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 2025] CARTIER

고도로 발달한 워치메이킹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올해도 ‘마법’은 까르띠에 워치메이킹의 중심에 있다. 원형을 응용해 전에 없던 미학을 창조하고, 주얼리 워치를 재정의하는 등 모든 신제품에서 까르띠에가 말하는 ‘매직 모먼트’를 발견할 수 있다.

내용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셰

 
이번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에 마침내 탱크 아 기셰가 등장했다. 탱크 아 기셰는 창문 시계라는 뜻의 ‘몽트르 아 기셰(Montres à guichet)’의 탱크 버전이다. 몽트르 아 기셰는 1830년 즈음 프랑스 시계 제작자 앙투안 블론도(Antoine Blondeau)가 루이 필립 1세를 위해 제작한 포켓 워치에 기인한다. 다이얼의 창문을 통해 숫자가 교체되며 시간을 알리는 방식은 기존의 바늘 방식보다 읽기 편했다. 정각이 되면 시간 디스크가 순간적으로 점프하는 점핑 아워 메커니즘도 이 때 탄생했다. 분 디스크는 시간 흐름에 따라 흐르듯 움직이는 드래깅 방식이었다. 초침은 생략됐다. 
몽트르 아 기셰는 1921년 오데마 피게를 통해 손목시계로 진화했다. 까르띠에는 1928년 탱크 아 기셰를 선보였다. 루이 까르띠에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프랑스 르노 FT-17 탱크에서 영감을 받아 탱크 워치를 탄생시킨지 9년만이었다. 탱크 아 기셰의 기능은 다른 몽트르 아 기셰처럼 점핑 아워와 드래깅 미니트가 전부였다. 단촐한 기능은 오히려 탱크 워치의 미니멀리즘을 부각했다. 러그를 겸하는 두 개의 금속 샤프트와 다이얼 플레이트의 경계를 없애 탱크(전차)를 위에서 내려다본 시계의 모습이 도드라졌다. 크라운도 12시 방향에 위치했다. 1931년 버전에서는 평행하게 놓인 두 개의 금속 샤프트가 강조됐다. 크라운은 카보숑으로 장식되어 3시 방향에 놓였다. 부채꼴 미니트 윈도가 12시 방향으로 이동해 아워 윈도와 연이어 배치된 점도 신선했다. 작은 차이가 다이얼 레이아웃을 참신하게 바꿨다. 
탱크 아 기셰의 생산량은 크래쉬 드 까르띠에 워치에 버금갈 정도로 적었지만, 그 존재감은 모더니즘 시대를 대표하는 아르데코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유명인과 애호가의 러브콜도 쇄도했다. 20세기 재즈 음악의 거장 듀크 엘링턴과 인도 파티알라 왕국의 마하라자 부핀더 싱이 탱크 아 기셰를 애용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탱크 아 기셰 1931년 버전 중 하나는 2017년 10월 26일 ‘20세기 전설의 시계(Legendary Watches of the 20th Century)’를 주제로 열린 필립스 옥션에서 13만 1250달러(약 1억 4800만원)에 낙찰됐다. 추정가의 두 배가 넘는 결과다. 
1996년 까르띠에는 탱크 아 기셰에 재미있는 시도를 했다. 오리지널의 12시 방향 크라운을 유지한 옐로 골드 모델과 3시 방향 크라운으로 변경한 플래티넘 모델을 각각 3개씩 소량 제작한 것. 이를 기반으로 그 이듬해 까르띠에 창립 150주년을 맞아 플래티넘 모델이 150개 한정 생산됐다. 케이스 사이즈는 26×37mm, 플래티넘 모델답게 크라운은 루비 카보숑으로 장식됐다. 해당 모델엔 피아제 에보슈에 기반한 핸드와인딩 무브먼트 9752MC이 탑재됐다. 정각이 되면 시간은 정확히 점핑하며 무브먼트의 정확성과 뛰어난 토크 관리를 입증했다. 
2005년 탱크 아 기셰는 컬렉션 프리베 까르띠에 파리(Collection Privée Cartier Paris, CPCP)의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CPCP는 과거의 유산을 고퀄리티로 복각해 한정 생산하는 프로젝트로, 현재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의 모태라 할 수 있다. 1998년부터 10년간 진행된 CPCP는 탱크 상트레, 똑뛰 모노푸셔, 탱크 쉬누아즈, 탱크 아비스같은 전설적인 모델을 부활시켰다. 탱크 아 기셰 CPCP Ref. 2817도 그중 하나였다. 시계는 핑크 골드로 제작됐으며 케이스와 무브먼트는 창립 150주년 모델과 동일했다. 
2028년은 탱크 아 기셰가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까르띠에는 그보다 3년 앞선 올해를 탱크 아 기셰의 해로 삼았다. 물론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을 통해서다.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셰는 옐로 골드, 로즈 골드, 플래티넘으로 구성된다. 디자인 방향성은 1928년의 첫 번째 버전을 따른다. 다이얼 플레이트는 러그까지 하나의 면으로 매끈하게 통합됐고, 크라운은 12시 방향에 자리한다. 오리지널에 대한 오마주이자, 탱크 워치의 디자인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번 모델을 위해 핸드와인딩 9755MC도 독점 개발됐다. 까르띠에는 일상에서 충분한 내구성을 지름 21.6, 두께 6mm 무브먼트에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점핑 아워와 드래깅 미니트라는 각기 다른 메커니즘을 위해선 무브먼트의 토크와 정밀도가 잘 관리돼야 한다. 이런 무브먼트에서 내구성은 중요한 덕목이다.
이번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아 기셰의 하이라이트는 200개만 제작된 또 하나의 플래티넘 모델이다. 다이얼 플레이트 위 두 개의 창이 각을 이루도록 배치됐다. 각 윈도의 방향도 수직으로 틀었다. 까르띠에는 “1930년대의 풍부한 창의성과 미학적 혁신을 기리기 위해서”라 설명했다. 미니트 윈도의 위치를 변경해 다이얼 레이아웃의 재미를 꾀했던 1931년의 아이디어도 엿보인다. 흥미로운 사실은 까르띠에가 탱크 아 기셰의 원형을 단 한번도 흔든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그저 ‘비트는(twist)’ 것만으로 새로운 미학을 낳았다. 까르띠에 워치·주얼리를 총괄하는 마리 로르 세레드는 그것이 까르띠에의 창의성이라 강조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1922년 탄생했다. 1917년의 오리지널 탱크 워치 디자인보다 케이스는 더 길어졌고 금속 샤프트는 더 부드럽고 둥글게 다듬어졌다. 까르띠에 탱크의 아버지 루이 까르띠에가 직접 디자인을 변경했기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라는 이름이 붙었다. 다이얼과 금속 샤프트만으로 이뤄진 디자인은 크기에 구애 받지 않는 완벽한 비율을 달성했다. 탱크 루이 까르띠에가 1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다. 올해는 16.5×24mm 미니, 22×29.5mm 스몰, 그리고 25.5×33.7mm 라지 모델에 이어 27.75×38.1mm 사이즈의 오토매틱 모델이 등장했다. 2023년 탱크 아메리칸에서 데뷔한 셀프와인딩 칼리버 1899MC가 구동을 맡았다. 까르띠에의 역사적인 13 뤼드라뺑 부티크 탄생연도에서 이름을 딴 칼리버는 얇은 케이스를 위해 설계됐다. 이 칼리버 덕분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는 우아한 프로필과 비율을 유지하면서 사이즈를 키울 수 있었다.



트레사쥬


트레사쥬(Tressage)는 프랑스어로 엮거나 꼬는 것을 의미한다. 까르띠에는 예부터 이런 트레사쥬 개념을 주얼리에 적용해왔다. 이번엔 탱크 워치가 트레사쥬를 통해 재탄생했다. 탱크 워치 디자인 핵심인 두 개의 평행한 수직 샤프트가 각각 골드 또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두 개의 스트링이 불륨감 있게 트위스트된 디테일로 변모했다. 그 화려하고 풍성한 모습은 크래쉬[언]리미티드, 리플렉션 드 까르띠에, 꾸쌍 워치의 연장선상으로도 볼 수 있다. 단순히 장식성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까르띠에 트레사쥬 워치는 착용감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까르띠에가 추구하는 진정한 인체공학을 실현하기 때문. 게다가 다이얼과 스트랩을 갖춘 손목 시계를 정의를 따르면서, 완전히 다른 주얼리적 창조를 이뤄냈다. 주얼러의 왕을 자처하는 까르띠에가 새로운 영토를 선포했다. 트레사쥬 워치는 네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가죽 스트랩도 각 버전의 트레사쥬 장식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팬더 드 까르띠에



팬더 워치가 주얼리를 통해 색다른 해석을 거쳤다. 주얼리 버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애니멀 패턴이다. 다이얼과 브레이슬릿을 거쳐 시계 전체가 블랙과 골드 브라운 래커, 파베 다이아몬드, 오렌지와 옐로 스페사르타이트로 장식됐다. 까르띠에에 의하면 팬더 워치에 적용된 패턴은 호랑이도 아니고 얼룩말도 아니라 한다. 작년 애니멀 주얼리 워치의 콘셉트가 이번 팬더 워치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체가 무엇이든 새로운 팬더 워치가 야생적 매력으로 무장한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생동감의 비밀은 완성에 110시간 이상 소요된 세공에 있다. 팬더 워치의 브레이슬릿 링크는 각각 폴리싱 처리된 후 스톤이 세팅됐다. 까르띠에는 이를 통해 완성된 팬더 워치를 ‘까르띠에 마술사(Cartier Magicien)’의 비전으로 지목했다. 두 번째 버전은 베젤과 브레이슬릿에 다이몬드를 파베 세팅한 세미 파베 베리에이션으로 구성된다. 옐로 골드 소재는 26.7×36.5mm와 22×30.3mm의 두 가지 크기로, 로즈 골드 소재는 22×30.3mm와 20×25mm 두 가지다.  


 
팬더 주얼리 워치

 
팬더 주얼리 워치가 뱅글로 도약했다. 작년에 등장한 뱅글 워치 리플렉션 드 까르띠에가 떠오르는 디자인이다. 다만 한 쪽은 시계, 다른 쪽은 팬더가 자리한다. 팬더는 당장이라도 시계 속으로 들어갈 것처럼 뛰어오른 형상이다. 이렇게 두 개의 장식이 서로 마주보거나 인접한 형태를 프랑스에선 너와 나라는 뜻의 ‘뚜아 에 무아(Toi & Moi)’라고 부른다. 옐로 골드 버전과 다이아몬드로 한층 화려하게 장식된 화이트 골드 버전 두 가지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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