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퍼스트 오메가 인 스페이스'

‘우주로 간 첫 번째 오메가(The First OMEGA in Space)’로 알려진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CK 2998이 부활했다. 문워치보다 먼저 우주로 간 시계다. 새로운 모델은 오리지널의 치밀한 복원에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실리콘 헤어스프링, 그리고 마스터 크로노미터라는 현대적 튜닝까지 이뤄졌다.

내용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퍼스트 오메가 인 스페이스”

Ref. 310.30.40.50.06.001

기능 시·분, 스몰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3861, 21,600vph, 50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39.7mm, 두께 13.4mm, 스테인리스 스틸, 50m 방수, 솔리드백

가격 1140만원


빈티지엔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과거의 익숙한 디자인은 안정감과 위안을 준다. 특히 시계와 자동차가 그렇다. 이들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과 가치를 간직한 예술 작품이자 이야기를 담은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찾고자 하는 요즘 소비자에게 빈티지가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하지만 빈티지 제품은 양날의 검이다. 올드카의 각진 디자인과 매뉴얼 트랜스미션이 좋다면 낮은 연비와 정비의 어려움을 받아들여야 한다. 빈티지 시계 특유의 고전미를 즐기기 위해선 때론 부식된 부품들과의 조우를 각오해야 한다. 이에 자동차 분야에서는 레스토모드를 즐기기도 한다. 레스토모드(Restomod)란 리스토어(restore)와 모디피케이션(Modification)의 합성어로, 클래식카의 복원과 튜닝을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을 뜻한다. 레스토모드에선 고전 모델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스펙은 현대적으로 보강하기 때문에 올드카의 매력과 최신 기능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단, 원 제조사가 아닌 타 업체에서 제작해야 진정한 레스토모드로 인정받는다. 원 제조사에서 만든 경우는 페이스리프트 혹은 차세대라 불리거나, 일종의 오마주(hommage)로 여겨진다.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시계업계에서는 후자가 환영받는다. 퍼스트 오메가 인 스페이스(Fisrt Omega in Space, 이하 FOIS)가 좋은 예다. 1959년에 탄생해 1962년에 문워치보다 먼저 우주에 다녀온 스피드마스터 CK 2998의 복각 모델이다. 오메가는 62년이 지난 2024년, FOIS를 새롭게 공개하며 기념비적 과거를 자축했다.



오메가스피드마스터 '퍼스트 오메가 인 스페이스'. 


스피드마스터 CK 2998

오메가는 1957년 프로페셔널 컬렉션을 출시했다. 컬렉션은 스피드마스터, 씨마스터 300, 그리고 레일마스터로 이뤄졌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성능을 지녔다는 의미에서 마스터(master)를 이름으로 쓴 시계들이었다. 스피드마스터는 스포츠 크로노그래프로서 속도 측정에서 정확성을 보장했고, 씨마스터는 다이버 시계로 소개돼 뛰어난 방수 성능과 내구성을 자랑했으며, 레일마스터는 철도 작업 등 자기장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도 끄떡없는 항자성을 갖추고 있었다. 1/5초를 측정할 수 있었던 스피드마스터 1세대 CK 2915는 오메가가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의 입지를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피드마스터 2세대인 CK 2998은 1세대가 출시되고 2년 뒤 모습을 드러냈다. 1세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크 베젤(dark bezel)’로 불리는 검은색 양극산화 처리된 알루미늄 베젤, 화살표 모양 브로드 애로우(broad arrow) 시침 대신 알파 핸드를 사용한 것, 그리고 타키미터 스케일 ‘90 위의 점(Dot over Ninety, 이하 DON)’과 ‘70 대각선 점(Diagonal to Seventy, 이하 DTS)이었다. DON은 스피드마스터 초기 모델의 타키미터 베젤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디테일이다. 타키미터는 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스케일인데, 스피드마스터의 초기 모델에서는 숫자 90 오른쪽 위, 그리고 70 오른쪽 대각선 아래 작은 점이 있었다. 이 점은 1960년대 초반 스피드마스터 베젤의 상징적인 요소 중 하나로, 빈티지 오메가 애호가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디테일로 여겨진다. 이 시계가 처음부터 미항공우주국(NASA, 이하 나사)의 미션 워치로 개발된 건 아니었다. 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월터 “월리” 시라(Walter “Wally” Schirra)가 개인적으로 구입해 직장에서도 착용했을 뿐이다. 그가 직장에서 맡은 임무가 머큐리 프로그램. 1958년부터 1963년까지 진행된 미국의 첫 번째 유인 우주 프로그램이었다. 월터 월리 시라는 1962년 10월 3일 발사된 시그마 7에 탑승했다. 인간이 우주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첫 번째 무사고 미션으로, 시라가 탄 우주선은 6시간 19분 동안 지구 궤도를 6회 돌고 무사 귀환했다. 미국의 첫 번째 우주비행사로 기록된 그의 손목에는 어김없이 스피드마스터 CK 2998이 있었다. 정확히는 타키미터 스케일의 숫자가 500까지 표시된 CK2998-4 모델이었다. 평균 속도를 시속 500km까지 측정할 수 있어 초기 모델의 시속 1000km 타키미터 스케일보다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머큐리 9호의 고든 쿠퍼(Gordon Cooper)도 스피드마스터 CK 2998을 차고 우주 비행에 임했다. 역시 사적으로 구매한 시계였다.

이 미션은 미국이 우주 비행 경험과 자신감을 쌓는 계기가 됐고, 달 착륙을 위한 후속 프로그램인 아폴로 프로그램으로 연결됐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에 대한 신뢰도 자연스럽게 공식화됐다. 이후 우주 비행사들은 미션 워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나사는 아폴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앞서 공식 미션 워치를 위해 여러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테스트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엔 당연히 오메가 스피드마스터가 포함됐다. 그리고 나사의 혹독하고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한 시계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뿐이었다. 문워치 전설의 시작이었다.


우주복 위에 스피드마스터 CK2998을 착용한 월터 월리 시라.



우주에서 사용할 카메라를 테스트하는 월터 월리 시라. 

1962년의 스피드마스터 CK 2998.
 

퍼스트 오메가 인 스페이스

스피드마스터 CK 2998은 문워치만큼 흥미로운 역사 덕분에 오메가에서 간간이 리바이벌되는 모델이다. 2012년 바젤월드에선 첫 번째 ‘퍼스트 오메가 인 스페이스’ 한정판이 나온 적 있다. 1962년 오리지널 모델과 케이스 사이즈 및 핸즈 디자인은 동일했지만 타키미터 스케일에 DON이나 DTS는 없었다. 2016년과 2018년에는 각각 블루 판다 레이아웃과 펄소미터 베젤 버전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리지널에 가장 가까운 모델은 10월에 나온 FOIS다. 최신 FOIS는 오리지널보다 0.1mm만 커진 지름 39.8mm 대칭형 케이스에 직선 디자인의 스트레이트 러그가 유지됐다. 블랙 알루미늄 ‘다크 베젤’엔 500 베이스의 타키미터 스케일이 적용됐다. DON과 DTS도 발견할 수 있다. 시곗바늘은 2012년 한정판처럼 알파 핸즈와 흰색으로 처리된 일자형 바통 핸즈를 병행한다. 시·분침 및 스몰 세컨드는 알파 핸즈로,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미니트 및 아워 카운터 핸즈는 바통 핸즈로 맞췄다. 가독성 면에서 유리한 선택이다. 1960년대 헤잘라이트 글라스가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재현된 점도 2012년 한정판과의 공통분모다. 일부 디테일은 한층 세세하다. 알파 핸즈와 아워 인덱스엔 슈퍼 루미노바(발광물질)가 적용됐는데, 일부러 빈티지 색감으로 맞췄다. 다이얼엔 옛 오메가 로고를 올렸고, 화학 증기 증착법(CVD, Chemical Vapor Deposition)을 통해 1960년대 제작된 일부 CK 2998의 회청색 다이얼까지 표현했다. 솔리드백에도 당시 해마 메달리온 각인을 되살리며 ‘SPEEDMASTER’, ‘THE FIRST OMEGA IN SPACE’, 그리고 월터 월리 시라의 임무 날짜인 ‘OCTOBER 3, 1962’를 함께 새겼다.



 

칼리버 3861

FOIS엔 오메가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861이 탑재된다.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는 1957년 프로페셔널 컬렉션 탄생부터 이어진 스피드마스터의 중요한 헤리티지다. 현재 스피드마스터 같은 스포츠 크로노그래프 시계 중에서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메커니즘을 고수하는 모델은 많지 않다. 스피드마스터의 매력엔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가 큰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메가도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스피드마스터 칼리버는 1957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스피드마스터에 탑재된 칼리버 321을 시작으로, 1960년대 말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사용된 칼리버 861, 그 업그레이드 버전인 1861, 그리고 2019년 마스터 크로노그래프 인증을 받은 3861 칼리버와 321 복각 칼리버로 이어지며 꾸준히 개선되고 발전됐다. 스피드마스터 1세대와 2세대에 사용된 321 칼리버는 당시 오메가와 르마니아가 합작한 핸드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다. 무브먼트 제조사로 이름을 알린 르마니아는 당시 오메가 자회사처럼 기능하기도 했다. 321은 바쉐론 콘스탄틴이나 브레게에서도 사용했던 2310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삼았다. 단순하고 오래됐지만 여전히 명기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321 칼리버에 대한 오메가 애호가의 요청이 쇄도했고, 오메가는 문워치 특별판 Ref. 311.30.40.30.01.001과 스피드마스터 1세대 복각판 Ref. 311.50.39.30.01.001 등 특별한 모델에만 한정적으로 321 복각 칼리버를 사용하고 있다.

321 칼리버가 오메가의 헤리티지를 상징한다면 3861 칼리버는 오메가의 현대 기술을 뜻한다. 1950년대 말 탄생한 칼리버 861은 생산성과 실용성을 위해 321의 칼럼 휠을 캠 방식으로 변경한 버전이었다. 2019년 기준 최종진화형 3861은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탑재하고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획득했다.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가 주관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는 무브먼트뿐 아니라 시계 전반의 성능을 책임지는 인증 시스템이다. 최신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와 내자성 부품으로 시계 정확도를 확보한 오메가가 2014년부터 추진했다. 시계가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기 위해선 283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브랜드 내부에 상주하는 METAS 연구원이 COSC를 받은 무브먼트를 대상으로 10일 동안 8가지 테스트를 진행한다. 해당 시계는 일오차 0초에서 +5초 사이의 정확성, 등시성, 15000가우스를 견디는 항자성, 파워 리저브, 방수 등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이 부여된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칼리버 3861은 21,600vph에 50시간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321보다 진동수는 높지만 파워 리저브는 비슷한 것이다.



 

진정한 복각

최신 FOIS는 빈티지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에 최신 엔진이 탑재됐다. 원 제조사에서 만들었으므로 오리지널리티도 보장된다. 스피드마스터 헤리티지 모델에 속한 FOIS는 세 가지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플랫 링크를 갖춘 브레이슬릿 버전과 블랙 또는 브라운 가죽 스트랩 버전이다. 모든 버전은 <전설적인 문워치(LEGENDARY MOONWATCH)> 소책자가 포함된 특별 프레젠테이션 박스에 담겨 판매된다. 브레이슬릿 버전은 1140만원, 가죽 스트랩 버전은 10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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