 기능을 갖췄다.


아밀리아 에어하트는 1928년과 1932년에 대서양을 횡단할 당시 론진의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를 착용했다.



여성 비행 선구자 

비행 모험에 나선 사람들 중에는 여성 비행사도 다수 있었다. 아밀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는 1928년에 론진 손목시계를 차고 대서양을 횡단했다. 그때는 승객 신분이었지만, 4년 후에 홀로 캐나다에서 북아일랜드까지 거의 15시간에 걸쳐 무착륙 비행에 성공하며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비행 당시 에어하트는 1928년 승객으로 대서양을 횡단할 때와 마찬가지로 론진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다.

비행 역사에 남을 또 한 명의 여성으로는 엘리노어 스미스(Elinor Smith)가 있다. 미국 출신인 그녀는 15세에 이미 비행기 조종 경험이 있었고, 16세에는 세계 최연소로 비행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에도 스미스는 많은 기록을 남겼다. 1929년 17세의 나이로 13시간 16분 동안 홀로 조종석에 앉아 비행하며 당대 여성 비행사로서는 새로운 세계 기록을 세웠다. 1930년에는 8357m 상공을 비행함으로써 남성과 여성 기록을 통틀어 고도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당시 그녀는 론진 시계로 고도를 측정했고, 착륙 이후에 생티미에로 ‘론진의 워치는 시종일관 완벽하게 작동했다’는 내용을 담은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

이 외에도 유의미한 기록을 남긴 여러 여성 파일럿이 있다. 루스 니콜스(Ruth Nichols)는 1931년에 고도(8,761m), 속도(339km/h), 거리(3,182km) 부문에서 모두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며 유명해졌고, 오늘날까지도 3가지 부문에 대한 세계 기록을 동시에 세운 여성으로 남아 있다. 이때부터 루스 니콜스는 중요한 비행 시 론진 워치를 착용했다. 영국의 여성 비행사인 에이미 존슨(Amy Johnson) 역시 론진 워치를 신뢰했다. 그녀는 1932년 ‘윔즈(Weems)’ 워치를 착용하고 4일 6시간 54분 만에 영국에서 케이프타운까지 비행하며 남편 짐 몰리슨(Jim Mollison)의 기록을 10시간 30분 앞당겼다.

미국의 극지 탐험가 리처드 E. 버드(Richard E. Byrd)도 론진의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1926년 버드는 그의 수석 조종사 플로이드 베넷(Floyd Bennett)과 함께 첫 북극 비행 횡단을 시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비록 그때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대신 1929년 말에 남극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완벽주의자였던 버드는 남극 탐험 중에 인증받은 다수의 마린 크로노미터 외에도 손목시계를 지니고 있었다. 탐험 이후에 버드는 생티미에로 시계를 칭찬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전보를 보냈다. “뉴욕의 비트나우어 회사에서 제공한 론진의 손목시계와 크로노미터는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하게 작동했습니다.”


비행 기록 보유자인 엘리노어 스미스는 론진에 감사의 편지를 쓰기도 했다.


에이미 존슨이 론진 시계를 차고 육분의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윔즈 세컨드 세팅 워치

버드가 언급했던 손목시계 중에는 미 해군 장교 필립 반 혼 윔즈(Philip Van Horn Weems)의 이름에서 유래해 수집가들 사이에서 ‘윔즈(Weems)’라고 알려진 시계도 있었다. 윔즈는 파일럿을 위한 특별한 시계를 고안해 이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초침을 타임 시그널과 동기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예전에는 장갑을 낀 손으로 크라운을 힘들게 당겨 초침을 움직여야만 했다. 크라운을 뽑아도 파워가 남아 있을 때 초침이 멈추지 않아 초 단위의 정확한 시간까지 세팅이 어려웠고, 때로는 1분 이상의 편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윔즈는 4초만 어긋나도 비행기가 1마일 또는 그 이상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계산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위험할 수 있었다. 윔즈는 다이얼 중앙부에 회전하는 서브 다이얼을 적용했다. 이로써 파일럿은 타임 시그널이 오면 조작이 용이한 커다란 크라운으로 서브 다이얼을 회전시켜 서브 다이얼의 영점을 움직이는 초침과 맞출 수 있게 되었다.

론진은 1929년부터 윔즈의 세컨드 세팅 워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버드의 성공적인 남극 탐험과 더불어 그가 론진 시계를 칭찬했다는 사실 덕분에 항공계 국제무대에서는 누구나 론진 매뉴팩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찰스 린드버그는 흥미롭게도 1927년 대서양 횡단 비행 당시 론진 시계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린드버그는 당시에 자신이 차고 있던 어떤 손목시계에 대해 좋게 말하지 않았다. 조종석 기기 덕분에 목표 지점까지 성공적으로 조종할 수 있었지만 린드버그가 파리에 무사히 착륙한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그는 필요 없는 짐을 줄이려고 중요한 도움 장치까지도 거절했고, 엔진 뒤에 앉아 잠망경을 통해서만 앞을 바라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경력이 풍부한 조종사가 아니었다. 오늘날 항공 분야 역사가들은 린드버그의 성공 뒤에는 낙천주의와 끈기 외에도 매우 큰 운이 따랐음을 입 모아 이야기한다. 1927년만 해도 15명의 조종사가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을 따라 도전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조종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다.


회전하는 서브 다이얼이 있는 지름 47.5mm의 론진 파일럿 워치.


필립 반 혼 윔즈는 파일럿을 위한 시계를 설계했다.



린드버그의 아워 앵글 워치 

1928년 린드버그는 비행 중 쿠바 근처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고 난 뒤에 윔즈를 찾아가 한 달 동안 천문 항법을 배웠다. 린드버그는 윔즈로부터 세컨드 세팅 워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듣고 난 뒤 파일럿이 위도상의 지역과 경도를 계산해 현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계를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다. 린드버그는 다이얼 위 시침으로 12시간 외에도 특정 각도(12시간=180°)를 읽을 수 있도록 시계를 디자인했다. 분침은 회전 베젤에 나타나 있는 분각(arcminute)을 표시하며, 다이얼 중앙에는 ‘윔즈’ 시계와 마찬가지로 조정 가능한 서브 다이얼이 있어 초침으로 15분각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간각으로 분할한 회전 베젤을 간단하게 조작해 최초로 측정한 그리니치 평균시에서 아워 앵글로 측정한 현재 시각을 빼는 방식으로 실제 태양시와 평균 태양시 간의 차이를 뜻하는 균시차와 현재 위치의 경도까지 계산할 수 있다.

1931년 론진은 린드버그의 조언에 따라 ‘린드버그 아워 앵글 워치’를 선보였다. 해당 모델은 18.69N 칼리버를 탑재한 지름 47mm의 손목시계로도, 동일 무브먼트를 사용한 목재 케이스의 온보드 크로노미터로도 생산했다. 아워 앵글 워치는 1930년대 많은 파일럿이 주문했고 모험을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하워드 휴즈와 사이더로그래프(Siderograph) 

1938년 론진은 사이더로그래프를 개발해 한 단계 더 발전했다. 항성시(sidereal time)에 따라 명명한 이 시계는 일상의 평균 태양시를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항성시만을 나타냈다. 다이얼과 외부 다이얼 링의 눈금으로 시각, 분, 분각을 표시한다. 이로써 파일럿은 태양시를 항성시로 변환할 필요 없이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조종사 및 항해사가 예전만큼 태양에 의존하지 않아도 돼서 밤에도 조종이 가능했다. 사이더로그래프는 가벼운 반자성 알루미늄 케이스로 제작했으며, 1910년에 개발한 정확도 높은 21.29 칼리버를 탑재했다.

론진의 사이더로그래프를 처음으로 사용한 파일럿 중에는 유명 사업가이자 할리우드 프로듀서 겸 감독인 하워드 휴즈도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비행기로 기록을 세우면서 파일럿으로도 명성을 알렸다. 1935년에 휴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7시간 28분 25초 만에 비행했는데, 시간당 352마일(567km/h) 속도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1938년에는 자신의 록히드 14-N2 슈퍼 엘렉트라를 타고 불과 3일 19시간 14분 만에 북반구를 한 바퀴 돌았다. 파리, 모스크바, 옴스크, 야쿠츠크, 앵커리지를 가로지르는 1만4800마일(2만 3818km) 거리의 기록적인 비행에는 사이더로그래프가 동행했다. 파리에서 연료를 보급하는 동안 론진의 프랑스 지사는 “하워드 휴즈의 비행 장비는 오로지 론진의 온보드 크로노미터와 크로노그래프로만 구성했다”라는 내용의 전보를 생티미에로 보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계는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뤘고, 론진 시계를 포함한 기계식 시계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1970년대 쿼츠 시계의 시대가 지나고 1980년대 기계식 시계의 르네상스가 도래하자 생티미에 사람들은 과거의 파일럿 시계를 다시 기억했다. 론진은 린드버그의 파리 착륙 60주년을 기념해 아워 앵글 워치 기념 컬렉션을 선보였고, 이후 몇 년에 걸쳐 다른 모델들도 소개했다. 이들은 대부분 린드버그 시계의 변형이었지만 윔즈 모델이나 한정판처럼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론진 파일럿 워치도 있었다. 다이얼이 오른쪽으로 45° 회전하는 애비게이션 워치 타입 A-7(Avigation Type A-7), 24시간을 하나의 디스플레이에 담은 트웬티-포 아워즈(Twenty-Four Hours)가 대표적이다.



윔즈의 새로운 세컨드 세팅 워치(위)는 타임 시그널과의 동기화를 위해 회전 베젤을 적용했고, 클래식 윔즈 버전(아래)은 중앙에 회전하는 이동식 세컨드 다이얼을 두었다.



찰스 린드버그가 아워 앵글 워치를 설명할 때 시도한 스케치. 

하워드 휴즈는 항성시에 따라 비행기를 조종하기 위해 사이더로그래프를 활용했다.



론진은 1931년부터 핸드와인딩 칼리버 18.69N을 탑재한 47mm 아워 앵글 워치를 생산했다.

 


2020년의 스피릿

2020년 초여름에 선보인 스피릿 컬렉션은 론진이라는 브랜드가 항공 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강하게 상기시킨다. 대부분의 디자인 요소는 론진의 옛 파일럿 워치를 따르고 있다. 특히 명확한 구조를 보이는 다이얼, 아라비아 숫자, 핸즈와 숫자에 발광 물질을 도포함으로써 시인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크라운도 마찬가지다. 비록 이전 모델보다는 크기가 작고 양파 형태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마름모 형태의 아워 마커는 1930년대에 선보인 다양한 론진 파일럿 워치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론진은 숫자 12에 특별한 마킹을 하지는 않았다. 예전 손목시계는 붉은 라인이나 삼각형으로 숫자를 강조하기도 했지만 린드버그의 아워 앵글 워치를 비롯한 여러 모델은 특별한 표시가 없다. 다만, 스피릿 모델의 날짜 창은 살짝 아쉽다. 오토매틱 칼리버 L888.4(ETA A31.LII)를 탑재한 지름 40mm 모델에는 너무 큰 느낌이다.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날짜 창은 좀 더 바깥쪽에 있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같은 사실은 42mm 모델에서 더욱더 강하게 드러난다.
스피릿 모델을 무엇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다이얼 위 다섯 개의 별이다. 이 또한 론진 역사에서 비롯한 상징이다. 1960년대, 1970년대에 사랑받은 애드미럴(Admiral)과 같은 모델에서 별은 무브먼트의 품질을 보여주었다. 다섯 개의 별은 최고 수준을 나타냈으며, 최상의 품질을 의미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L888.4 칼리버는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장착하며 스위스 공식 테스트 기관인 COSC로부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칼럼 휠 방식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L688.4(ETA A08.L01) 역시 마찬가지다. 스리 핸즈 모델은 64시간,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60시간으로 두 모델 모두 표준 ETA 칼리버보다 파워리저브가 늘어났다.
기뻐할 만한 사실 중 하나는 최신 모델에는 별을 하나씩 따로 새긴다는 것이다. 예전 모델은 막대 하나에 모든 별을 연결해 생산 과정에서 한 번만 위치를 잡으면 그만이었다. 반면 최신 모델은 별을 하나씩 새기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외관상으로는 더 아름답다.

다양한 버전과 가격
스피릿 모델은 여러 버전이 있다. 스리 핸즈와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매트 블랙, 선레이 블루, 그레인드 실버 다이얼 옵션이 있다. 스트랩은 스틸 또는 가죽 중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스트랩을 고르든 가격은 동일하다. 지름 40mm 오토매틱은 290만원, 42mm 오토매틱은 300만원, 크로노그래프는 410만원이다. 스리 핸즈 워치는 프레스티지 버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버전은 시계와 더불어 3가지 스트랩(스틸, 가죽, 나토)을 제공한다. 가격은 370만원이다.
 
 오토매틱 칼리버 L888.4를 탑재한 지름 40mm 모델.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맞춰 실버 다이얼을 적용해 전체적인 톤을 맞췄다.

론진 스피릿 크로노그래프 모델. 칼럼 휠 방식의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L688.4를 탑재했다. 선레이 블루 다이얼과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의 조화가 돋보인다.


매트 블랙 다이얼에 브라운 가죽 스트랩을 매치한 스리 핸즈 모델이다.

2020년 론진에서 선보인 스피릿 컬렉션은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장착한 오토매틱 무브먼트 크로노그래프 및 스리 핸즈 워치로 구성한다. 다양한 색상의 다이얼 옵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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