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2년 로저드뷔 CEO에 올랐고, 2018년부터 파네라이를 지휘한다.
파네라이 CEO를 맡은 지 6년 정도 되었다. 그동안 팬데믹 같은 큰 사건도 있었고, 그에 따른 영향도 적지 않았다. 어떤 부분에 주력했으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파네라이 CEO가 되기까지 열정, 헌신, 탁월함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커리어 초기부터 럭셔리 워치 메이킹에 매료되어 업계의 다양한 분야를 탐구했고 매 단계에서 워치 메이킹 기술과 브랜드 관리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헤리티지, 혁신, 그리고 고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파네라이에 있어 나만의 비전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경험이었다. 역사가 깃든 복각 모델부터 파네라이의 핵심 요소를 담은 익스피리언스 에디션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우리가 도입한 혁신을 누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차다.
파네라이의 가장 큰 가치는 헤리티지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파네라이의 헤리티지는 무엇인가.
파네라이의 철학은 ‘헤리티지, 정확성, 모험’의 혼합체다. 파네라이는 오랜 역사와 더불어 이탈리아 해군 특공대를 위한 장비를 제작한 전통을 지녔다. 이처럼 풍부한 역사는 정확성과 기능성을 향한 헌신을 증명함과 동시에 혁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영감을 불어넣는다. 모험은 실제적인 의미에서뿐 아니라 워치 메이킹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탐구 정신 측면에서 파네라이 정체성의 핵심과도 같다.
파네라이의 헤리티지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파네라이 애호가 ‘파네리스티’는 루미노르 두에처럼 대중성을 지닌 모델에 높은 잣대를 요구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는.
파네라이는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혁신 간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그래서 단순한 시계가 아니라 유서 깊은 전통과 선구적 정신이 깃든 정밀 장비에 초점을 둔다. 우리의 목표는 파네라이의 워치 메이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칼리버의 개발 수준 및 정교한 기술력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2000년대 초에 설립한 매뉴팩처는 파네라이의 발전사에 있어 중요한 단계로, 파네라이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까다롭고 섬세한 고객에게 파네라이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어필했다. 파네리스티 역시 파네라이의 새로운 디자인과 신제품이 단순히 시장의 트렌드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DNA를 바탕으로 탄생했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다.
이번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공개한 섭머저블 루나 로사 PAM01579.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반영한 루미노르 두에, 빈티지 디테일에 집중한 라디오미르 컬렉션 같은 투 트랙 전략은 고객층을 모두 섭렵하기 위함인가.
파네라이는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하는 파네라이 공동체 내의 선호도를 브랜드 헤리티지에 반영하고 있다. 기술력, 기능성, 칼리버의 개선도 이를 바탕으로 혁신이 이루어진다. 파네라이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시계 본연의 품질과 기술적 특징을 강조하며, 성능과 디자인 모두를 추구하는 고객에게 폭넓게 어필한다. 이 같은 접근법은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네라이의 입지를 시대를 초월한 브랜드로 강화할 것이다.
헤리티지와 트렌드의 밸런스를 어떻게 잡는가.
브랜드라는 관점에서 보면, 파네라이는 다이버를 위한 전문 장비 제조업체라는 뿌리를 바탕으로 헤리티지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적인 스타일 선호도에 발맞추고자 한다. 이를 위해 풍부한 아카이브를 연구하고 분석해 역사 속에 실재하는 요소로부터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아 인사이트를 끌어내고 있다. 또한 기능성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구성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주의 깊고 정확하게 혁신 요소를 결합한다. 그리고 귀도 파네라이 & 피글리오(Guido Panerai & Figlio)와 같은 역사적인 에디션부터 라디오미르와 같은 고전적인 컬렉션을 거쳐, 보다 기술적인 모던한 시계에 이르는 폭넓은 라인업을 통해 4개 컬렉션 모두를 아우르는 발전을 이뤄나가는 중이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선택하기 어렵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바로 균형이니까.
2019년부터 이탈리아 요트 레이싱 팀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파네라이.
2019년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팀과 인연을 맺고 올해 섭머저블 루나 로사 모델을 선보였다. 다시금 요트 팀 헌정 컬렉션에 집중하는 이유는.
올해 제37회 아메리카스 컵을 맞이해 파네라이는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Luna Rossa Prada Pirelli) 팀의 공식 후원사로서 이들이 우승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불어넣어줄 시계를 제작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루나 로사 팀과의 협업은 파네라이의 신제품에 탁월한 수준의 세일링 정신과 기술적 혁신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아메리카스 컵 준비 과정에서 개발된 각각의 시계는 단순히 루나 로사 팀에서 영감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적으로 코칭을 받아 전문 세일링 종목의 엄격한 조건에서 테스트까지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험난한 요트 레이싱을 견뎌낼 수 있는 내구성, 신뢰성, 기능을 증명해 보인다.
카본과 티타늄은 스포츠 워치 분야에서 꾸준히 주목받는 신소재다. 파네라이 신제품에서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티-세라미테크 케이스는 치열한 요트 레이싱을 견딘 소재와 공정 과정에 기반한다. 스틸 부품에 세라믹 코팅을 더해 마찰력을 극적으로 줄이는 공정은 레이싱 요트의 효율성과 속도를 향상시키며, 파네라이는 이를 워치 메이킹 세계에도 적용했다. 신기술과 소재가 극한 환경에서의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파네라이는 7년간의 연구와 개발 끝에 전도성 플라즈마 산화(Electrolytic Plasma Oxidation)를 통한 티타늄의 세라믹화 공정을 특허 등록했다. 티타늄 합금의 표면을 밀도 높은 세라믹 층으로 바꾸고
전해질로 구성된 특정 요소를 사용해 드넓은 바다가 떠오르는 독특하고도 신비로운 블루 컬러 케이스를 제작한다. 소재의 강도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주는 이 기술 덕에 시계는 스틸보다 44% 가볍지만, 일반 세라믹보다 충격에 10배 더 강하다.
루나 로사 프라다 피렐리 팀의 감독이자 스키퍼인 맥스 시레나.
한국에서는 아쉽게도 아직 요트 경기가 대중적이지 않다.
초기에는 틈새 시장이었지만, 세일링 및 수상 익스트림 스포츠에 대한 한국 고객의 인식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아메리카스 컵처럼 유명한 경기는 하나의 촉매가 되어 관심도에 불을 지필 수 있다. 이를 통해 세일링이나 수상 익스트림 스포츠를 적극적으로 즐기지는 않더라도 모험, 정확성, 럭셔리를 중시하는 고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제품 전략에 세심하게 변화를 줄 계획도 있다.
파네라이의 올해 목표는.
앞으로도 혁신적인 소재와 새로운 칼리버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워치 메이킹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노력할 것이다. 또한 파네라이의 비전과 시너지를 공유하는 이들과 계속해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한다. 일례로 올해는 ‘밀라노 가구박람회(Salone del Mobile)’의 공식 타임키퍼로서 다시 한번 활약을 펼쳤다. 박람회 기간 동안 섭머저블 루나 로사 PAM01579도 출시했다. 지름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매트 화이트 다이얼과 매트 블랙 세라믹 베젤, 그리고 3일 파워 리저브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P.900을 장착한 모델이다.
게재호
92호(2024년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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