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바람의 시작
과거 기계식 시계는 생소한 물건이었다. 투르비용은 그런 시대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투르비용이 다이얼 위에서 유유히 회전하는 모습은 프랑스어로 ‘회오리바람’을 뜻하는 이름만큼 강렬했다. 투르비용의 기원은 19세기 초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발명으로 거슬러올라간다. 회중시계 시절이었던 당시의 헤어스프링은 철제였고, 지금의 합금이나 실리시움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한 무게를 자랑했다. 주머니 속에 휴대하는 회중시계의 특성상 철제 헤어스프링의 약점은 더욱 두드러졌다. 수직 아니면 수평 포지션에만 치우친 헤어스프링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소용돌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헤어스프링이 규칙적인 수축과 팽창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시간은 부정확해질 수밖에 없다.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헤어스프링과 밸런스 휠, 즉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를 새장 형태의 케이지에 넣고 천천히 회전시키는 것이었다. 회전하는 케이지는 포지션 변화와 비슷한 효과를 주어 헤어스프링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오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현대의 투르비용
19세기의 투르비용과는 그 목적이 사뭇 다르다. 그간 기술과 가공 능력, 그리고 소재 발전에 힘입어 헤어스프링도 진화했다. 합금 소재 헤어스프링은 과거에 비해 자성의 영향에서 상당 부분 자유를 얻었고, 무게 또한 크게 덜어내 중력의 영향도 덜 받는다. 달리 말해 투르비용 없이도 충분한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1970~1980년대 쿼츠 쇼크라는 암흑기를 거치며 심미적, 유희적 도구라는 이전과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투르비용의 시각적 즐거움도 재평가를 받았다. 여전히 많은 메이커가 투르비용에 도전하는 이유다. 몽블랑도 그중 하나다.
2018년에 첫선을 보인 스타 레거시 서스펜디드 엑소투르비용.
엑소투르비용
‘심미적 도구’라는 새로운 목적을 지닌 투르비용. 이를 위해 브랜드의 로고를 본떠 제작한 케이지부터 두 개 이상의 축을 사용하는 다축 투르비용까지 다양한 접근이 이뤄졌다. 구조상 생소했지만 슬림형 투르비용도 등장한다. 그런 중에 몽블랑은 직설법을 택했다. 그것이 투르비용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최대화한 엑소투르비용이다. 보통의 투르비용과 달리 커다란 밸런스가 케이지 밖으로 튀어나온 구조다. 정확히 말하면 밸런스 휠의 지름이 케이지보다 크기 때문에 상단 케이지를 없애고 하단 케이지만 사용한다. 그래서 그리스어로 ‘바깥’을 의미하는 ‘엑소’로 이름 지었다. 스크루가 잔뜩 달린 커다란 클래식 밸런스는 엑소투르비용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다. 엑소투르비용은 2010년 빌르레 1858(현재 단종) 엑소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하이엔드급 피니싱이 아름다운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를 베이스 삼아 다이얼 12시 방향에 엑소투르비용을 올렸다. 그 조화는 점점 시장에서 옅어져가는 고전미 그 자체였으며, 몽블랑 워치메이킹의 기술적 성취를 드러내는 바로미터였다. 몇 년 뒤 몽블랑은 컴플리케이션에서도 최고 난이도로 평가받는 라트라팡테와 엑소투르비용을 결합했다. 와이어를 휘어 만든 듯한 미려한 브리지로 케이지를 고정해 기술적, 심미적으로 한 단계 높은 경지에 도달했다.
연이어 몽블랑은 엑소투르비용 슬림 시리즈를 발표했다. ‘케이지 외부에 자리한 밸런스’라는 엑소투르비용의 본질은 공유하면서 구조를 단순화시켜 몽블랑다운 합리성을 강조했다. 일상에서 착용하기에 부담이 없는 4810과 타임워커 컬렉션으로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몽블랑은 오리지널 엑소투르비용을 통해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심미적 성취를, 엑소투르비용 슬림 시리즈를 통해서는 합리성을 추구하며 워치메이커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현재 엑소투르비용은 밸런스 휠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서스펜디드’ 방식으로 진화했다.
몽블랑 스타 레거시 서스펜디드 엑소투르비용에 탑재하는 칼리버 MB M16.68. 다이얼 못지않게 클래식하다. 글라스백에서 볼 수 있는 칼리버 MB M16.68의 구조는 왼쪽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감하게 분할한 브리지가 곡선미를 한껏 드러내며 높은 수준의 피니싱은 고전적인 구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몽블랑 스타 레거시 라인업
MONTBLANC STAR LEGACY LINE UP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
날짜, 요일, 월을 표시하는 풀 캘린더와 문페이즈는 드레스 워치 장르에서 늘 환영받는 조합이다. 스타 레거시 풀 캘린더는 다채로운 다이얼 기법과 논리적인 인덱스 구성으로 첫 출시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그 인기에 힘입어 오버사이즈 로마 숫자 인덱스 버전을 추가했다. 아라비아 인덱스보다 더욱 고전적인 인상이다.
Ref. 119955
기능 시·분·초, 요일, 월, 문페이즈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MB 29.12, 28,800vph, 25스톤, 42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스틸, 3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568만원
몽블랑 스타 레거시 레이디 라인업
MONTBLANC STAR LEGACY LADY LINE UP
게재호
63호(2019년 07/08월)
글
구교철(타임포럼 편집장)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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