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긴자 중심부 와코 백화점.
와코 백화점 옥상의 세이코 시계탑.
세이코 하우스
와코 백화점과 그 시계탑은 도쿄 긴자의 랜드마크다. 와코의 소유주는 세이코. 정확히 말하면 세이코 그룹 코퍼레이션의 리테일 계열사다. 시계탑은 세이코샤가 첫 회중 시계 '타임 키퍼'를 만든 1895년에 도쿄 긴자에 세워졌다. 당시 건물은 세이코 창립자 핫토리 킨타로의 시계점이었다. 관동 대지진 때 무너진 시계탑은 1932년 건물 증축과 함께 복구됐다. 시계탑의 시계는 최근 새 것으로 교체됐다고 한다. 와코 백화점엔 그랜드 세이코 플래그십 부티크와 그랜드 세이코 아틀리에, 그리고 VIP를 위한 프라이빗 미팅룸을 품은 세이코 하우스가 있다. 역사, 전통은 물론, 자체 개발 및 제작 능력을 보유한 독립 브랜드만이 꾸릴 수 있는 장소다. 1⋅2층으로 이뤄진 그랜드 세이코 플래그십 부티크는 가장 상징적 판매점답게 세이코 헤리티지에 기반한 그랜드 세이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1960년에 탄생한 최초의 그랜드 세이코, 1964년의 날짜창을 처음으로 적용한 모델, 1967년 다이니 세이코샤의 첫 번째 그랜드 세이코 44GS 등 역사적인 시계도 전시됐다. 특별한 서비스로는 그랜드 세이코 개인화 맞춤 제작이 있었다.
와코 백화점 그래드 세이코 플래그십 부티크.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됐다. ⓒ Grand Seiko
세이코 하우스 내 그랜드 세이코 아틀리에.
수 명의 워치 메이커가 상주하는 그랜드 세이코 아틀리에는 그랜드 세이코 플래그십 부티크에 들어온 시계 수리 및 유지보수를 맡는다. 그랜드 세이코 시계 제작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GSME 때엔 그랜드 세이코의 하이엔드 칼리버 전문 디자이너이자 워치 메이커 타쿠마 카와우치야(Takuma Kawauchiya)가 직접 그랜드 세이코의 첫 번째 하이 컴플리케이션 코도 콘스탄트 포스 투르비용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2020년 탄생한 코도 콘스탄트 포스 투르비용은 2020년 시계업계의 오스카상인 GPHG(Geneva Watchmaking Grand Prix)에서 최고의 기계식 시계에 주어지는 혁신상(Mechanical Exception)’을 받은 시계다.
세이코 뮤지엄 긴자.
세이코 뮤지엄 긴자
도쿄 긴자에 위치한 세이코 뮤지엄은 세이코 시계의 공식 박물관이다. 1981년 세이코 창립 100주년을 맞아 브랜드 역사와 기술을 소개하는 초기 전시 공간으로 시작됐고, 2001년 도쿄 시나가와에 공식 설립됐다. 2011년까지는 제한적인 관람만 가능했다. 세이코 뮤지엄이 대중에게 공개된 시기는 2012년이다. 그랜드 세이코가 창립 60주년을 맞은 2020년은 세이코 뮤지엄에게도 특별한 해였다. 세이코의 고향과 같은 도쿄 긴자에 돌아왔고, 6층에 그랜드 세이코관을 새롭게 개관했다. 세이코 역사와 전통, 기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전시품은 2만여개가 넘고, 누적 방문객은 4만6337명에 달한다. 실제로 뮤지엄 위치를 긴자로 옮긴 뒤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세이코 뮤지엄 긴자.
간토 대지진을 겪으며 파괴된 세이코샤 공장 잔해. 녹아내리며 서로 엉겨붙은 시계들이다.
일본 전통 시간 측정 방식을 적용한 중세 일본 시계 '와도케이'.
1층은 뮤지엄 기념품 숍과 리셉션, 2층은 창립자 핫토리 킨타로의 업적이 전시됐다. 1892년 세이코샤의 벽시계와 1931년 핫토리 킨타로가 처음으로 만든 로렐 손목시계 등 세이코 중요한 초기 모델들이다. 그중 그을리고 녹아내린 덩어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서로 얽힌 채 녹아내린 시계들이었다. 간토 대지진 때 폐허가 되다시피한 세이코샤에 남겨진 잔해라고 한다. 핫토리 킨타로는 절망하지 않고 시계 제작자들과 직접 공장을 재건한 뒤 사명을 세이코로 변경했다. 본격적인 세이코 시계의 시작이었다. 역경을 극복하고 더 크게 도약한 것이다. 3층은 초기 시계들, 즉 해시계, 물시계 등 시간을 기록하기 위한 고대 인간의 발명품이 차지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건 ‘와도케이(wadokei, 和時計)’라 불리는 일본 전통 시계들이었다. 와도케이는 일본 전통 시간 측정 방식인 계절시법을 표시했다. 계절시법에선 하루를 6시간이나 12시간으로 나눈다. 한시간의 길이는 계절에 따라 달라졌다. 낮이 길어지는 여름철에는 낮의 한시간이 밤의 한시간보다 길었고, 낮이 짧아지는 겨울철엔 그 반대였다. 계절시법은 메이지 유신 이후 서양의 24시간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계속됐다. 4층은 정확성을 향한 세이코 혁신의 역사로 채워졌다. 1909년에 발표한 첫 번째 기계식 시계, 1956년에 탄생한 매직 레버 시스템, 1969년에 탄생한 쿼츠 등이다. 벽과 바닥을 장식한 격자무늬는 전시관에서의 시간 흐름에 따라 점점 조밀해지도록 했다. 점점 더 정밀해지는 세이코 기술력을 상징하는 디테일이다. 5층엔 ‘다양성’을 주제로 세이코 시계를 전시했다. 고전적인 스켈레톤 핸드와인딩 손목시계부터 산리오의 ‘헬로키티’와 협업한 탁상시계까지, 세이코의 한계 없는 창조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랜드 세이코 전시관인 6층은 이번 GSME에 속한 세이코 뮤지엄 투어의 주목적이었다. 그랜드 세이코 전시관이 지난 4월 재단장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간 업데이트된 최신기술을 반영했고, 소장품 목록을 대폭 늘렸다. 그랜드 세이코 전시관은 역사, 도전, 베리에이션, 혁신의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베리에이션 섹션에선 그랜드 세이코의 다양한 아카이브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기 위해 일본 전역을 뒤져 거의 100개 넘는 시계를 구해왔다고 한다. 2023년 제13회 필립스 제네바 시계 경매에서 무려 9만7867달러(약 1억 2천만원)에 판매된 2006년산 61GS 플래티넘 Ref. SBGD001도 있었다. 혁신 섹션에는 초정밀 쿼츠 9F, 스프링 드라이브 9R, 그리고 코도 콘스탄트 포스 투르비용 등이 전시됐다. 세이코 뮤지엄 관계자는 “시즈쿠이시까지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그랜드 세이코의 스피릿을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홈페이지 https://museum.seiko.co.jp/en/
주소 일본 도쿄 주오구 긴자 4초메-3-13
글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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