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
브랜드의 시초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는 이미 18세기 무렵 독자적인 시계 디자인을 완성했다. 기요셰 장식 다이얼, ‘오픈 팁’ 형태의 시·분침, ‘브레게 숫자’로 통하는 타이포그래피는 ‘브레게 스타일’을 정의한다. 지금도 많은 손목 시계에서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브레게의 파일럿 워치인 타입 XX가 생소할지 모른다. ‘브레게 드레스 워치’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시계 분야에서 혁신과 진화를 지휘한 브레게 가문은 20세기에는 막 발돋움한 항공 산업에서 진보를 이끌었다. 타입 XX는 시계와 항공이 낳은 파일럿 워치에서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역사와 배경을 유산으로 지니고 있다.
항공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브레게와 타입 XX.
© Collection Montnes Breguet
브레게와 항공
브레게 시계와 브레게 항공기와의 연결고리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혼란을 야기할 때도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명확히 정리하고자 한다. 1775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설립한 워치 메이킹 공방이 갑자기 항공기 제작사로 선회한 것이 아니다. 1911년 루이 샤를 브레게(Louis Charles Breguet)가 설립한 항공 기업이 항공기 패널이나 장비를 만들다가 워치 메이킹 영역까지 확장한 것도 아니다.
프랑스 항공기 회사 다소와 합병한 브레게 에비에이션.
1870년, 저명한 물리학자이자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손자인 루이 클레망 브레게(Louis-Clement Breguet)는 워치 메이킹 대신 다른 종류의 과학 및 산업, 전신 장비 제작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메종 브레게’라 불렀고, 좀 더 오랜 역사를 지닌 워치 메이킹 사업은 그냥 ‘브레게’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워치 메이킹 공방의 새로운 소유주는 공방 책임자였던 워치 메이커 에드워드 브라운(Edward Brown)이었다. 창립자 가족이 100년 간 보유한 공방은 다음 100년 동안 브라운 가족과 함께했다. 이후 차례로 주얼리 하우스 쇼메(1970년부터 1987년까지), 금융 기업 인베스트코프(lnvestcorp, 1987년부터 1999년까지)를 거쳐 1999년 마침내 스와치그룹이 인수한다.
1957년 11월, 에쏘 스탠다드에 판매된 크로노그래프 Type XX Breguet N° 3065.
브레게 가문 내에서는 창립자 아브라함 루이와 그의 아들 앙트완 루이(Antoine-Louis)가 계속해서 워치메이킹과 통신 부문을 넘어서 번뜩이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20세기 초 루이 클레망의 손자 루이 샤를 브레게는 무려 하늘을 정복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그는 현대 헬리콥터의 전신인 자이로플레인을 제작했다. 1911년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친 비행기를 제작한 항공 기업 ‘소시에테 아노님 데 아틀리에 다비아시옹 루이 브레게(Société Anonyme des Ateliers d’Aviation Louis Breguet)’를 설립하기 전의 일이다. 군사용과 민간용을 모두 아우른 그의 가장 뛰어난 항공기로는 브레게 14, 브레게 19, 브레게 듀퐁(Breguet Deux-Ponts)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브레게 가족은 브라운 가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두 가족이 1923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의 사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을 때, 브레게 하우스 매출 장부에서도 엿볼 수 있듯 루이 브레게는 자연스럽게 브라운 가족에게 항공 산업에서 워치 메이킹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그 결과 브레게 타입 XX 크로노그래프를 착용한 파일럿이 비행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 크로노그래프’를 갖춘 브레게 항공기가 등장했다. 1954년에는 ‘소시에테 다비아시옹 루이 브레게’가 첫 타입 XX의 6개 중 3개를 구입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의 조언 덕분에 워치 메이커 브레게는 항공 부문에서 선구자가 될 수 있었고, 루이 브레게 역시 브레게 공방에서 제작한 워치 메이킹 장비를 항공기와 파일럿에 장착할 수 있었다. 항공기 제조 부문에서 명성을 떨친 ‘소시에테 다비아시옹 루이 브레게’는 1966년 항공기 제조업체 마르셀 다소(Marcel Dassault)에 인수되었다. 두 기업은 1971년 ‘AMDBA(Avions Marcel Dassault-Breguet Aviation)’라는 이름으로 합병했고, 1990년 다소 항공으로 발전했다.
1950년 ‘타입 20’ 사양
• 지름 38.3mm 케이스
• 양방향 회전 베젤
• 다이얼 3시 방향 카운터와 9시 방향 스몰 세컨드를 갖춘 검은색 다이얼
• 야광 도료를 칠한 바늘과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 35시간 이상의 파워 리저브
• 최소 300회 이상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할 수 있는 내구성
타입 XX 연대기
1930년대에 브레게는 1934년 프랑스 공군으로 독립한 프랑스 군대를 위해 파일럿 시계를 지속적으로 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사그라든 1950년대에 접어들어, 프랑스 항공대는 군용 파일럿 워치의 규격인 ‘타입 20’의 요건을 충족하는 제조사를 찾기 시작했다. ‘타입 20’은 군용 장비였던 파일럿 워치의 코드명이었다. ‘소시에테 다비아시옹 루이 브레게’에 시계를 공급하며 꾸준히 경험을 쌓은 브레게는 망설임 없이 도전에 임했다. 1930년대 모델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파일럿 워치는 지름 38.3mm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투 카운터의 블랙 다이얼과 발광 초침 등을 갖춰 타입 20의 규격에 해당했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였다. 스톱, 리셋, 리스타트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크로노그래프 작동 중 신속하게 재시작이 가능해야 했다. 폭격처럼 시간 간격을 재빨리 확인하는 일이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브레게는 1952년 프로토타입을 완성했고, 이듬해 프랑스 항공 기술국(Service technique de l’aéronautique)의 승인을 받았다. 그렇게 1953년 초반에 완성한 파일럿 워치에 처음으로 타입 2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954년에는 프랑스 공군과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1955년부터 1959년까지 타입 20을 집중적으로 제작했다.
3세대 타입 XX 에어로나발 Ref. 3800. 날짜창이 있는 버전은 트랜스아틀란티크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비행시험센터(CEV: Centre d’essais en vol)에도 2년간 공급했는데, 이때 크로노그래프 미니트 카운터가 30분에서 15분으로 수정되었다. 경과 시간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카운터의 크기도 커졌다. ‘빅 아이(Big Eye)’라는 별명의 기원이다. 이렇게 가독성을 강조한 디테일은 훗날 타입 20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한편, 프랑스 공군이 주문한 타입 20은 30분 카운터를, 프랑스 해군 항공 서비스 버전인 타입 XX는 50분 카운터를 유지했다. 1950년 중반부터는 민간용 파일럿 워치로 판매 범위를 넓히고 모델명에 아라비아 숫자 ‘20’ 대신 로마 숫자 ‘XX’를 사용해 군용과 구분을 꾀했다. 타입 XX의 1세대다. 파일럿 워치에 필수적인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기본으로 삼았지만, 12시간 인덱스를 각인한 회전 베젤 등 디테일이 조금씩 달랐다. ‘빅 아이’ 15분 카운터는 그대로 두고 12시간 카운터를 추가한 스리 카운터 버전도 있었다.
1971년에는 케이스 크기와 러그의 두께를 키우고, 블랙 베이클라이트(Bakelite) 소재의 양방향 베젤을 내세우며 더 강인하게 돌아왔다. 2세대 모델은 투 카운터 버전과 스리 카운터 버전이 섞여 있었다. 대부분 민간용으로 판매했으나 50개 정도는 모로코 공군용으로 공급했다고 알려졌다. 당시 에어로스파티알(Aérospatiale, 현 에어버스) 사나 프랑스 대통령이 각국 수뇌부를 위한 선물용으로 타입 XX를 주문하기도 했다. 2세대는 도합 800개 정도가 만들어졌지만, 쿼츠 파동과 함께 기계식 시계 자체가 존망의 기로에 서자 타입 XX도 잠시 휴식에 들어갔다.
타입 XX보다 더 강한 내구성을 요구했던 사양으로 탄생한 브레게 타입 XXI.
타입 XX의 세대 교체는 1995년, 기계식 시계의 부활과 함께 인베스트코프(Investcorp S.A) 사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타입 XX 에어로나발(Aéronavale) Ref. 3800과 타입 XX 트랜스아틀란티크(Transatlantique) Ref. 3820이 그 주인공이다. 에어로나발은 브레게가 타입 20을 추가 수주한 프랑스 항공대에서, 트랜스아틀란티크는 1927년 대서양 무착륙 비행에 성공한 브레게 19 항공기의 업적에서 따왔다. 둘의 차이는 날짜창의 유무로 알 수 있다. 케이스 옆면의 섬세한 코인 에지에서 알 수 있듯 기능이 형태를 지배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브레게 특유의 우아함을 더했다. 전시의 활약상을 세련된 코드로 풀어낸 파일럿 워치는 모험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소유욕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아울러 르마니아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350에 플라이백 기능을 더한 칼리버 582는 타입 XX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시대를 열었다. 브레게가 스와치그룹에 편입된 후에는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등으로 컬렉션의 외연을 왕성하게 확장했다. 지름 40mm를 훌쩍 넘는 커다란 크기가 시계 트렌드로 떠오르자 타입 XX보다 더 크고 튼튼한 사양을 지향했던 타입 XXI, 고진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타입 XXII가 등장하기도 했다.
(왼쪽) 타입 XX Ref. 2067
Ref. 2067ST/92/SW0
기능 시 분, 스몰 세컨드, 날짜,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728, 36,000vph, 34스톤, 6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3189만원
(오른쪽 )타입 20 Ref. 2057
Ref. 2057ST/92/SW0
기능 시 분, 스몰 세컨드, 날짜,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셀프와인딩 칼리버 7281, 36,000vph, 34스톤, 6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스테인리스 스틸, 100m 방수, 글라스백 가격 3189만원
이륙 준비 완료
2019년과 2021년, 브레게는 뒤시엔 근위축증 극복을 위한 온리 워치 자선 경매에서 타입 XX를 연이어 공개했다. 초기 모델을 빼닮은 모습에 많은 애호가가 설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타입 XX의 4세대가 출격을 알렸다. 장장 4년의 개발을 거치며 지금까지의 역사를 총망라한 모델이다. 지름 42mm 케이스는 밀리터리 스펙을 따른 타입 20 Ref. 2057과 민간용이었던 타입 XX Ref. 2067로 나뉜다. 원점 회귀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각각의 계보에 해당하는 오리지널리티를 충실히 따르는 한편, 4시와 5시 인덱스 사이에는 날짜창을 넣어 최소한의 실용성도 잊지 않았다.
타입 20 Ref. 2057은 1955년에서 1959년에 걸쳐 프랑스 공군에 공급했던 모델처럼 투 카운터 디자인을 택했다. 12시 방향에 삼각형 마커를 둔 코인 에지 디테일의 회전 베젤, 민트 그린 컬러의 발광 도료, 배 모양의 커다란 크라운은 고전의 미래처럼 멋스럽다. 다이얼 3시 방향, 상대적으로 커다란 30분 카운터는 지나친 수식 없이도 과거의 쓰임새를 증명하고 있다.
민간용을 의미하는 타입 XX Ref. 2067은 1957년 모델인 No. 2988의 환생이다. 12시간 인덱스를 올린 회전 베젤과 더불어, 3시 방향의 ‘빅 아이’ 15분 카운터와 9시 방향의 스몰 세컨드 구성에 6시 방향 12시간 카운터를 추가한 스리 카운터 구성은 단숨에 타입 XX의 자취를 복기한다. 빛바랜 라듐을 재현하기 위해 아이보리 컬러의 발광 도료를 선택한 센스까지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케이스에 비해 길이가 짧고 크기가 작은 러그는 측면을 예리한 도구로 베어낸 듯한 모양까지 오리지널을 착실하게 계승하고 있다. 케이스백은 3세대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글라스백을 유지하며, 레퍼런스에 따라 번호를 달리한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타입 XX의 화룡점정은 무브먼트다. 밸주 무브먼트 235를 기용한 온리워치 출품작과 달리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 인하우스 셀프와인딩 칼리버 728 또는 7281이 박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항공기 동체의 느낌을 주는 블랙과 실버 컬러의 조화.
현재 동급이라 할 만한 무브먼트는 작년 랑에 운트 죄네에서 처음 등장한 L156.1 다토매틱, 오데마 피게 코드 11.59로 데뷔한 칼리버 4401 정도다. 브레게 기술진이 칼리버 728(7281)에 기술력을 얼마나 집대성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타입 XX에 필수적이었던 플라이백 메커니즘에 만전을 기했다. 크로노그래프가 시간을 측정하는 도중에 리셋 버튼을 누르면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영점으로 돌아가 재측정을 시작하는 플라이백의 특성상, 크로노그래프와 관련된 모든 바늘을 일제히 제자리로 돌리는 과정에서 치밀한 정확성이 요구된다. 브레게는 버튼을 누르는 힘의 정도에 상관없이, 일단 작동하면 일관적인 움직임을 보장하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개념을 리셋 시스템에 접목했다.
고사양 엔진
칼리버 728(7281)은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로서는 보기 드문 신작이다. 혁신적인 리셋 시스템이 플라이백 기능을 정확하게 구현하며, 36,000vph 고진동 밸런스 덕분에 이론상 0.1초 단위까지 측정할 수 있다. 타입 XX 탑재를 우선적으로 고려했음을 감안해도 꽤나 고성능이다.
일반적인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에서는 리셋 버튼을 누르면 리셋 해머가 각 크로노그래프 카운터의 하트 캠(회전하고 있을 때, 팁이 어떤 부분에 닿아도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트 모양으로 만든 부품)에 닿고, 하트 캠은 순식간에 제자리(영점)로 돌아간다. 하지만 칼리버 728(7281)은 리셋 버튼에 작용하는 힘을 완충 스프링에 저장했다가, 리셋 버튼이 끝까지 다 눌리고 나서야 스프링에 모인 힘을 리셋 해머에 전달한다. ‘삑사리’ 같은 오작동을 방지하는 것이다. 브레게는 직선 운동을 하는 리셋 과정에 특화되도록 리셋 해머도 권총 모양으로 새롭게 디자인했다. 리셋 버튼을 눌러보면 완충 스프링이 힘을 충분히 저장할 때까지는 저항감이 느껴질 정도로 뻑뻑한 편이다. 하지만 임계점을 넘으면 순식간에 저항이 사라지고 깔끔한 제로리셋만 남는다. 마치 롤러코스터의 첫 고개를 넘듯 짜릿한 손맛이다.
칼리버 728 핵심 원리
수직 클러치와의 궁합
현대의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는 수직 클러치를 선호한다. 로터를 장착하며 다소 두꺼워진 무브먼트도 태생상 두께를 많이 차지하는 수직 클러치가 자리 잡기 좋은 환경이었다. 맷돌이 맞물리는 듯한 움직임은 초침이 튀는 고질병을 지녔던 수평 클러치와 달리 크로노그래프 초침을 안정적으로 이동시켰다. 게다가 플라이백 메커니즘의 공간 확보에도 유리하다. 보통 수직 클러치를 가능한 한 칼럼 휠에 가깝게 두는 데 반해, 칼리버 728(7281)은 리셋 메커니즘의 구조상 둘을 떨어뜨린 배치가 눈에 띈다. 수직 클러치는 칼리버 728(7281)의 중앙에서 크로노그래프 초침을 직접 구동한다. 브레게는 플라이백 기능이 작동하면 크로노그래프가 잠시 멈출 수 있도록 리셋 해머가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때 클러치를 분리하는 장치도 잊지 않았다.
완벽한 마무리
크로노그래프와 관련한 특징 외에도, 시간을 표시하는 기본적인 구성 요소에서도 빈틈이 없다. 실리콘 소재를 헤어 스프링, 팰릿 포크 같은 핵심 부품에 실리콘 소재를 사용해 항자성과 내부식성을 챙겼고, 60시간 파워 리저브는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중에서도 넉넉한 편이다. 피니시 역시 뛰어나다. 블랙 컬러를 입힌 일부 부품을 제외하면 실버톤으로 통일하고 항공기 동체의 느낌을 내는 마감을 택했다. 샤를 브레게의 프로펠러 비행기가 착용자를 향해 날아오는 듯한 블랙 컬러 로터도 시계의 테마를 잘 살려낸다. 무엇보다 야심 차게 선보인 플라이백 메커니즘과 고진동 무브먼트를 결합한 시도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엔진이다. 타입 20 Ref. 2057과 타입 XX Ref. 2067은 최근 브레이슬릿이라는 새 옷을 입었다. 전체적으로 무광 마감해 점잖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별 링크의 사이사이를 폴리싱 처리해 움직일 때마다 은밀하게 빛나는 매력을 숨기고 있다. 브레이슬릿 외에도 카키, 올리브 그린, 그레이 컬러 나토 패브릭 스트랩이 새롭게 등장했다. 밀리터리 취향을 고급스럽게 더하고 싶을 때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브레게 타입 XX는 단순한 럭셔리 스포츠 워치로 볼 수 없다. 브레게 클래식 워치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반대편에서 조용히, 하지만 묵직하게 자신의 가치를 역사로 증명해왔다. 이제는 오리지널의 위상을 보란 듯 현대에 부활시키는 브랜드의 능력과 그 명성을 새로 쓸 엔진이 타입 XX를 다시 한번 반석에 올릴 예정이다. 고급 시계이자 정통 파일럿 워치,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유일한 시계로서.
게재호
92호(2024년 5/6월호)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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