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코리아〉 본지 〈워치타임〉 독일은 지난해 10월 프랑크프루트에서 ‘워치타임 뒤셀도르프’ 행사를 열었다. 독일 브랜드 진은 이 자리에서 강렬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며 탁월한 감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진 1800 티탄 다마스제너, 진 556|WT도 물론 훌륭했지만, 특히 눈에 띄는 모델이 있었다. 바로 진 156.1이다.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
진 156.1은 그냥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계지만,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브랜드 창립자인 헬무트 진(Helmut Sinn)과 오늘날 진을 이끌고 있는 로타 슈미트(Lothar Schmidt)의 발자취가 시계 곳곳에 녹아 있다.
1980년대 진은 독일 연방군에서 사용했던 호이어 시계인 레오니다스 1550 SG를 매입할 기회를 얻었다. 태그호이어의 전신 호이어가 1967년부터 1981년까지 생산한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블랙 컬러 다이얼 위에 올라간 두 개의 카운터가 깔끔한 인상을 자아냈다.
3시 방향에는 30분 카운터, 9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드가 자리 잡았고, 중앙에 위치한 크로노그래프 핸드는 초 단위 측정을 맡았다. 다이얼 위에 올라간 인덱스와 핸즈는 깔끔한 흰색 컬러로 다이얼과 흑백 대비를 이뤘다.
뛰어난 가독성, 회전 베젤, 버섯 모양 푸셔, 큼직한 크라운 덕분에 조종사들은 시계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견고하게 닫힌 솔리드백에는 군수 번호가 새겨졌다. 시계 구동은 핸드와인딩 무브먼트 밸주 230이 맡았다. 당시에는 ‘더블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춘 손목시계’라 부르곤 했지만, 사실 더블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아니었다.
진 155와 156
진은 호이어 레오니다스 1550 SG를 진 155로 개조했다. 호이어 로고를 그대로 유지한 시계도 많았지만, 일부에는 진 로고를 새로 추가했다. 이 시계는 소량 생산돼 시간이 흐르며 희소성 있는 수집 대상이 됐다. 진은 1982년 셀프와인딩 칼리버 르마니아 5012를 탑재한 후속작 156을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155 판매는 199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진 156도 155와 마찬가지로 일체형 케이스 구조와 회전 가능한 슬라이드 룰 베젤을 갖추고 있었다.
진 156은 슈미트가 경영권을 잡은 이후에도 계속 생산돼, 2003년까지도 제품군에 포함돼 있었다. 슈미트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진 156을 나사형 케이스백으로 업그레이드하며 두께를 줄였다.
생산은 중단됐지만,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진은 2005년부터 2024년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에 걸쳐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2008년에는 독일 온라인 시계 리테일러 마누팍툼(Manufactum)과 협업해 진 156을 272개 한정 판매하기도 했다.
헤리티지를 담은 디자인, 기술적인 발전
고객의 지속적인 관심과 중고 시장에서의 인기를 반영해, 슈미트는 2024년, 이 클래식한 파일럿 워치를 업그레이드해 다시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진 156.1이다.
이름은 신제품이 156과 유사한 외관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완전히 새로운 시계가 아니라 진 156의 차세대 모델인 셈이다.
테스트용 시계를 받아들었을 때도 진 156과 비슷한 외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신제품 역시 지름 43mm 크기에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로 만들었다. 양방향 회전 베젤도 헤리티지를 반영한다.
진은 크라운과 푸셔를 케이스에 밀착되도록 설계해 내구성을 높였다. 이는 호이어 모델에서 약점으로 지적받던 부분을 개선한 것이다. 크로노그래프 핸즈가 붉은색으로 강조된 점도 눈길을 끈다. 시간을 나타내는 핸즈는 흰색으로 크로노그래프 핸즈는 붉은색으로 표시해 두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진 156.1은 전작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눈에 띈다. 이는 156 단종 이후 브랜드가 얼마나 기술적으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스펙
SINN 156.1
진 156.1
제조사 진스페치알우렌 게엠베하, 빌헬름-파이-슈트라세 21, 65936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독일
제품 번호 156.030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빠른 조정 기능이 포함된 날짜, 스톱 세컨드 기능 있음, 크로노그래프
케이스 매트 피니싱 처리된 스테인리스 스틸, 양면 무반사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나사형 케이스백, 분실 방지형 양방향 회전 베젤, 표면 강화 처리, 외부 압력 보호 시스템, 100m 방수
다이얼 매트한 블랙 다이얼, 야광 처리한 인덱스 및 시·분 핸즈
크기 지름 43mm, 두께 15.45mm, 러그 투 러그 50.5mm, 러그 너비 22mm, 무게(스트랩 제외) 98g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진 SZ01, 콘셉토 C99001 기반, 28,800vph, 42시간 파워 리저브
스트랩과 버클 빈티지한 블랙 송아지 가죽 스트랩, 레드 컬러 스티치, 핀버클
작동 안정성 테스트 (오차 초/24시간) 크로노그래프 작동 전후 기준, 포지션 간 최대 편차 6초 / 5초, 평균 오차 +6초 / +7초, 착용 시 오차 +5초 / +4초
가격 가죽 또는 실리콘 스트랩 3,950유로 (약 500만원대), 스틸 브레이슬릿 4,175유로 (약 600만원대)
장점
+ 세련된 디자인의 파일럿 워치 야간에도 우수한 가독성
+ 견고한 내구성
+ 긁힘 방지 베젤
단점
- 버클이 단순하고 품질이 아쉬움
진 156.1은파일럿 워치답게 어둠 속에서도 탁월한 가독성을 자랑한다.
첫번째 변화는 케이스에서 확인할 수있다.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빈티지한 일체형 케이스 대신, 펄블래스티드(Pearl Blasted) 처리한 3분할 구조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를 적용했다. 금속 표면을 미세 입자로 분사해 매트한 마감을 만드는 공정이다. 나사로 고정한 케이스백은 시계의 전체 두께를 15.5mm 이하로 유지시켜 옆에서 봐도 두꺼워 보이지 않는다. 견고한 구조는 크라운을 풀었을 때 더돋보인다.
케이스에는 압력 보호 시스템도 적용됐다. 높은 고도에서 낮은 외부 압력에 노출되더라도 글라스가 케이스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장치다. 일상에서는 거의 겪을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파일럿 워치라면 얘기가 다르다. 양방향 회전 베젤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부드럽게 회전한다.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 베젤은 단단히 고정돼 있어 의도치 않게 움직이는 일이 없다. 블랙 컬러 베젤에 테지먼트(Tegiment) 기반 하드 코팅이 적용됐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테지먼트는 진이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긁힘 방지 기술이다. 베젤은 외부 충격을 받기 쉽기 때문에 내구성이 특히 중요하다. 12시 방향에는 야광 표시점이 추가됐다. 측면에는 분실 방지 설계가 적용돼 강한 외부 충격에도 케이스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전면 글라스는 기존 아크릴 글라스에서 스크래치에 강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변경됐다. 견고한 글라스는 시계의 완성도를 보다 높인다.
펄블래스티드 마감한 케이스백 아래에 진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SZ01이자리 잡고 있다.
크로노그래프
슈미트는 분단위를 중앙 크로노그래프 핸드로 측정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콘셉토 셀프와인딩 무브먼트 C99001을 개조해 SZ01을 만들었다. 진은 기능을 바꾸기 위해 2003년부터 무브먼트를 개조했다. 초창기 진 시계들은 셀프와인딩 무브먼트인 ETA 밸주 775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달라진 무브먼트는 진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분 단위 크로노그래프 핸드는 다이얼 중앙에 놓여 가독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다이얼 전체를 활용해 직관적이면서도 비행기 모양 심벌을 핸드에 얹어 초 단위 크로노그래프 핸드와도 쉽게 구분된다. 초 단위를 측정하는 핸드가 다이얼 전체를 한 바퀴 돌면 분 단위 핸드가 다음 위치로 이동한다. 분 단위 핸드가 30분이 아닌 60분을 기준으로 회전하는 만큼 6시 방향에 놓인 12시간 카운터와 함께 명확한 시간 계측을 보여준다.
전작과 달리 진 156.1에서는 날짜창 옆에 놓인 요일 표시가 사라졌다. 분 단위 계측을 다이얼 중앙으로 옮기며 무브먼트 구조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심플하고 직관적인 레이아웃을 만든다. 비치(Witschi)사의 테스트 기계에서도 진 156.1은 일관된 결과를 보여줬다. 모든 위치에서 오차 범위가 균일하게 유지됐다. 시계를 착용했을 땐 측정값보다도 오차가 적어 만족스러웠다.
그냥 봐도 충분히 매력적인 시계지만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스트랩 옵션
진은 다양한 스트랩 옵션을 제공한다. 코냑 컬러의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부터 그레이 알칸타라 스트랩, 블랙 송아지 가죽 스트랩, 브라운 말가죽 스트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선택지가 있다.
테스트 모델로는 빈티지한 스타일의 블랙 송아지 가죽 스트랩을 선택했다. 스트랩의 붉은색 스티치가 크로노그래프 핸즈와 어우러진다. 착용해보니 두께에도 불구하고 손목에 부드럽게 밀착돼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했다. 신제품은 러그 너비가 22mm로, 전작 20mm에 비해 넓어졌다. 이 변화는 시계의 남성적인 느낌을 강조한다. 밋밋한 버클은 아쉬움을 남긴다. 진은 정교하게 가공한 버클 대신 구부려 만든 핀버클을 사용했다. 핀이 홈에 완벽히 맞지 않는 점도 눈에 띈다. 진 로고도 얕게 새겨졌다.
합리적인 가격
다만 밋밋한 버클이 156.1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건 아니다. 특히 베젤의 촉감은 시계 애호가들에게 큰 만족감을 안길 것이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며 부드럽고 균일하게 회전한다. 매트한 마감은 다크 그레이에 가까운 컬러감을 만들어낸다. 짙은 블랙 컬러 다이얼 및 스트랩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시계에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스트랩을 체결한 기본 버전이 4000유로(약 600만원대) 이하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가격대에서 이만한 품질과 기능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테스트 결과
스트랩과 버클 (최대 10) 7
두껍고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착용감을 제공하는 스트랩. 레드 컬러 스티치가 다이얼의 크로노그래프 핸즈와 잘 어울린다. 단순한 버클은 아쉬움을 남긴다.
케이스 (10) 9
우수한 마감 처리. 베젤과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덕분에 긁힘 방지 기능이 뛰어나다.
다이얼과 핸즈 (10) 8
전작 156의 디자인을 충실하게 계승한 핸즈는 적절한 길이와 형태를 유지한다. 깔끔한 마감이 가독성을 높인다.
디자인 (15) 13
역사적인 파일럿 워치에서 영감을 받은 훌륭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넓은 베젤 덕분에 지름 43mm 크기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가독성 (5) 5
다이얼의 색상 대비가 강렬하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의 색상이 구분돼 있고, 중앙에 위치한 크로노그래프 핸즈 덕분에 뛰어난 가독성을 제공한다. 밤에도 시계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조작성 (5) 5
푸셔, 크라운, 회전 베젤 모두 장갑을 낀 상태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착용감 (5) 5
손목에 부드럽게 밀착된다. 날카로운 부분이 없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무브먼트 (20) 17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의 신뢰도가 높다. 진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SZ01은 중앙 크로노그래프 핸드로 분 단위를 측정하기 위해 개조됐다. 42시간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정확도 (10) 10
오차 범위가 크지 않다. 크로노그래프 작동 여부에 따른 오차 차이가 거의 없다.
가격 만족도 (10) 9
시계의 다양한 디테일과 기능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 있다. 높은 재판매 가치가 기대된다.
크로노스 평가 84점
대안 모델
TUTIMA M2 피오니어 6451-02
투티마 나토 크로노그래프의 후속 모델로, 중앙에 놓인 크로노그래프 핸드로 분 단위를 계측하는 또 다른 시계다. 군용 시계라는 역사적 배경도 공유한다. 오늘날에도 독일 연방군 파일럿의 공식 시계로 사용되고 있다. 투티마 셀프와인딩 칼리버 521은 밸주 7750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중앙 크로노그래프 핸드로 분 단위를 측정할 뿐 아니라 24시간 표시 기능도 구현했다. 진 156.1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름 46.5mm라는 큼직한 크기에 티타늄으로 케이스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케블라(Kevlar) 섬유로 만든 스트랩과 티타늄 브레이슬릿으로 제공된다. 가격 5250유로(약 700만원대).
게재호
97호(2025년 3/4월호)
글
뤼디거 부허(Rüdiger Bucher)
Editor
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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