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222 시계.
222, 전설의 시작
1970년대 초반,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레저 및 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격변했다. 당시 필수품이던 시계에도 새로운 개념이 요구됐다. 방수 성능을 갖춘 견고하면서 우아한
스포츠 워치, 즉 럭셔리 스포츠 워치였다. 내구성을 위해선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가 필연적이었고, 우아한 프로포션을 달성하려면 슬림한 고급 무브먼트가 탑재돼야 했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일체형인 편이 유리했다. 럭셔리 스포츠 워치는 웬만한 골드 드레스 워치보다 비쌌다.
222는 1977년 바쉐론 콘스탄틴이 창립 222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럭셔리 스포츠 워치다. 두께 7mm의 얇은 케이스는 120m 방수가 가능했다. 그때 기준 ‘점보’라 불린 지름 37mm 모델은 초침 없이 시간과 날짜만 표시했다. 더 작은 버전과 골드 버전도 연이어 출시됐다.
1970년대 222 골드 모델.
222는 젠타 스타일의 럭셔리 스포츠 워치와는 달랐다. 당시 23세에 불과한 스위스의 젊은 디자이너 요르크 하이섹이 222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훗날 브레게 마린, 세이코 아크투라 등 다수의 아이코닉 시계 디자인을 선보인 실력자다. 기어를 닮은 플루티드 베젤과 길쭉한 육각형 링크를 갖춘 브레이슬릿은 222만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222의 성공은 새로운 시계의 밑거름이 됐다.
1996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222를 기반으로 새로운 럭셔리 스포츠 워치 오버시즈를 설계했다. 오버시즈는 현대 바쉐론 콘스탄틴을 상징하는 럭셔리 스포츠 워치이자, 222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였다. 많은 애호가들이 오버시즈를 보며 222를 떠올렸다. 222는 전설로 남았다.
메종 창립 270주년을 맞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부활한 히스토릭 222.
진정한 부활
그로부터 26년 뒤인 2022년, 222는 히스토릭 컬렉션의 일환으로 부활했다. 오리지널을 충실히 재현했지만 소재는 옐로 골드였다. 실망하긴 일렀다. 올해 초 바쉐론 콘스탄틴이 창립 270주년을 맞아 마침내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재현율은 역시 뛰어나다. 지름 37mm ‘점보’ 케이스와 노치형 플루티드 베젤, 케이스 5시 방향의 말테 크로스 심벌, 베젤과 케이스의 마감 기법도 오리지널을 따른다.
하지만 과거에 충실한 건 외양만이다. 세부는 현대의 손길로 완성됐다. 브레이슬릿의 착용감이 좋은 예다. 인체공학적으로 구조가 개선됐다. 핀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버클도 트윈 대신 트리플 블레이드(버터플라이 클래스프) 방식이다. 덕분에 브레이슬릿은 오리지널보다 유연할뿐더러 착용감도 좋다. 케이스 뒷면은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백이 채택됐다. 무브먼트는 222 골드 버전과 동일한 2455/2가 탑재됐다. 28,800vph에 40시간 파워 리저브를 갖춘 현대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다. 무브먼트 사양이 현대화되며, 케이스 두께는 7.95mm로 완성됐다. 방수 성능은 50m. 스포티 사양을 강조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활동 반경이 드레스 워치에 가까워지고 있는
요즘, 50m 방수는 현대 럭셔리 스포츠 워치로서 적당한 수치다.
다이얼의 블루 컬러는 오리지널 모델보다 다소 밝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이 평소 사용하는 블루 컬러에 비해서는 진한 편이다. 화이트 골드 인덱스와 핸즈엔 슈퍼 루미노바 코팅을 더했다. 히스토릭 222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은 예상과 달리 한정판은 아니지만 바쉐론 콘스탄틴 부티크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새로운 222는 현대의 기술로 전설을 완벽하게 복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시계가 바쉐론 콘스탄틴의 270주년을 기념하는 첫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히스토릭 222 셀프와인딩 칼리버 2455/2. 골드 로터에 노치형 플루티드 베젤 문양을 새겼다.
270주년 기념 모델의 시작
바쉐론 콘스탄틴은 창립 기념 연도의 10주기마다 마스터피스급 시계를 공개해왔다. 창립 250주년인
2005년엔 다이얼 양면에서 16개 기능을 보여주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더블 사이드 손목 시계 뚜르 드 릴(Tour de l’île), 260주년인 2015년에는 하모니 울트라 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크로노그래프가 탄생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작년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무려 63개의 기능이 탑재된 캐비노티에 더 버클리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 워치를 선보이면서 “내년을 더 기대해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70주년인 올해, 히스토릭 222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시작으로 또 어떤 놀라운 시계가 탄생할지 기다려진다.
바쉐론 콘스탄틴 히스토릭 222
Ref. 4200H/222A-B934
기능 시·분,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2455/2, 28,800vph, 4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37mm, 두께 7.95mm, 스테인리스 스틸, 5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4750만원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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