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블로에선 뭐든지 가능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타카시는 2021년부터 위블로와 함께 시계를 만들어왔다. 지난 10월 23일 공개한 MP-15 타카시 무라카미 투르비용 사파이어 레인보우 시계를 마지막으로 그 협업은 막을 내린다. 이에 <크로노스 코리아>는 무라카미 타카시와 화상으로 만나 소감을 물었다.

내용


 

무라카미 타카시 Takashi Murakami

현대미술가

1962년생. 일본의 오타쿠 문화, 만화, 애니메이션, 그리고 전통 일본 미술을 팝아트와 결합한 독특한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2차원 평면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슈퍼플랫(Superflat)’ 운동의 창시자다. 대표작으로는 ‘슈퍼플랫 플라워'가 있다.



위블로 MP-15 타카시 무라카미 투르비용 사파이어 레인보우. 


| 위블로와 마지막 협업 모델은 무엇인가. 소감은 어떤지.


MP-15 타카시 무라카미 투르비용 사파이어 레인보우다. 위블로가 마지막으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를 만들었고, 또 꽃잎 별로 빨주노초파남보 레인보우 젬 세팅을 해 완벽한 ‘슈퍼플랫 플라워'를 완성시켜줘서 굉장히 감동했다. 이 협업의 놀라운 품질을 보여주는 시계다. 


| 2021년 첫 협업 모델을 선보였다. 어떻게 위블로와 인연을 맺게 됐는가.


20년 전쯤, 바젤월드 시계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위블로를 알게 됐고, 위블로 행사에도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사카이 미와(현 위블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장)과 처음 만났다. 당시 위블로는 신생 브랜드 중에 하나였는데, 굉장히 스포티한 디자인과 러버 스트랩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 수년이 흘러 사카이 미와 사장에게 위블로와의 협업을 제안 받았다. 당시 나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안을 거절했었다. 하지만 얼마 후 내 작품을 많이 구매한 고객이자 고급 시계 전문 딜러숍 아워글라스의 대표가 “위블로가 협업을 원하니 한번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내 스튜디오에서 아워글라스 대표와 사카이 미와 사장, 나 이렇게 셋이 만날 약속을 했다. 미팅에서 위블로에 대한 소개를 듣고 컬래버레이션을 승낙했다. 


| 위블로와의 협업 전에 시계에 관심이 있었나. 시계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사실 사카이 미와 사장을 만나기 1년 전에 루이 비통과 협업을 했다. 일본의 몇몇 잡지에서는 내가 협업을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루이 비통과의 협업 이후 많은 행사에 초대받았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시계 박람회에도 참석해 파티나 디너, 그리고 행사에 모두 참여했다. 그렇게 럭셔리 시계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일본의 독립 시계 제작자인 아사오카 하지메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계 제작자들과 협업하면서 시계 제작의 복잡성이 예술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 위블로 시계를 처음 접했을 때 마음에 들었던 모델이 있었나.


2003년에 처음으로 위블로 파티에 갔을 때 올블랙 시계를 봤다. 매우 스포티해보였다는 기억이 내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위블로와의 협업 목표 중 하나를 올블랙 시계로 삼았다. 2021년 첫 번째 협업 작품인 클래식 퓨전 타카시 무라카미가 올 블랙 모델로 나온 건 그런 이유에서다.



클래식 퓨전 타카시 무라카미 올블랙 두 번째 버전을 착용한 무라카미 타카시. 


| 다양한 작품 중 ‘슈퍼플랫 플라워’를 협업 대상으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슈퍼플랫 플라워’는 내 작품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아이콘이다. 그래서 고민 없이 ‘슈퍼플랫 플라워'를 위블로와의 협업에 적용했다. 난 일본 전통 회화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일본 전통 회화에서 반복되는 주제는 눈, 달, 꽃, 혹은 꽃, 새, 달이다. 항상 자연이 중심이 된다. 나는 이 주제를 깊이 탐구하며 서구에서 인기를 끌려면 작품의 주인공으로 인간적 요소를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꽃에 얼굴을 넣었다. 그것이 내 캐릭터 ‘슈퍼플랫 플라워'다. 꽃이지만 인간적인 요소를 가진 꽃이다. 레인보우 컬러 역시 내 많은 작품들에 반영된 콘셉트다.  


| 협업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이었나.


내가 협업 작품에 요청한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투르비용 시계일 것, 두 번째는 기존 다이얼에 슈퍼플랫 플라워 이미지를 넣는 게 아닌, 아예 새로운 케이스를 제작할 것. 이 두 가지가 위블로와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고 위블로가 이를 잘 받아줬다.


| 협업 모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제작된 MP-15 투르비용 사파이어 모델이다. 물론 레인보우 컬러 젬스톤으로 완성한 신제품의 디자인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 센트럴 투르비용은 쉽지 않은 기술이라 알고 있다. 당신이 센트럴 투르비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알고 있다. 

 

사실 나는 센트럴 투르비용이 그렇게 어려운 작업인지 몰랐다.(웃음) ‘슈퍼플랫 플라워’의 디자인상 다이얼 중앙에 투르비용이 배치돼야한다고 생각했고, 위블로에게 요청했다.  


|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깎아 플라워 케이스를 만드는 아이디어도 당신이 제안했나.


2009년 위블로 매뉴팩처를 방문했을 때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카빙(조각)하는 작업을 견학한 적이 있다. 내 기억에 8대 정도의 기계가 있었던 것 같다. 담당자에게 곡선 형태의 꽃잎의 곡선을 구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물었더니,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더 도전 정신이 샘솟은 것 같다.(웃음) 위블로 장인들의 긴 노력과 도전 끝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계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 그것이 위블로와 협업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었나.


위블로에 가장 감동했던 부분은 ‘뭐든지 가능하다’는 마인드셋이다. MP-15 투르비용 사파이어는 위블로와 협업한 제품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모델이기도 하다. 약 1년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정말 놀라웠다. 위블로는 불과 1년 6개월만에 세상에 없던 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위블로 담당자가 개발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쉽지 않은 작업인데 1년 6개월은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협업 작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가.


나는 현대 미술을 하는 아티스트다. 피카소나 모네의 작품 가치가 사후 100년이 지나도 더 올라가는 것처럼 내가 죽고난 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나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위블로 MP-15 타카시 무라카미 투르비용 사파이어 레인보우
2021년부터 시작된 위블로와 현대 미술가 무라카미 타카시 협업의 마지막 작품. ‘슈퍼플랫 플라워' 모양대로 깎은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에 444개의 컬러 보석을 레인보우 컬러 순서로 꽃잎에 세공했다. 꽃잎 한 장 한 장이 개별적으로 각 컬러를 담당한다. 모든 꽃잎에 레인보우 컬러 젬스톤을 그러데이션처럼 세팅한 2023년 첫 번째 MP-15 타카시 무라카미 온리 워치 투르비용 사파이어 모델과 다른 점이다. MP-15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핸드와인딩 칼리버 HUB9015의 센트럴 투르비용은 여전히 웃는 얼굴 한가운데서 박동하고 있다. 20개 한정판이다.

Ref. 915.JX.4802.RT.1199
기능 시⋅분, 센트럴 투르비용
무브먼트 핸드와인딩 칼리버 HUB9015, 21,600vph, 5일 파워 리저브
케이스 지름 42mm, 두께 13.4mm, 사파이어 크리스털, 30m 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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