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샥의 아버지’ 이베 기쿠오. 착용한 모델은 첫 번째 지샥 DW-5000C를 잇는 GW-5610U로 그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다.
지샥 40주년과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지샥의 아버지’ 이베 기쿠오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망가지지 않는 시계’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론을 실현한 전설의 산증인과 지샥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에디터 유현선 문의 지샥 이태원스토어 02-3785-0718
MRG-B5000R-1DR
MR-G는 ‘Majesty, Reality, G-Shock’의 약자로, 전면 메탈을 필두로 최고의 소재와 마감을 지향하는 지샥 라인업의 최상위 플래그십 컬렉션이다. 사진의 모델은 ‘지샥 오리진’ DW-B5000C 디자인에 2022년 초강력 티타늄 합금 Ti64 및 코발트 크롬 합금 코바리온(Cobarion)으로 무장한 MRG-B5000의 후속작. 부드럽고 편안한 듀라 소프트(Dura Soft) 밴드는 시간이 지나도 변색, 얼룩, 열화에 강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375만원.
INTERVIEW
이베 기쿠오 IBE KIKUO
1976년 카시오에 입사했다. 1981년 아버지가 물려준 시계가 떨어져 망가진 경험을 한 후 ‘절대로 망가지지 않는 시계’라는 한 줄짜리 기획안을 제출하고 개발에 착수, 2년의 연구를 거쳐 지샥을 완성해냈다. 이후 머드맨과 MRG 등 지샥의 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지속적인 발전에 앞장섰다.
1983년 지샥을 개발했을 때, 이렇게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지리라고 예상했는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도로 공사 노동자에게 잘 팔릴 것이라 생각했다. 험한 일을 하는 인부의 손목에는 시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샥이 이렇게까지 성공을 이룬 건 무엇보다 매체에서 정기적으로 다뤄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젊은이들까지 지샥을 좋아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다. 젊은 층에서 사랑받는 비결은 우선 어느 시대에도 통용되는 ‘터프니스(Toughness, 튼튼함)’라는 콘셉트, 그리고 이를 다채로운 색상과 스타일로 실현하는 동시에 계속해서 진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줄짜리 기획안을 제출하고 개발을 시작했을 때 회사 내부의 압박이나 반대는 없었는지
일단 그런 기획안이 통과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사로부터의 압박은 없었고) 개인적으로 반드시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만 상당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샥이 탄생했다.
어떤 지샥을 소유하고 있는가, 또한 가장 좋아하는 모델은
가장 좋아하는 지샥만 가지고 있다. 초창기 모델과 동일한 디자인의 DW-5600. 흰색, 검은색, 빨간색 모델 세 가지를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바꿔 찬다.
신소재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유는
늘 진화해나가는 것이 지샥의 미션이라고 생각하기에 신소재 연구에 상당히 주력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도 신소재 연구 부서를 따로 마련했다.
그래서인지 자꾸 가격이 오르는 것 같다
신소재를 최초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개발 비용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지샥의 선구적인 자세를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이번에 한국에 방문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지샥에게 아시아는 상당히 중요한 지역이고, 그 리더가 바로 한국이다. 이런 인식을 직접 전달하고 싶었다.
G-D001
지샥의 개발 테마인 ‘Break the Boundary(경계를 부수다)’를 충실히 따르는 ‘드림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이번에는 지샥 40주년을 기념해 역사상 처음으로 AI와 함께 18K 옐로 골드 지샥을 만들었다. 그 결과 무게와 충격 흡수 면에서 풀 메탈 충격 방지 구조에도 기여하는 유기적이고 독창적인 형태가 탄생했다. 전 세계 단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로 지난 12월 필립스 자선 경매에 출품해 약 40만 달러(약 5억원)에 낙찰되었다.
G-D001를 위해 AI와 협업한 계기는
젊은 디자이너가 AI와 컬래버레이션을 해보면 인간으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디자인이 나올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나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젊기 때문에 가능한 아이디어였다.결과적으로 아주 참신한 스타일이 탄생했다.
애플워치와 기계식 시계가 공존하는 시장에서 지샥의 위치는 어떠한가
애플워치는 오히려 시계 시장에 많은 도움을 줬다. 젊은 소비자가 애플워치를 착용하면서 다른 시계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샥 역시 스마트 워치를 출시한 바 있고, 더 가혹한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드는 등 애플워치가 가지 않는 방향을 향하려 한다. 단, 기계식 시계를 추가할 계획은 없다. 지샥은 계속 진화해야 하는데, 기계식 시계에는 전통이라는 장점이 있긴 해도 진화의 영역이 한정적인 까닭이다. 그래도 ‘진화하는 메카 아날로그’는 앞으로의 상품 개발에 있어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기계식의 톱니바퀴와 전자 부품을 함께 사용한 G-D001을 예로 들 수 있다.
지샥의 지위는 독보적이다. 라이벌이 있긴 한가
지샥만큼 강한 제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라이벌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롤렉스 시계가 훌륭하다고 여긴다.
Editor
유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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