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
RICHARD MILLE SEOUL BOUTIQUE
리차드 밀서울 부티크 외관. 아이보리 컬러의 특별 도장에 브론즈 컬러 금속과 나무를 조합했다.
어디선가 은은한 소나무 향이 풍긴다.
숲 속 깊은 사찰에서 날 법한 향이다. 이곳은 숲속도 아니고 사찰도 아니다. 서울 청담동 한복판의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다. 지난 7월, 새 단장을 마친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엔 원목, 특히 소나무가 많이 쓰였다. 인테리어의 주요 테마가 다름 아닌 한국의 전통 요소다. 내로라하는 최고급 시계 브랜드가 서울 부티크를 리뉴얼하며 새삼스럽게 한국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에서만큼은 고요하고 편안한 ‘쉼’의 미학을 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선(禪)’ 개념과도 닿아 있는 가치다.
리차드 밀서울 부티크 1층 전경. 곡선이 부드럽게 시계 쇼케이스, 상담 공간, 라운지를 나누고 있다.
2층의 다이닝 공간. 1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전용 키친으로 구성됐다. 천장은 한옥의 서까래를 재해석했다.
곡선과 직선의 조화
리차드 밀은 한국의 선(線)에도 매력을 느꼈다. 한국의 선은 곡선도 직선도 아니라고 일컬어진다. 자연을 닮은 까닭이다. 리차드 밀 부티크도 한국의 선으로 그려졌다. 수평적 구조는 곡선으로 부드럽게 풀어내고, 수직적 구조엔 직선을 사용해 공간의 균형을 맞췄다. 새로운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는 992㎡(약 300평)규모다. 1층은 부티크, 2층은 VIP 공간, 3층은 사무실로 쓰인다.
한국적 요소는 파사드부터 시작된다. 대문의 양옆에는 7m 높이 소나무가 한국식 기둥 양식으로 우뚝 섰다. 웅장한 파사드와 달리 문을 열고 들어가면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밝은 오크 우드 톤과 부드러운 곡선으로 공간을 짠 덕이다. 1층 부티크는 크고 작은 라운지와 쇼케이스로 구성됐다. 쇼케이스는 3개 뿐이지만 리차드 밀의 소량 생산과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를 고려하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곡선으로 이뤄진 복도는 내부로 흐르듯 자연스레 동선을 이끈다. 이윽고 응접실 역할을 하는 커다란 원형 라운지에 이른다. 편하게 대기하며 시계를 감상하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다. 내부 벽면엔 스트랩 쇼케이스가 자리한다. 가벽을 여닫아 원할 때마다 꺼내거나 숨길 수있다. 리차드 밀 시계 소유자라면 더욱 흥미로울 장치다.
응접실 뒤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숨어 있다. 계단참의 공간에는 한옥의 창호와 문살 장식을 넣어 관상 식물을 배치했다. 2층은 VIP를 위한 특별 공간이다.간접 조명이 켜진 복도는 갤러리 같기도 하다. 벽에도 아트 비주얼 3점이 장식됐다. 토고투칸 캐릭터 ‘토코토코’를 통해 세계 여행에서 얻은 영감을 판화나 벽화로 표현하는 토코토코 진(Tocotoco Jin)의 작품들이다. 일부러 밝고 컬러풀한 현대 미술 작품을 선택해 공간이 지나치게 엄숙해지지 않도록 안배했다. 복도 뒤에는 원형 라운지 두 개가 자리한다.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다. 두 개의 원이 겹치는 형태로 디자인됐는데, 순천만 습지의 독특한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라운지가 원형이기 때문에 문살을 장식한 가벽에도 특수 제작 레일을 적용했다. 가벽을 닫으면 각 라운지를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고, 가벽을 모두 열면 탁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프라이버시와 편안함을 보장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예술적인 공간 디자인이다.
2층의 가장 안쪽은 다이닝 공간이다.라운지가 안정감을 중시했다면, 다이닝 공간은 좀더 집중도가 높고 친목적이다. 널찍한 공간엔 1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뒀고, 전용 키친을 마련해 단체 식사도 가능하다. 문득 한옥의 전통 서까래로 마무리한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한옥 전문 업체와 대목장들의 자문을 얻어 한옥을 리차드 밀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고 한다. 서까래도 기본 다듬질 후 5년간의 건조 작업을 거친 소나무를 사용했다. 다이닝 공간의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진 이유이자,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의 방점을 찍는 디자인이다. 한국적 요소를 부티크의 핵심 디자인으로 활용하기 위한 리차드 밀의 고민과 노력이 느껴진다.
복잡한 것은 시계로 충분
리차드 밀은 혁신적인 메커니즘과 신소재로 잘 알려졌다. 하지만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는 언뜻 정반대다. 화려한 장식이나 눈요기를 지양하고, 고객이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로 이뤄졌다. 리차드 밀은 복잡한 것은 시계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리차드 밀의 혁신이다.
2층 다이닝 공간의 의자. 가구에도 주로 패브릭과 목재 소재가 사용됐다.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
주소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50
문의 02-512-1311
Editor
유현선, 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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