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 VS 랩 다이아몬드

‘손톱만한 부동산’이라 불리는 하이 주얼리와 천연 다이아몬드의 아성에 도전하는 랩 다이아몬드. 양극단에 선 하이 주얼리 시장의 트렌드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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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아이콘’ 지드래곤이 최근 10년만에 컴백했다. 그의 컴백으로 가요계는 물론이고 패션유통⋅업계까지 들썩였다. 과거 그랬듯이 지드래곤이 입은 옷부터 슬리퍼까지 ‘완판’됐기 때문이다.



출처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이 와중에 신곡 ‘파워’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화려한 보석이 유난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손가락에 끼워진 사탕만한 주얼리 반지들이다. 약지의 블루 칵테일 링은 44.88캐럿의 천연 파라이바 그리니쉬 블루 투어멀린, 2.33 캐럿의 화이트 다이아몬드, 0.56캐럿 핑크 다이아몬드가 세팅됐다. 가격은 640만 달러(약 88억원)에 달한다. 그가 착용한 주얼리는 미국 하이 주얼리 및 워치 브랜드 제이콥앤코의 제품들이다. 제이콥앤코는 유명인사들을 위해 하이 주얼리를 맞춤 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지드래곤은 물론 카니예 웨스트, 드레이크, 비욘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플로이드 메이웨더 등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이 고객이다. 제이콥앤코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부티크를 오픈했다. 제이콥앤코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말부터 한국 부티크에 주얼리를 비치할 예정”이라며, “이전 세대보다 빠른 기간에 부를 확장한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버 하이 주얼리 시장 보고서 출처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Business Research Insights) 


실제로 하이 주얼리 시장은 점점 성장세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Business Research Insights)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하이 주얼리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677억 달러(약 244조원)로 평가됐으며 2032년까지 약 7.8% 성장 예정이다. 까르띠에와 반클리프 아펠이 속한 리치몬트 그룹은 지난 11월 2025년 회계연도(2024년 4월 1일~2025년 3월 31일) 반기 결산 보고서를 통해 주얼리 매출이 약 10% 증가한 약 50억 유로(약 7조 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주얼리를 '예쁜 보석' 정도로만 보던 시대는 지났다. 명품 시장의 위축에도 주얼리 시장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얼리는 이제 '자산가치'가 됐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는 “세계 경제의 변동성 추세에 고액 자산가들이 하이 주얼리를 장기 투자처로 보고 있다”며 “희귀한 고품질 작품 또는 맞춤형 하이 주얼리의 수요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윤성원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는 “최고급 하이 주얼리는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고 예술적 중요성이 높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자산”이라 설명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까르띠에, 부쉐론, 불가리, 피아제 등 내로라하는 주얼리 메종이 한국에서 하이 주얼리 이벤트를 활발히 개최했다. 백화점 하이 주얼리 페어 반응도 뜨겁다. 지난 12월 12일 서울 잠실 롯데 에비뉴엘에서 열린 ‘롯데 하이 주얼리 페어’에 참가한 브랜드들의 매출 실적은 전년 대비 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전체 명품 성장률이 둔화하는 와중에도 명품 주얼리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시장이 성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맞춤형, ‘개인화’, ‘주문제작’ 등 개성을 드러내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는 “VIP 대상 하이 주얼리 이벤트에서 고객들이 고품질 스톤을 구매한 후 원하는 디자인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수요가 늘어난다고 해서 하이 주얼리를 마냥 공급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하이 주얼리 시장에선 지속 가능한 생산 또한 중요한 이슈다. 이에 재활용 스틸, 윤리적 채굴 골드, 랩 다이아몬드 등이 거론된다. 실험실에서 재배된 다이아몬드를 뜻하는 랩 다이아몬드(Lab Diamond)는 천연 다이아몬드를 대신하는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에서 형성되는 다이아몬드와 화학적으로 동일하지만 지속 가능하고 더 저렴하며 품질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고온 고압 합성법(High Pressure High Temperature, HPHT)과 화학 기상 증착법(Chemical Vapor Deposition, CVD)이 쓰인다. 고온 고압 합성법은 자연에서 다이아몬드가 형성되는 방식과 유사하다. 화학 기상 증착법은 기체 상태의 원료를 사용해 실온에서 다이아몬드를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고온 고압 합성법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다이아몬드를 더 정밀하고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랩 다이아몬드의 품질이 천연 다이아몬드와 구별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르면 주얼리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리라 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도 랩 다이아몬드가 고품질 천연 다이아몬드를 따라갈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성원 교수는 “랩 다이아몬드와 천연 다이아몬드는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혼란기라 영향 받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며, “60년 정도 지나 다이아몬드 광산이 고갈되면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 덧붙였다. 반클리프 아펠이 후원하는 레꼴 주얼리 스쿨(L’ÉCOLE, School of Jewelry Arts) 관계자 역시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구의 보물”이라며 “대지와 자연의 역사를 간직한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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