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게만의 디자인 언어

지난해 가을은 브레게 애호가들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그레고리 키슬링 오메가 제품 부문 부사장이 새로운 CEO로 취임한 건 물론, 클래식 컬렉션에도 신제품 2종이 추가됐다. 브레게는 독보적인 디자인 언어를 자랑하는 브랜드다. 브레게 숫자 인덱스부터 시작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비밀 서명까지 모두 브레게의 시그너처다.

내용


브레게 클래식 5177과 7787은 플래티넘 케이스에 깊은 블랙 색상의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을 갖췄다.


블랙 다이얼과 플래티넘 케이스

클래식 컬렉션은 브레게에 있어 가장 우아한 라인이다. 골드 케이스와 독보적인 다이얼의 조합은 브레게가 정의하는 고급 드레스 워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브레게는 클래식 컬렉션 5177과 7787에 신제품을 추가했다. 각각 2006년, 201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라인이다.

신제품은 블랙 에나멜 다이얼에 플래티넘 케이스를 갖춰 눈길을 끈다. 브레게에서는 보기 드문 조합이다. 클래식 컬렉션에서 블랙 다이얼을 찾아보기 어려운 건 물론, 플래티넘 케이스는 티타늄 케이스보다 희귀하다.


브레게 클래식 Ref. 5177PT/2N/9V601은 지름 38mm에 날짜창을 갖췄다. 가격은 5969만원.

브레게 클래식 Ref. 7787PT/2N/9VU는 지름 39mm에 문페이즈, 문에이지,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를 갖췄다. 가격은 6780만원.



브레게 클래식 퍼페추얼 캘린더 7327은 No.5 회중 시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디자인 요소를 담고 있다.


에나멜 다이얼과 기요셰 패턴

브레게는 18세기부터 에나멜 다이얼과 기요셰 패턴에 집중해왔다. 에나멜 다이얼은 그랑 푀(Grand feu) 공법으로 제작된다. 프랑스어로 ‘높은 온도’라는 뜻으로 플레이트 위에 유약을 바르고 불에 구워내는 기법이다. 최대 900°C의 고온에서 구워진 다이얼은 강렬한 깊이와 광채를 자랑한다. 높은 열로 인해 에나멜이 녹아 색소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난다.

매끄러운 광택이 도는 에나멜 다이얼에는 예부터 브레게 숫자 인덱스가 올라갔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는 1786년, 최초로 시계 다이얼에 기요셰 패턴을 도입했다. 기요셰는 다이얼에 직선, 곡선 또는 비정형의 선을 정교하게 새기는 방식을 뜻한다. 브레게는 다이얼의 일부 또는 전체에 기요셰 패턴을 새긴다. 인덱스가 위치한 영역에는 패턴을 입히지 않아 가독성도 잡았다.


브레게 클래식 Ref. 7147은 1926년에 제작된 No. 986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았다.



브레게 트래디션 5057은 19세기에 제작된 회중 시계 No. 2292의 전통을 이어받았다.



우아하게 기울어진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는 브레게의 디자인을 정의한다. 1783년부터 오늘날까지도 브랜드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브레게 숫자 인덱스

우아하게 기울어진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는 브랜드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브레게는 1783년부터 브랜드의 시그너처인 브레게 숫자 인덱스를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에도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세이코, 부틸라이넨, 파텍 필립 등 여러 브랜드도 이 인덱스를 채택하고 있다.


브레게 핸즈

끝부분에 작은 동그라미가 더해진 브레게 핸즈도 브랜드를 상징하는 요소다. 다만 인덱스와 달리, 거의 브레게만 사용한다.

1783년에 처음 등장한 브레게 핸즈는 사과를 닮은 모습으로 ‘뽐므(pomme) 핸즈’로 불리기도 한다. ‘뽐므’는 프랑스어로 사과를 뜻한다. 브레게는 주로 열산화를 통해 핸즈를 푸르게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사과를 닮은 브레게 핸즈는 대부분 열산화를 통해 푸른빛을 띤다.


비밀 서명

1795년에서 1800년 사이, 브레게는 다이얼에 미세한 각인을 하기 시작했다. 눈으로 쉽게 읽을 수 없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만 확인할 수 있다.

비밀 서명은 단순한 목적을 가지고 도입됐다. 바로 정품 인증 역할이다. 초기에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직접 수작업으로 서명을 새겼고, 이후에는 세밀한 조각을 새기는 장비인 팬토그래프(Pantograph)를이용하고 있다.


6시방향 인덱스와 중앙 핸즈 부착부 사이에 비밀 서명이 새겨져 있다.


플루티드 케이스 밴드

클래식 컬렉션 시계는 측면에서 섬세한 디자인 요소를 살펴볼 수 있다. 브레게는 마치 동전의 옆면처럼 케이스 측면에 촘촘하게 홈 패턴을 새겨 넣고 있다. 18세기 회중 시계를 제작할 때부터 시작된 요소다. 당시 브레게는 시계 케이스에 다양한 장식을 더했는데, 오늘날에는 플루티드 케이스 밴드만 사용하고 있다.

브레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매뉴팩처 중 하나다. 놀라운 점은 브레게의 역사적인 디자인 요소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요소는 변하지 않았고, 일부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브레게는 1775년 창립 이래 제작한 모든 시계를 철저하게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CEO의 지휘 아래 브랜드가 앞으로 어떤 보물을 다시 선보일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브레게만의 디자인 언어가 앞으로 수십 년 뒤에도 변함없이 지속될 거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열린 비밀’이다.




플루티드 케이스 밴드는 18세기 회중시계에서도 찾아볼 수있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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