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블로 빅뱅 메카-10 티타늄
가격 3000만원대
새로운 빅뱅 메카-10은 프로스티드 카본, 킹골드, 티타늄 소재로 선보인다.
터닝 포인트
2010년대 위블로는 순항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2005년 탄생한 빅뱅은 빅사이즈 워치 트렌드를 주도하며 시계 업계의 아이콘 중 하나로 안착했고, ‘아트 오브 퓨전’은 빅뱅을 통해 위블로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았다. ‘아트 오브 퓨전’은 1980년 창립자 카를로 크로코의 도전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소재의 자유로운 믹스매치를 뜻한다. 세라믹과 골드를 결합해 스크래치가 나지 않는 ‘마법의 금’ 매직 골드, 패턴을 인쇄한 듯한 카본과 알루미늄 합금의 텍사리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등 위블로가 추구한 극한 소재들은 빅뱅의 독창적인 외관과 뛰어난 시너지를 냈다.
2010년엔 마침내 위블로의 첫 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 유니코 HUB1240이 빅뱅에 탑재됐다. 유니코(Unico)는 이탈리아어로 독창적, 특별함을 뜻한다. 셀프와인딩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유니코 HUB1240은 위블로가 오랫동안 벼려온 칼리버답게 장점을 많이 지니고 있었다. 가장 큰 특징은 다이얼 면에서 보이는 칼럼 휠과 더블 수평 클러치다. 칼럼 휠과 수평 클러치는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는 핵심 부품으로, 대개 무브먼트 면에 배치돼 글라스백에서만 볼 수 있다. 유니코 HUB1240의 대담한 배치는 빅뱅 유니코 크로노그래프에 기함다운 면모를 선사했다.
빅뱅은 양적으로도 착실히 세를 불려나갔다. 2014년 스피릿 오브 빅뱅을 통해 디자인을 토노 케이스로 확장했다. 케이스 형태가 달라졌어도 빅뱅의 정체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스피릿 오브 빅뱅 크로노그래프엔 제니스 엘프리메로 기반의 HUB4700 칼리버가 주로 탑재됐다.
위블로에겐 또 다른 한방이 필요했다. 시계 제작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철학을 모두 아우르는 시계, 기술적 깊이를 더하면서 위블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계, 하지만 크로노그래프는 아닌 시계. 그것이 바로 2016년에 탄생한 빅뱅 메카-10이었다.
위블로 빅뱅 메카-10 킹골드
빅뱅 메카-10 스트리트 아트 한정판.콘크리트와 레진,그래핀 복합 소재 케이스에 스텐실과 에어 브러시로 그래피티를 표현했다.
빅뱅 메카-10 P2P 한정판. 2018년 비트코인 10주년을 기념해 비트코인으로만 구매할 수 있었다.
메카노 타입
빅뱅 메카-10은 10일 파워 리저브가 가능한 메카노 타입 시계다. 메카노(Meccano)는 20세기 초에 등장한 조립식 금속 모델 제작 키트로, 기어나 패널 등 여러 표준화된 부품을 나사와 너트로 조립하여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다. 부품이 외부로 노출되어 조립 과정과 기계적 원리를 파악하기도 쉬웠다. 위블로는 여기서 착안해 메카-10을 위한 인하우스 무브먼트 HUB1201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메카노 키트와 함께 몇 시간씩 작품을 설계하고 만들었던 모든 이들을 기리는 의미도 담았다.
위블로는 칼리버 HUB1201을 스켈레톤 방식으로 설계하고 시계 다이얼을 없앴다. 빅뱅 메카-10의 주인공은 무브먼트다. HUB1201의 기능은 시, 분, 그리고 스몰 세컨드로 단출하다. 다만 파워 리저브는 10일에 달한다. 10일 파워 리저브는 지금도 흔한 사양이 아니다. HUB1201에 롱 파워 리저브가 구현된 이유는 하나. 배럴에 축적된 동력이 10일 동안 천천히 흐르는 모습을 다이얼 면에서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이얼이 사라진 시계는 파워 리저브 메커니즘의 시연장이 됐다.
그 증거로 빅뱅 메카-10의 다이얼 면에는 동력의 남은 양을 보여주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3개나 자리한다. 12시 방향, 3시 방향, 그리고 6시 방향이다. 엄밀히 말해 주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는 6시 방향의 것이다. 12시 방향에선 크레마이예르(crémaillère)라 불리는 직선 기어의 일종, 랙앤피니언 시스템을 통해 대략적인 파워 리저브를 유추할 수 있다. 3시 방향의 배럴에 통합된 휠은 랙과 연결됐다.
파워 리저브가 2일 정도 남았을 때 붉은 영역을 드러내 주의를 준다. 위블로가 원형 기어인 배럴 휠에 연결된 직선 기어 랙을 파워 리저브 디스플레이처럼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무브먼트 구조 자체가 3개의 선형 브리지를 기반으로 모든 부품이 한눈에 보이도록 구성됐다. 다이얼 7시 방향에 위치한 밸런스 휠도 관전 포인트다.
메카-10은 단순히 독특한 외관의 시계로만 볼 수는 없다. 시계 내부의 기술, 즉 무브먼트와 빅뱅의 아이코닉한 외부 디자인을 하나의 조화로운 작품으로 결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위블로는 메카-10을 통해 기능성과 미적 감각의 진정한 통합을 이뤘다. 이를 뒷받침하듯 빅뱅 메카-10 매직 골드 모델은 2017년 레드 닷 어워드에서 최고 디자인(Best of the Best)상을 수상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 센터에서 주관하는 레드 닷 어워드는 디자인 분야에서 매우 권위 있는 상으로, 디자인의 혁신성, 기능성, 심미성, 사용성과 책임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빅뱅 메카-10 매직 골드가 참여한 2017년 레드 닷 어워드에선 교수, 저널리스트, 독립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40명의 심사위원단이 전 세계 54개국에서 출품한 5500개 창작물을 심사했다.
2020년에 등장한 스피릿 오브 빅뱅 메카-10. 기존 메카-10 칼리버를 토노형으로 재구성했다.
메카-10의 ‘아트 오브 퓨전’
메카-10의 다음 행보는 확장이었다. 빅뱅 메카-10은 티타늄과 블랙 세라믹으로 데뷔전을 마친 후 블루 세라믹, 킹골드, 매직 골드 등 위블로 ‘아트 오브 퓨전’을 대표하는 소재로 잇달아 선보였다. 다소 파격적인 행보도 주목받았다.
비트코인 붐이 시작된 2018년엔 비트코인 1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빅뱅 메카-10 P2P 한정판이 나왔다. P2P는 비트코인 지불 유형인 ‘Peer to Peer’를 뜻한다.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시계로, 가격은 2만 5,400달러(약 3,500만 원). 당시 시세로 약 7.4 비트코인이었다. 이 기사가 쓰여진 시점(2025년 2월)의 비트코인 시세는 약 1억 4,850만 원이다.
2020년엔 스위스 하이엔드 클락 메이커 레페 1839와의 합작으로 메카-10 테이블 클락이 등장하기도 했다. 메카-10의 메커니즘을 크게 감상하는 즐거움을 제공했다. 그래피티를 시계에 옮긴 듯한 빅뱅 메카-10 스트리트 아트 한정판도 있었다. 위블로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의 작품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시계 케이스를 콘크리트와 레진, 그래핀의 복합 소재로 제작했고, 스텐실과 에어 브러시로 그래피티를 표현했다. 메카-10의 이력은 위블로의 기함인 빅뱅 유니코와 다소 지향점이 다르다. 워치메이킹을 하나의 미학적 작품으로 나타낸 메카-10의 성격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토노형 메카-10
2020년 위블로는 스피릿 오브 빅뱅을 통해 메카-10의 진보를 이뤄냈다. 스피릿 오브 빅뱅에 메카-10 무브먼트를 결합한 것이다. 위블로는 케이스와 무브먼트의 완벽한 조화를 중시했다. HUB1201 칼리버가 형태부터 구조까지 완전히 재구성돼야 했다는 뜻이다. 기술적 효율성과 심미적 조화를 모두 만족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그 결과, 스피릿 오브 빅뱅 메카-10을 위한 HUB1233 칼리버가 탄생했다. HUB1233은 핸드와인딩 스켈레톤 메카-10 무브먼트의 기본 원칙을 유지한다. 브리지 3개가 무브먼트 양쪽에 고정돼 메인 플레이트를 대체하며, 평행으로 놓인 더블 배럴이 10일 파워 리저브를 구현하고, 12시 방향에는 예의 랙과 피니언 시스템이 자리하던 기존 모델과 달리, 6시 방향에 있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가 3시 방향으로 통합됐다. 3시 방향 배럴을 덮고 있는 오픈워크 휠에서 파워 리저브의 남은 일수가 숫자로 표시된다.
디지털 방식 디스플레이를 위해 위블로는 차동 방식을 고안해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디스크를 겹치고 그 중심에 나선형 스프링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두 디스크의 회전 속도가 달라지며 파워 리저브의 남은 양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야말로 ‘메카노’답다.
실리콘 헤어스프링을 장착한 HUB1205의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 초까지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스톱 세컨드 기능을 더했다.
새로운 메카-10 칼리버 HUB1205의 조립 모습. 차동 방식을 위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부품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빅뱅 메카-10은 케이스 소재와 무브먼트 피니싱 컬러를 통일했다. 무브먼트는 갈바닉 처리된 후 시계 소재에 따라 골드, 메탈릭 그레이, 블랙 컬러로 마감된다. 이는 워치메이킹과 디자인을 하나로 통합한 빅뱅 메카-10의 의미에도 한결 부합한다.
빅뱅 메카-10 킹골드의 구성.
영리한 다운사이징
2010년대 후반부터 시계 트렌드에서 다운사이즈가 대두됐다. 빅뱅 크로노그래프의 유니코 칼리버는 2018년 ‘유니코 2’라 불리는 HUB1280으로 진화하며 두께가 8.05mm에서 6.75mm로 줄었다. 더 얇은 무브먼트는 다양한 케이스 크기와 호환될 수 있었다. 위블로는 유니코 2 HUB1280 칼리버를 빅뱅 유니코 크로노그래프 42mm에 탑재하며 웨어러블 빅뱅의 시대를 열었다.
이제 빅뱅 메카-10의 차례였다. 위블로는 이미 2020년 스피릿 오브 빅뱅 메카-10을 위해 HUB1201을 재설계한 경험이 있었다. 빅뱅 메카-10은 LVMH 워치 위크 2025에서 지름 42mm, 두께 13.9mm 케이스로 등장했다. 기존 빅뱅 메카-10보다 지름 3mm, 두께는 2.05mm 줄었다. 새로운 메카-10 칼리버 HUB1205는 스피릿 오브 메카-10의 HUB1233과 비슷하지만 여러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위블로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와 메인 스프링의 와인딩 정도를 완벽하게 동기화하기 위해 핸드와인딩 시스템을 개선했다. 초까지 정밀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스톱 세컨드 메커니즘도 장착했다. 메카노 타입을 더욱 극적으로 돋보이게 하기 위해 무브먼트의 스켈레톤 구조를 최대한 개방적으로 설계했다. 기존 빅뱅 메카-10이나 스피릿 오브 빅뱅 메카-10보다 개방감이 두드러진다.
새로운 빅뱅 메카-10은 티타늄, 킹 골드, 블랙 컬러의 프로스트 카본 3가지 소재로 구성된다. 무브먼트 피니싱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시계 소재와 무브먼트 피니싱 컬러를 통일했으며, 무브먼트는 갈바닉 처리된 후 시계 소재에 따라 골드, 메탈릭 그레이, 블랙 컬러로 마감된다. 워치메이킹과 디자인을 하나로 통합한 빅뱅 메카-10의 의미가 더욱 완벽해진 셈이다.
HUBLOT BIG BANG MECA-10 LINE UP
빅뱅 메카-10 프로스트 카본
Ref 444.QN.1170.NR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HUB1205, 21,600vph, 10일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3.9mm, 프로스티드 카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4000만원대
빅뱅 메카-10 티타늄
Ref 444.NX.1170.RX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HUB1205, 21,600vph, 10일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3.9mm, 티타늄,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3000만원대
빅뱅 메카-10 킹 골드
Ref 444.OX.1180.RX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HUB1205, 21,600vph, 10일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3.9mm, 킹골드,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6000만원대
게재호
97호(03/04월호)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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