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출시한 까레라 크로노그래프는 독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카운터와 날짜창만 남긴 다이얼은 틸 그린 컬러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마력의 시계다.
장점
+매력적인 다이얼 디자인과 컬러
+편리한 작동법
+긴 파워 리저브를 갖춘 현대적인 인하우스 무브먼트
단점
-마이너스 오차
-다소 날카로운 버클 모서리
‘크로노그래프 시계’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푸시 버튼 2개, 중앙 핸즈 3개, 서브 다이얼 3개를 갖춘, 전형적인 모습이 바로 떠오른다. 알고 보면 전통과 실용성이 모두 반영된 디자인이다. 외모뿐 아니라 시간 기능에 크로노그래프를 더한 메커니즘도 이제는 익숙하기 그지없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스몰 세컨드는 굳이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시키지 않더라도 시계의 생존 여부를 알린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일부 기능을 생략한다고 가정해보자. 익숙함에서 탈피한 대가로 실용성과 가치를 잃게 될까. 실용성은 일부 놓칠 수 있지만 가치 면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태그호이어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어떤 기능을 일부러 생략하는 경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라쇼드퐁에서 탄생한 태그호이어는 1968년 까레라 45 다토 모델에서 영감 받은 신모델을 출시해 수년 동안 업계를 긴장시킨 레트로 열풍에 동참했다. 오리지널 모델은 아워 카운터와 스몰 세컨드를 생략한 덕분에 오히려 큰 관심을 끌었다. 다이얼 3시 방향의 45분 카운터와 대칭을 맞추기 위해 9시 방향에는 서브 다이얼 대신 각진 날짜창을 배치했다. 처음에는 생소해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매력이 드러난다. 최대치를 생략했어도 시간, 크로노그래프, 날짜처럼 가장 중요한 기능에는 변함이 없다.
스펙
TAG HEUER CARRERA CHRONOGRAPH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제조사 태그호이어 SA
소재지 스위스, 라쇼드퐁, 루이-조세프 셰브롤레
6a(Louis-Joseph Chevrolet 6a, CH-2300 La Chauxde-Fonds)
참조 번호 CBS2211.FC6545
기능 시·분, 60초 및 30분 카운터를 갖춘 크로노그래프, 날짜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TH20-07, 28,800vph, 33스톤, 80시간 파워 리저브, 스톱 세컨드, 퀵 체인지 데이트, 칼럼 휠, 수직 클러치, 편심 스크루를 통한 미세 조정, 키프(Kif) 충격 흡수 장치, 지름 31mm, 두께 6.9mm
케이스 스테인리스 스틸, 돔형 내부 무반사 사파이어 글라스, 스크루 다운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백, 100m 방수
스트랩과 버클 한 방향으로 열리는 스테인리스 스틸 안전 폴딩 버클을 장착한 악어가죽 스트랩
작동 안정성 테스트(오차 초/24시간)
크로노미터 기능 OFF / ON
다이얼 위 0 / 1
다이얼 아래 +1 / 0
크라운 위 –7 / 6
크라운 아래 –1 / 0
크라운 왼쪽 0 / +1
크라운 오른쪽 –3 / 3
포지션 간 최대 편차 8 / 7
평균 오차 –1.7 / 1.5
평균 진동각
수평 포지션 268° / 253°
수직 포지션 237° / 220°
사이즈 지름 39mm, 두께 13.86mm, 무게 89g
가격 960만원
TAG HEUER
1860년 설립한 스위스 브랜드. 스포츠 시계 브랜드로 이름을 널리 알렸고, 대부분의 모델이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췄다. 까레라는 태그호이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 컬렉션으로, 모나코와 포뮬러 1 등 다른 인기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경주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다이버 워치 라인인 아쿠아레이서도 태그호이어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호이어 02를 베이스로 만든 현대적인 인하우스 무브먼트 TH20-7 칼리버는 칼럼 휠, 수직 클러치, 8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갖춘 우등생이다.
역사적 모델의 재해석
태그호이어는 새로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에 ‘다토’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달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집가들 사이에서 ‘사이클롭(Cyclop)’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 역사적인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이얼 3시 방향의 미니트 카운터와 9시 방향의 날짜창 레이아웃, 돔형 글라스, 버섯 모양 푸시 버튼이다. 대신 미니트 카운터는 이제 최대 30분까지만 잴 수 있다. 시침과 분침, 양각 처리한 아워 인덱스의 바깥 점에는 발광 물질을 더했다. 대담하게 뻗은 각진 러그가 특징인 케이스의 기본 모양도 오리지널과 동일하다.
금속 소재의 아플리케 테두리로 장식한 날짜창은 오리지널보다 더 우아한 느낌을 준다. 전반적으로 이번 모델은 크로노그래프 장르 중에서도 우아함을 대표하고 있다. 절제미를 강조한 다이얼에 정교하게 모양을 다듬은 로듐 도금 인덱스, 서큘러 브러시드 마감한 다이얼, 스켈레톤 시·분침, 매혹적인 틸 그린 컬러를 적용한 덕분이다. 2021년 컬렉션에 도입한 틸 그린 컬러는 클래식 레이싱 카를 상징하는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컬러를 연상시키며, 태그호이어와 까레라 시계가 모터 스포츠와 맺은 긴밀한 관계까지 보여준다.
송아지 가죽 스트랩이나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이 대부분인 다른 까레라 모델과 달리, 이 모델의 악어가죽 스트랩도 우아함을 높이는 요소다. 깔끔한 스티치가 특징인 부드러운 스트랩은 한 방향으로 열리는 태그호이어 특유의 폴딩 버클로 마무리했다. 이중 안전 푸시 버튼 덕분에 쉽게 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클램프 메커니즘을 적용해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스트랩 길이를 간단히 조정할 수 있다. 덕분에 스트랩에는 구멍을 뚫을 필요도 없고, 당연히 사용할수록 구멍이 마모될 걱정도 없다. 잘 만든 버클에 대해 굳이 트집을 잡자면, 손목에 찼을 때 가끔씩 약간 날카로운 모서리들이 눈에 띈다. 그것만 제외하면 지름 39mm, 두께 13.86mm에 이르는 이 시계의 착용감은 매우 좋은 편이다.
대안 모델
진 슈페치알우렌
모델 717
다이얼 레이아웃은 테스트 시계와 매우 유사하지만 모델 717의 서브 다이얼은 스몰 세컨드만 표시하고, 중앙에 위치한 핸드로 초와 분 단위를 계측한다. 내부에 장착한 카운트다운 다이얼이 베젤 기능을 보완한다.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SZ01 케이스 지름 45mm, 경화 및 하드 코팅한 스테인리스 스틸 가격 4990유로(약 730만원)
믿음직한 일상의 동반자
테스트 시계에서 좋은 착용감에 비견할 요소는 가독성이다. 시간을 언제든 쉽게 읽을 수 있는데, 특히 밤에는 시침과 분침이 아워 인덱스 바깥쪽에 찍힌 작은 점보다 훨씬 밝게 빛난다. 미니트 카운터도 낮 동안 가독성이 좋고, 중앙에 위치한 크로노그래프 초침도 다이얼과 대비를 이뤄 눈에 잘 띈다. 다이얼 색깔은 어둡지만 여타 블랙 다이얼보다 오히려 대비 효과가 큰 편. 스톱 세컨드 핸드와 분침이 바깥쪽 스케일에 닿지 않는 이유는 다이얼 가장자리 부분이 상당히 높이 솟은 까닭인데, 매력적인 입체 구조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므로 납득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조작 편의성은 가독성과 착용감보다 훨씬 뛰어나다.
일례로 푸시 버튼은 손에 닿는 부분이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눌렀을 때 압력 포인트가 균일하게 나타난다. 크라운은 평상시에도 나사산이 깊게 파여 있어 손에 잘 잡힌다. 날짜는 1단으로 당겨 쉽게 조정할 수 있어 편의성에 있어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런데 눈썰미 있는 시계 애호가라면 날짜창에서 이상한 점 하나를 알아차릴 것이다. 날짜 디스크는 밤 10시가 되기도 전에 슬금슬금 다음 날로 이동하기 시작하며, 10시 30분에는 이미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최종적으로 날짜가 바뀌는 자정까지 계속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호이어 02를 변형한 TH20-07의 유일한 결점이다. 날짜 변경 메커니즘의 아쉬움만 제외하면 양방향 와인딩 로터, 크로노그래프를 제어하는 칼럼 휠, 수직 클러치,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갖춘 TH20-07 칼리버는 품질도 우수하고 기능적으로도 안정적이며 내구성이 좋다.
매력적인 인상의 시계는 대량 생산에 특화된 태그호이어 크로노그래프답게 일견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도 품었다. 각진 모서리 몇 군데를 폴리싱 마감하지 않고 남겨둔 점도 그렇다. 글라스백 너머로 보이는 무브먼트 장식은 주로 제네바 스트라이프. 베이스 플레이트에 새긴 블랙 로고와 태그호이어의 방패 로고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로터도 볼거리다.
안전 폴딩 버클 덕분에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스트랩을 조정할 수 있다. 끝까지 기능에 중점을 둔 시계다.
단 하나의 서브 다이얼만 갖추고 등장한 1968년의 역사적인 모델, 까레라 45 다토.
약간의 마이너스 오차
측정 장비 전문 업체인 위치(Witschi)의 오차 측정기에 따르면 하루 오차는 -1.7초, 6개 측정 포지션 간의 최대 편차는 8초를 나타냈다. 이 값은 크로노그래프가 작동 중일 때 1.5초 및 7초로 약간 개선된다. 크로노그래프 작동 유무에 따른 각각의 값은 매우 유사하다. 이는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과 무브먼트가 깔끔하게 융합되었다는 뜻이다.
착용 테스트에서 스몰 세컨드가 없는 시계의 작동 안정성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크로노그래프가 켜져 있어야 하는데, 이때의 결과는 -1초에 불과했다. 크로노그래프 핸드를 초침 대용으로 켜놔도 무리 없는 수준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계가 멈췄는지 아닌지 알 수 없긴 하다.
새로운 크로노그래프와의 만남은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이번에는 간결하고 우아한 디자인, 특이한 다이얼 컬러, 높은 실용성, 그리고 우수한 성능의 칼리버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방대한 까레라 컬렉션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계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아워 카운터와 스몰 세컨드 정도는 없어도 괜찮다면 자신만의 안목을 보여줄 물건으로 이 시계만 한 것이 없다.
TAG HEUER CARRERA CHRONOGRAPH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스트랩과 버클(최대 10) 9
매끄럽게 가공한 악어가죽 스트랩은 클램프 메커니즘을 갖춘 스마트 안전 폴딩 버클 덕분에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케이스(10) 8
100m 방수가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폴리싱 및 새틴 마감한 표면, 견고한 푸시 버튼, 높은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가 인상적이다.
다이얼과 핸즈(10) 9
가장자리가 볼록한 대야 모양의 다이얼. 정교한 디자인과 완벽한 마감을 자랑하는 시침과 분침.
디자인(15) 12
특이한 다이얼 레이아웃은 처음 마주했을 때 언뜻 조화롭지 않아 보였으나, 우아한 디테일과 남다른 컬러가 그런 의구심을 완벽히 덜어낸다.
가독성(5) 4
다이얼 가장자리가 높아서 핸즈가 스케일에 잘 닿지 않는 편이지만 가독성은 좋다. 밤에는 플랜지에 점으로 표시한 아워 마커보다 핸즈가 더욱 밝게 보인다.
조작성(5) 5
미끄러지지 않게 나사산이 깊은 크라운, 버섯 모양의 크로노그래프 푸시 버튼, 그리고 별도의 푸시 버튼이 달린 버클까지. 더 이상 흠잡을 데가 없다.
착용감(5) 4
89g에 불과한 무게로 손목에 잘 감기지만, 약간 날카롭게 마감한 버클은 아쉽다.
무브먼트(20) 16
인하우스 무브먼트는 칼럼 휠, 수직 클러치, 80시간 파워 리저브 등 확실한 특장점을 갖췄다. 외관은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 속 세련미를 전한다. 스켈레톤 로터는 태그호이어 방패 로고를 형상화했다.
작동 안정성 결과 (10) 8
하루 평균 -1.7초, 포지션별 최대 편차 8초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가격 만족도(10) 8
태그호이어 시계들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비싸졌지만, 960만원 정도면 공들여 만들고 개성 있는 디자인의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에 어울리는 가격이다.
크로노스 평가 83점
게재호
92호(2024년 5/6월호)
글
알렉산더 크룹
Editor
편집부
© Sigongsa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l rights reserved. © by Ebner Media Group GmbH & Co. KG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