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T
HYT(Hydro Mechanical Horologists)는 이름 그대로 기계식 무브먼트에 펌프와 유동 액체로 시간을 표시하는 유일한 워치메이커다. 액체는 기계식 시계 최대의 적 중 하나지만 흐르는 시간을 표현하는 감성으론 이만큼 잘 어울리는 소재도 없다. 2012년 뇌샤텔에서 창립했는데 실제로는 이 전무후무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2014년엔 시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브먼트 개발 전문 제조사 르노 앤 파피의 공동 창립자인 도미니크 르노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HYT는 독보적인 무브먼트와 시계 전체를 덮고 있는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덕분에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진다. 현재 디자인적으론 가장 개성적인 시계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총 6개의 컬렉션이 등장했으며 이 중에는 크라운을 이용한 기계식 발전기로 조명을 켤 수 있는 모델까지 있다. 엔트리 모델 5000만원대.
HYT의 H1.0 컬렉션. 관 속에 담긴 두 가지 컬러의 유체를 자동차 엔진의 실린더처럼 생긴 펌프가 시간에 맞춰 제어한다. 물론 완벽한 기계식 무브먼트다.
SPEAKE-MARIN
영국의 독립 시계 제작자 피터 스피크 마린이 2002년 창립한 브랜드다. 2017년 창립자는 떠났으나 이후 새로운 후원을 받아 독립 하이엔드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라쇼드퐁을 기반으로 무브먼트 생산 매뉴팩처까지 설립해 2019년 SIHH에서 새로운 스피크 마린 컬렉션을 발표했다. 주력 모델은 원 앤 투 오픈워크 듀얼타임이다. 고전적이고 볼드한 케이스 디자인은 그대로 이어받고 최근 유행하는 인버티드 설계의 무브먼트로 오픈워크와 스켈레톤 다이얼을 가졌다. 전 모델에 적용하는 하트 모양의 핸즈가 시그니처다. 다소 파격적인 디자인이지만 고급 시계의 기본인 뛰어난 마감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명기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밸주 72를 사용한 한정 모델도 애호가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엔트리 모델 1000만원대 중반.
스피크 마린 원 앤 투 오픈워크 듀얼타임. 기어트레인을 다이얼 전면에 드러내고 절묘한 두 개의 비대칭 브리지로 균형을 잡았다. 마이크로 로터 시스템의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RJ
2004년 제네바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2018년 브랜드 이름을 로맹 제롬(Romain Jerome)에서 애호가들이 닉네임처럼 부른 이니셜 RJ로 변경했다. 시계와 창의적인 문화를 합친 RJ의 시계는 위트가 넘친다. 초창기 타이타닉이나 아폴로 11호 같은 다른 분야의 전설적인 DNA를 재해석한 창조적인 디자인의 모델을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포켓몬, 배트맨, 헬로키티 등 다양한 아이콘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고급 기계식 시계에 키덜트 감성을 더했다고 보면 정확하다. 디자인은 베젤과 케이스를 감싼 네 개의 독특한 범퍼가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올해 회사의 볼륨을 키우며 최초의 여성용 모델과 브랜드의 중심이 될 애로우(ARRAW) 컬렉션 그리고 매뉴팩처 무브먼트까지 선보였는데 앞으로 전 모델의 인하우스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엔트리 모델 1000만원대 중반.
RJ 아로 투 페이스. 영화 <배트맨>에서 주인공의 강력한 조력자였다가 빌런으로 변한 투 페이스를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계 절반에 질감이 다른 케이스와 스켈레톤 가공까지 한 무브먼트가 절묘하다.
DEWITT
2003년 현재도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제롬 드 위트(Jérôme de Witt) 백작이 창립했다. 본사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드윗은 독창적인 시계 제조에 열정을 가지고 워치메이킹 전문가 집단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목표는 완성된 시계의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도 헤어스프링을 제외한 다이얼과 무브먼트 및 기타 부속을 직접 생산하는 소수의 메이커 중 하나다. 2005년 탄생한 드윗의 첫 번째 작품 아카데미아 디퍼런셜 투르비용은 같은 해 제네바 워치 그랑프리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브랜드를 세상에 알렸다. 이후로도 독특한 페리페럴 로터 시스템으로 특허를 받은 셀프와인딩 투르비용 칼리버 DW8014 등 꾸준히 기술적인 혁신을 이루고 있다. 작은 규모와 제품 특성상 가격대가 꽤 높은 편이다. 전통적인 시계 브랜드처럼 최상급 마감은 아니지만 개성적인 기어 트레인과 설계 구조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엔트리 모델 6000만원대.
드윗 아카데미아 아워 플래닛. 입체적이고 메커니컬한 매력을 물씬 풍기는 모델이다. 섬세하게 제작한 6시 방향의 지구본을 체인으로 돌려 해당 타임존의 위치를 표시한다.
독립 시계 브랜드에 대한 기대
이미 몇 차례의 비공식적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새로운 유형의 시계를 만나본 한국 애호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진 클래식한 디자인이 강세를 보이는 시계 산업에서 독립 브랜드의 시계는 신선함을 추구하거나 다양한 개성을 표출하기 위한 출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대형 그룹의 브랜드가 아닌 소규모의 독립 하이엔드 브랜드의 진출은 그만큼 한국 시계 산업이 성숙해가는 증거이기도하다. 이번에 소개한 네 개의 브랜드는 모두 타임팰리스가 운영하는 부티크 매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11월 오픈 예정이다.
문의 타임팰리스 02-543-0974
게재호
64호(2019년 09/10월)
Editor
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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