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트르 폴라리스 체험기

예거 르쿨트르 스포츠 워치의 역사를 다시 쓸 차세대 컬렉션. 알람 기능을 갖춘 다이버 워치라는 전통에 합리성과 올라운더의 장점까지 담은 폴라리스 컬렉션의 주력 모델 세 가지를 살펴본다.

내용


예거 르쿨트르 폴라리스 데이트. 


전설의 메모복스 폴라리스

예거 르쿨트르는 1950년대 ‘기억의 소리’라는 뜻의 메모복스 시계를 발표하며 알람 기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 전에 알람 기능을 장착한 기계식 시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거 르쿨트르는 시간대에 따라 알람 음량에 차이가 나도록 메커니즘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주목을 받았다. 1959년에는 그 메모복스를 더욱 발전시켜 물속에서도 알람이 작동해 수면 위로 올라갈 시기를 알려주는 다이버 워치 메모복스 딥씨를 만들어냈고, 1965년 방수 성능을 높이면서 수중에서의 음량을 효과적으로 확산하는 트리플(3중) 케이스백을 적용한 메모복스 폴라리스를 만들어냈다. ‘폴라리스’라는 이름은 미국 시장을 겨냥해 당시 소련과 냉전 중이던 미 해군이 새로운 힘의 상징으로 내세운 잠수함용 탄도 미사일 UGM-27 폴라리스에서 따온 것이다. 알람 기능에 날짜창을 더한 다이버 워치 메모복스 폴라리스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1968년에는 1965년의 리뉴얼 모델을 발표했다. 각각 이너 베젤, 시간과 날짜, 알람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세 개의 크라운과 다이얼 중앙의 알람 인디케이터처럼 메모복스 폴라리스를 정의하는 특징에 더해 6, 9, 12의 숫자 인덱스와 사다리꼴 인덱스, 연필 모양 펜슬 핸드 등 현재까지 가장 잘 알려진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얼굴이 이때 완성되었다. 2년 뒤 쿼츠 혁명으로 사라진 것에 지금까지도 많은 애호가가 아쉬움을 표할 정도로 아이코닉한 디자인과 기능을 자랑했다.


2008년의 한정판

메모복스 폴라리스는 2008년 탄생 40주년을 맞아 마스터 메모복스 트리뷰트 투 폴라리스 한정판으로 부활한 적이 있다. 지름 42mm 케이스, 야광도료의 변색을 재현한 살구색 인덱스, 돔형 글라스 등 1968년의 오리지널의 디테일을 충실히 반영했다. 게다가 1968년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인 3중 케이스, 즉 소리를 증폭하는 청동, 200m 방수를 보장하는 실링 백, 그리고 다이빙 슈트에 시계가 덮일 경우 알람 소리가 묻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6개의 구멍을 뚫은 케이스백도 그대로 가져왔다. 메모복스 트리뷰트 투 폴라리스는 한정판으로 마련한 768개가 금세 팔렸을 뿐만 아니라, 중고 거래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기를 막론하고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이슈가 되는 메모복스 폴라리스는 첫 번째 한정판을 발표한 지 10년이 지난 올해, 마침내 새로운 부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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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탄생한 메모복스 폴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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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메모복스 폴라리스를 복각한 2008년의 마스터 메모복스 트리뷰트 투 폴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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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폴라리스 컬렉션
올해는 메모복스 폴라리스가 탄생한 지 50년이 되는 해다. 예거 르쿨트르는 50주년을 기념해 메모복스 폴라리스에 헌정하는 새로운 폴라리스 컬렉션을 선보였다. 사실 훌륭한 아카이브를 되살리는 것은 예거 르쿨트르의 장기다. 2014년에도 1958년 지오피직 모델을 지오피직 1958로 부활시켰고, 그 이듬해 지오피직 트루세컨드와 유니버설 타임으로 라인업을 확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폴라리스 컬렉션은 규모부터가 다르다.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디자인에 기반해 타임온리 셀프와인딩부터 크로노그래프, 월드타임 모델까지 마련한 풀 컬렉션이다. 물론 2008년의 40주년 한정판처럼 알람 기능의 메모복스 한정판도 포함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폴라리스가 예거 르쿨트르 애호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합리적인 올라운더 스포츠 워치 컬렉션이라는 것이다. 2000년대에 탄생한 마스터 컴프레서 컬렉션도 메모복스 폴라리스에 기반했지만, 전문 다이버 워치 또는 익스트림 스포츠 워치의 성격을 강조해 메모복스 폴라리스와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마스터 컴프레서 대부분이 단종된 지금, 2018년의 폴라리스 컬렉션은 ‘예거 르쿨트르를 대표하는 데일리 워치’라는 퍼즐을 완성할 뿐 아니라 알람 다이버 워치의 전통을 계승하는 시계로서도 당위성을 갖는다.

세 가지 핵심 모델
풀 컬렉션으로 마련한 폴라리스는 오토매틱, 데이트, 크로노그래프를 핵심 모델로 꼽을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더해 일상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리뷰에서도 이 세 가지 모델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1968년의 메모복스 폴라리스를 재현한 메모복스 모델은 1000개 한정판으로 거의 다 판매되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르다. 폴라리스 오토매틱과 데이트 모델은 메모복스 폴라리스에 기반한 빈티지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데이트 모델은 알람 기능만 없을 뿐 메모복스 한정판과 거의 흡사한 외모를 갖췄다. 예거 르쿨트르의 과제는 1968년의 메모복스 폴라리스를 현대의 우아한 스포츠 워치 컬렉션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이얼과 케이스 피니싱의 종류를 세분화했다. 다이얼은 이너 베젤, 시간 인덱스, 중앙으로 이루어진 세 부분의 질감이 모두 다르다. 중앙 부분은 햇살처럼 빛이 퍼지는 선레이, 시간 인덱스 부분은 오톨도톨한 그레인, 이너 베젤은 유광으로 마감했다.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투 카운터 서브 다이얼에 레코드 패턴까지 더했다. 아라비아 숫자와 사다리꼴이 섞인 1968년발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인덱스는 아플리케 방식으로 다이얼에 장착해 전체적으로 고루하지 않고 입체적이면서 세련된 느낌이다.

다이얼과 마찬가지로 케이스 역시 입체감을 살렸다. 케이스의 기본 골격은 1968년 메모복스 폴라리스와 같지만 세공 면에서는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케이스를 이루는 부분마다 헤어라인 피니싱과 미러 피니싱을 다르게 적용했다. 예를 들어 러그만 해도 헤어라인 피니싱한 앞면과 옆면 사이에 베벨을 만든 뒤 그 부분만 미러 피니싱을 했다. 예거 르쿨트르는 이번 SIHH에서 특별 주문한 차체를 수제작하는 코치빌더에 자신들의 워치메이킹을 비유하며 장인정신과 완성도를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폴라리스 컬렉션의 모든 시계 케이스를 핸드 피니싱한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가장 큰 특징인 세 개의 크라운을 이어받아 오토매틱과 데이트 모델도 두 개의 크라운을 갖췄다. 2시 방향 크라운은 이너 베젤을, 4시 방향 크라운은 시간 또는 시간과 날짜를 조정하는 용도다. 이 크라운 역시 폴라리스 컬렉션으로의 재탄생을 거치며 더 잡기 쉬운 모양으로 개선했다. 실제로 크라운은 조작이 편리하다. 크라운을 빼서 돌리고 다시 밀어 넣을 때에도 모두 부드럽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케이스 지름은 폴라리스 오토매틱 41mm, 데이트 모델과 크로노그래프 모델 42mm로 완성했다. 1968년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사이즈(지름 42mm)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메모복스 폴라리스가 그 당시 기준으로 커다란 시계였던 덕분에, 폴라리스 컬렉션은 오히려 현대 데일리 워치로는 적당한 크기를 지니게 된 것이다. 케이스 두께는 11.2mm(오토매틱)에서 13.9mm(데이트) 사이로, 100m(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혹은 200m(데이트) 방수 성능을 갖춘 스포츠 워치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두꺼운 편은 아니다.​



​폴라리스 오토매틱. 블랙과 블루 두 가지 다이얼로 이루어졌다. 블루 다이얼은 인덱스에 살구색 대신 흰색 야광도료를 사용해 세련됨을 살렸다.


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폴라리스 컬렉션의 장점은 1830년부터 발레 드 주 지역의 크고 작은 공방을 통합하며 1200개가 넘는 칼리버를 개발해 ‘그랑 메종’의 칭호를 얻은 예거 르쿨트르의 인정받은 무브먼트를 탑재한다는 것이다. 오토매틱 모델의 칼리버 898/1과 데이트 모델의 칼리버 899A/1은 모두 4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진화를 거듭한 울트라신 계열의 칼리버 899에 기반한다. 스몰세컨드 없이 12시간과 30분 카운터만 남긴 크로노그래프 모델의 칼리버 751은 2004년 예거 르쿨트르 최초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 고급 사양인 칼럼 휠과 수직 클러치 시스템을 장착했다. 100m 방수의 오토매틱과 크로노그래프 모델에서는 글라스백을 통해 칼리버의 피니싱을 확인할 수 있다. 케이스 크기에 딱 맞도록 새로이 설계한 무브먼트는 아니어도 오랜 시간 많은 예거 르쿨트르 시계의 심장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은 기기다. 데이트나 메모복스 모델은 200m 방수를 보장하기 위해 솔리드백을 적용한 대신 다이빙 헬멧을 착용한 다이버의 문양을 각인했다. 1968년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솔리드백에도 새긴 바로 그 각인이다.​ 오랫동안 명성을 떨친 칼리버를 탑재한 시계답게 실측정 결과 세 모델 모두 일오차는 +3초에서 -1초 사이로 준수한 수치를 보였다. 리뷰를 진행한 폴라리스 모델은 예거 르쿨트르의 자체 품질
테스트인 ‘1000시간 컨트롤’을 거친 제품이다. 40일 이상 무브먼트를 포함한 완제품 시계의 방수, 내구성, 자세와 기온에 따른 오차 등을 검수하는 ‘1000시간 컨트롤’에 대해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투 카운터 덕분에 다이얼의 균형감이 뛰어난 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새로운 디자인의 브레이슬릿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유광의 ‘H’ 링크와 무광의 사각형 링크를 번갈아 채워 케이스의 입체감을 그대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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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그래프 모델에 탑재하는 칼리버 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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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폴라리스의 의미
예거 르쿨트르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젊은 애호가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캐주얼 워치의 부재는 오랫동안 브랜드의 숙제로 남아 있었다. 2017년 젊은 층을 겨냥해 블루 컬러 콘셉트의 마스터 컨트롤 데이트, 마스터 크로노그래프, 마스터 지오그래픽을 출시한 적이 있지만, 이 역시 마스터라는 드레스 워치 컬렉션의 일원이었다. 따라서 예거 르쿨트르는 폴라리스 컬렉션을 통해 비로소 숙원 사업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캐주얼 스포츠 워치’ 폴라리스 컬렉션에서는 예거 르쿨트르의 뛰어난 균형 감각도 느낄 수 있다. 빈티지와 세련됨의 경계, 품질과 가격의 경계를 절묘하게 맞추었다. 고전적인 외모는 지름 42mm나 44mm 크기에서도 1968년발 빈티지 스포츠 워치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면서, 다이얼과 케이스의 섬세한 마감을 통해 세련됨을 놓치지 않았다. 야광도료의 색깔도 지나치게 옛것 같지 않으면서 묘하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핸드 피니싱 케이스에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를 오토매틱 모델 기준 860만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메모복스 폴라리스의 부활을 꿈꾸던 애호가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데일리 워치를 찾는 입문자도 모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컬렉션이다. 모든 폴라리스 컬렉션은 블루와 블랙 다이얼, 가죽 스트랩과 브레이슬릿 버전으로 
 이루어졌으며, 크로노그래프 모델에서는 핑크골드 케이스를, 월드타임 크로노그래프 모델에서는 티타늄 케이스를 만날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폴라리스 크로노그래프
Ref.
9028180
기능 시·분,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751H, 28,800vph, 37스톤, 65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1380만원


폴라리스 데이트
Ref. 9068670

기능 시·분·초,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899/1, 28,800vph, 30스톤, 4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스틸, 20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985만원

폴라리스 오토매틱
Ref. 9008480

기능 시·분·초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898/1, 28,800vph, 30스톤, 40시간 파워리저브

케이스 지름 41mm, 스테인리스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860만원


문의 예거 르쿨트르 02-3467-8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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