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9 리포트

올해로 29회를 맞은 제네바 고급 시계 박람회.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전통과 권위를 지닌 박람회임을 역으로 증명하고 있다. 내년부터 4월 말, 바젤월드와 기간을 맞춰 개최하는 것도 그 작업의 일환이다. 35개 브랜드의 풍성한 신제품을 통해 파인 워치메이킹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본다.

내용



 

2019 NOVELTY


A. LANGE & SÖHNE

AUDEMARS PIGUET

BAUME & MERCIER

CARTIER

GIRARD-PERREGAUX

GREUBEL FORSEY

HERMÈS

IWC

JAEGER-LECOULTRE

MONTBLANC

PANERAI

PARMIGIANI

PIAGET

RICHARD MILLE

ROGER DUBUIS

ULYSSE NARDIN

VACHERON CONSTANTIN

CARRÉ DES HORLOGERS





최근 시계업계는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전자상거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은 새로운 유통 구조를 만들어냈다. 소비자가 새로운 방법으로 시계를 구매하고 있다는 뜻이다. 몇몇 브랜드는 이미 새로운 정글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남성 토털 패션 전문 웹사이트 ‘미스터포터’에 진출한 IWC, 한국에 온라인몰을 오픈한 몽블랑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박람회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워치메이킹 트렌드를 가장 먼저 공개하는 곳으로서 독립성과 권위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자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폐쇄성만 고집한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IHH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공존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2016년 독립 브랜드로 구성된 ‘까레 데 오를로제’를 편입하고 대중에게도 박람회장을 개방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SNS를 위한 디지털 포토부스를, 올해는 참가 브랜드의 신기술과 디지털 혁신의 일부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SIHH 랩’을 신설하고, SNS를 통해 전 세계에 ‘SIHH 라이브’를 생중계했다. 이런 노력은 결국 파인 워치메이킹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SIHH의 힘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되었다. 올해와 내년을 기점으로 SIHH를 뒤로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SIHH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아니다. 이미 내년에는 개최 날짜를 바젤월드와 맞추기로 협의를 마쳤다. SIHH는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바젤월드는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더 큰 목표인 시계산업의 상생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이렇게 진정한 의미의 ‘고급 시계 박람회’로서 기능하는 한, SIHH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SIHH 2019 박람회장에 신설한 ‘SIHH 랩’. 신기술과 디지털 혁신과 관련해 새로운 경험의 장을 펼쳤다.



SNS의 SIHH 공식 계정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SIHH 라이브’.




컴플리케이션의 진면목

복잡시계는 워치메이킹의 꽃이다. 기술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자 컬렉션의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올해 SIHH에서는 퍼페추얼 캘린더, 투르비용, 미니트 리피터 등 기계식 시계의 최고봉인 복잡시계의 등장 비율이 지난 3년간 가장 높았다. 몇 년간 엔트리 위주로 확장하며 젊은 애호가에게 어필했다면 이제 다시 건재한 기술력을 증명하는 시간이 돌아온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메커니즘이라기보다는 한층 높은 완성도를 이뤄낸 점에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투르비용의 케이지를 혁신적으로 줄이거나 퍼페추얼 캘린더 탑재 라인업을 확장하고, 크로노그래프나 문페이즈 같은 스몰 컴플리케이션일지라도 색다른 방식으로 결합한 경우를 많기 때문이다. 예거 르쿨트르는 다섯 번째 자이로투르비용 시리즈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2016년 리베르소 트리뷰트 자이로투르비용 이후 3년 만이다. 오데마 피게는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 코드 11.59를 탄생시키며 셀프와인딩 모델부터 퍼페추얼 캘린더와 미니트 리피터 슈퍼소네리까지 구성했다. 기존 컬렉션을 라인업을 확장한 경우는 바쉐론 콘스탄틴과 보메 메르시에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오버시즈 퍼페추얼 캘린더로 컬렉션의 기함을 완성했고, 보메 메르시에는 리치몬트 인하우스 칼리버의 장점을 퍼페추얼 캘린더로 확대했다. 에르메스의 아쏘 문페이즈 모델은 아름다운 표현 방식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컴플리케이션의 재등장을 설명하는 데에도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제가 통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다. 새로운 고객부터 기존 고객까지, 고가 복잡시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는 뜻이다. 워치메이킹의 꽃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했다.



에르메스 아쏘 레흐 드 라 룬.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그랑 트래디션 자이로투르비용 웨스트민스터 퍼페추얼.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외형 

지난 몇 년간 다채로운 컬러와 소재의 향연이 손목시계에 펼쳐졌다. 처음에는 신제품에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는 소극적인 움직임이었지만, 점점 기존 모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대적인 가공 기술의 발달과 함께 새로운 다이얼 컬러나 세공은 물론, 신소재의 개발과 적용, 강화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신소재 활용으로 잘 알려진 리차드 밀이 이번에도 선봉을 맡았다. 새로운 봉봉 컬렉션의 생생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세공법을 새롭게 해석했으며, TZP 세라믹에 블러셔 핑크와 옐로 컬러를 입혀 솜사탕의 파스텔 컬러를 재현한 케이스를 만들었다. IWC는 파일럿 워치 컬렉션의 탑건과 스핏파이어 라인을 강화하며 브론조와 세라타늄 소재를 확대 적용했다. 마치 새로운 컬렉션을 론칭한 것 같은 효과를 낸다.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모델에서도 외형의 변화로 새로운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다. 까르띠에와 랑에 운트 죄네, 그리고 피아제가 좋은 예다. 새로운 까르띠에 산토스 크로노그래프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은 ADLC 코팅 베젤과 블랙 러버 스트랩을 통해 강인하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랑에 운트 죄네의 리차드 랑에 점핑 세컨드는 블랙 다이얼에 레드 컬러 포인트만으로 획기적으로 변신했다. 피아제는 차분한 컬러의 운석 다이얼을 알티플라노에 적용해 울트라신 드레스 워치에 색다른 느낌을 가미했다. 이제 컬러를 앞세운 소재와 세공의 다양화는 메커니즘의 발전과 함께 워치메이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다. 외형만으로도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더욱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밀 봉봉 컬렉션 프루츠 라인의 RM 37-01 셰리즈(체리).


까르띠에 산토스 드 까르띠에 녹텅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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